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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감시센터    국민이 뽑은 국회의원 국민이 감시합니다

  • 칼럼
  • 2004.01.12
  • 566
4년 전 우리는 낙천낙선운동을 출범시키면서 제발 4년 뒤에는 똑같은 운동을 되풀이하지 않게 되길 간절히 바랬다.

그리고 당시 우리의 운동은 예상 밖의 효과를 거둠으로써 16대 국회의원들만큼은 시민의 눈길을 두려워하고 시민의 의지를 존중하여 정치개혁과 국가발전에 매진하는 민주 선량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제 또 다시 부패분자를 비롯한 부도덕한 인사들과 반개혁, 반인권, 무능으로 점찍히는 현역 의원이나 후보들을 입에 올려 국회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자고 소리 높이려고 하니 그 심정은 말할 수 없이 참담하다.

무엇보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반성한다.

단 한 번의 성공으로, 그것도 반만의 성공으로 지난 4년간 정치권을 무단 방임해도 좋다고 방심하지는 않았던가. 우리의 불완전한 힘이 시민들의 열렬한 호응을 받는 것을 보며 우리는 자만에 빠지지 않았던가. 국회의원들이 우리를 두려워하여 알아서 저절로 제대로 갈 길을 간다고 지레 믿지는 않았는가. 우리는 그들이 탈선하지 않도록 얼마나 도와주었던가. 이제 너는 국회에서 나가달라 하고, 아니면 너는 국회에 들어오지 말라고 손들어 가리키면서 우리는 과연 우리의 국회와 국회의원을 얼마나 잘 가꾸었는가.

우리는 국회야말로 대통령의 비중을 넘어서는 민주주의의 가장 찬란한 꽃임을 알고 있다. 거기에는 각 지역과 삶의 현장에서 바로 올라온 시민과 소원과 의견이 있다고 기대된다. 우리 시민사회가 아무리 시민의 직접 참여를 목놓아 강조해도 국회는 그야말로 이 ‘나라’를 대표하는 모임으로서 ‘국가적 의지’라는 말은 오직 국회를 통할 때만 사용할 수 있는 숭고한 용어임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대통령 밑에 무수한 위원회들이 모여 아무리 의견을 짜고, 총리가 아무리 국무를 잘 조정하고, 노사정이 아무리 회의를 많이 해도, 거기에서 나온 ‘지혜’들은 국회를 통할 때만 이 나라의 ‘의지’가 되는 것이다.

국회가 무엇을 하는 곳인지 제대로 모르거나, 알고도 안 하거나, 하면서도 자기 이익을 취하는 그런 반국회 분자들을 제대로 가려내지 못한 것은 유권자인 우리의 잘못이 아닌가.

그러나 우리가 마냥 자괴감에 사로잡힐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가 참담한 심정에 잠겨 있기에는 우리 시민이, 우리 국민이 지키고 가꿔야 할 국회가 반국회 분자들에 의해 너무나 지나치게 농단되고 있는 것이다. 범국민정치개혁협의회(범개협)의 정치개혁안이 노회한 정략과 지겨운 보신 논리로 좌절한 것은 그렇다고 치자. 2003년 마지막 날 비리의원 체포 동의안을 전원 부결시키는 것을 보고 우리는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분명하다. 우리의 국회는 이제 반국회 분자들에 의해 점거된 것이다. 자기들이 만들고 지키라는 법도 지키지 않는 자들이 우리의 의원일 수는 없다. 검사보다 못한 것들을 우리의 대표자가 되게 할 수는 없다.

그래서 우선 반국회 분자를 찾아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다음 우리의 국회를 되찾아야 할 것이다.

이번엔 내가 좋아하는 후보를 얼마나 사심 없이 밀고 싶었던가? 내가 좋아할 수 있는 후보 하나는 꼭 찾아내자고, 그래서 내 아이들이 자기 또래 가수를 좋아하고 배우를 사랑하듯이, 이제 나이도 적잖이 들어가는 내가 남은 인생 동안 좋아할 정치인 하나는 골라, 그를 위해, 그녀를 위해, 그와 그녀의 팬이 되자고 얼마나 다짐했던가?

