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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감시센터    국민이 뽑은 국회의원 국민이 감시합니다

  • 칼럼
  • 2004.01.14
  • 456
새해의 첫 주를 보내고, 마침 설날을 한 주 앞두고, 적절한 날짜에 노무현 대통령이 연두 기자 회견을 했다. 집권 두 번째 해의 출발점이란 의미보다는, 지난해 끊임없이 이어진 정치 자금 논란과 대통령의 관련설 때문에 다소 조마조마한 기분으로 연설과 질의 응답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대통령의 연두 연설과 기자 회견은 시대의 문제에 직접 관련되고 국민에게 희망을 심어 줄 수 있는 구체적 내용이어야 한다. 그렇다고 선거 유세처럼 공약을 열거하거나 세세한 정책을 설명할 필요는 없다. 그런 점에서, 오늘 오전 대통령의 연설과 회견은 두드러진 특징이 없는 평범한 것이었다고 일차적 평점을 하고 싶다.

대통령을 밉게 본다면, 정치 문제와 관련해서는 아직 솔직하게 털어 놓거나 반성하지 않고, 경제 문제에 있어서는 도대체 구체적 계획이란 전혀 보이지 않으며, 외교 분야에 가서는 도무지 노련함이 엿보이지 않아 불안하다고 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런 촌평이나 비판은 역시 대통령의 연설보다 조금도 나을 것이 없는 상투적 어법에 불과하다.

무엇보다도 대통령은 지금 조금 특수한 시기와 지경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누가 뭐라해도 정치 자금 수사 논쟁은 지난 연말과 올 연시의 구분이 없다. 금액의 다과와 한나라당과의 비율이 어쨌건 대통령이 연루된 부분의 의혹을 어느 정도 석연하게 해 주지 않는 한, 연두 연설은 아무리 감동적 명문이라도 반대론자와 시비론자들에겐 비아냥감이다.

이 핵심 부분에 대한 기자의 직접적이고 공격적인 질문에, 결과적으로 보면 대통령으로선 답변했으나 듣는 사람들은 대답을 듣지 못했다. 나중에 밝힐 계획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질문의 내용은 어제 오늘 각 일간지의 1면에 오르내리는 쟁점들이다. 썬앤문 그룹 회장으로부터 대통령이 직접 돈을 받았는가. 대통령이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에게 이기명 씨 명의의 용인 땅을 사 달라고 부탁했는가. 대통령이 지금까지 답변할 수 없었고 현재도 대답하기 곤란한 이유는, 수사중이기 때문이란 것이다. 조금이라도 언급했다간 수사 기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는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이라 한다.

대통령의 기본 입장은 충분히 이해한다. 썬앤문 문병욱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사실은 이광재 씨 수사 기록에 문자로 남아 있는 것이기 때문에, 약삭빠른 어느 신문사 기자가 법원 복사실에서 특종을 빼내지 않았더라도 어차피 공개될 내용이었다. 그리고 대통령측 나름대로 정당화할 근거가 있기 때문에 수사 기관에 그 사실이 진술됐을 것이다.

용인 땅 매입 권유도 마찬가지다. 이 부분은 대통령이 기자 회견장에서 잠깐 언급했듯이, 이미 지난 8월에 해명했고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다. 그것이 법정에서 다시 되풀이됐을 뿐이다. 물론 대통령은 그 부탁에 이은 부동산 매매계약을 ‘호의적 거래’라고 평가한다.

현재 가장 쟁점화되어 있는 부분에 대해 대통령이 직접 해명을 보류한 태도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그 부분이 노 대통령의 정치적 도덕성에