하지만 ‘내’가 사랑하는 하나를 골라 뛰기에는 ‘우리’ 국회를 분탕질치는 저 수많은 반국회 분자들이, 또 그 뒤를 이을 자들이 홍수 끝의 진흙밭처럼 널려 있다. 우리가 시민들의 모임으로서 그 모임의 힘을 가장 바람직하게 쓸려고 궁리에 궁리를 거듭했을 때 나는 내 꿈을 접었다. 그래, 먼저 청소부터 해야겠지?

청소는 어떤 정파를 위해서도 필요한 것이다. ‘깨끗하려는’ 정파를 위해서라면, 그것이 진보든, 그것이 보수든, 들어올 집을 미리 청소해 두는 일은 더욱 필요할 것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정치인을 찾아나선 사람들이 꿈을 이루기 바란다. 하지만 우리에겐 더 시급한 일이 있다. 국민 유권자를 한번 더 믿어본다. 선택은 나도 그 중의 하나인 국민이 여러 사정을 보아가며 할 것이다. 우리 시민사회는 그 선택이 고급의 선택이 되도록 정보와 의견과 토론을 공급하면서 국민이 건강하게 살찌도록 해야 할 것이다.

시민사회가 이렇게 각자 자기 힘로 자기 일을 찾아가는 것을 보고 족벌 신문들은 또 난리이다. ‘시민운동이 분열했다’고, ‘시민운동이 또 불법을 한다’고, ‘시민운동 중립성이 우려된다’고. 아하, 시민운동 안 될까봐 그렇게 밤새워 근심하는 줄 정말 몰랐다.

이제 시민사회는 각자의 기준을 세우고 개성적인 선택을 할 만큼 성숙하였다. 그럴 때는 ‘분화’(differentiation)라는 말을 쓰지 '분열‘이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

시민사회는 실정법 만능주의를 신봉하지 않는다. 자기들이 만든 실정법조차 존중하지 않고 법을 악용하는 무리들을 위해, 나아가 법치주의 체제 자체를 지키기 위해, 우리는 부당한 실정법을 위반하기는 해도 불법을 자행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그 위법에 대해 우리는 정당한 법절차에 따른 처벌을 기꺼이 감수하고, 바로 그 점에서 가장 진지하게 대한민국 법체계를 존중해 왔다. 그런데 우리가 실정법 위반하는 것을 걱정해 주는 사람들, 정말 법 잘 지키는 것 맞는가?

그리고 국회의원 심판은 투표로만 하라고? 문득 유신 시절이 떠오른다. 중요한 안건을 국민투표에 부치고는 일체 토론을 금지시켰다. 왜 토론 하는지 모르는가? 수많은 정보와 다면적인 평가와 자기 의견의 개진을 통해 고급의 결정을 끌어내기 위해서이다. 국민이 실수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그런데 입다물고 있다가 투표장에 가서 투표만 하라고?

중립성 얘기는 그만 하자. 이 운동을 해서 우리가 우리를 위해 정파적으로 거둘 이익은 없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정파적으로 중립적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 운동을 해서 국회를 복원시킨다는 국가적 목표를 갖고 있다. 이 점에서 우리는 우리 국가와 국민에게 궁극적으로 무엇이 이익인지를 분명히 보고 있다. 그 점에서 우리에게 산술적 중립을 강요하지 말라. 아니 우리는 시민적 능동성에 입각하여 무엇이 국가의 이익인지를 자율적으로 판단하는 적극적 중립성을 고수한다.

17대 선거를 앞두고 다시 다짐한다. 이번에 성공하더라도 다시 안하겠다고 다짐하지는 않겠다고. 이번에 실패하면 또 하겠다고.
홍윤기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실행위원, 동국대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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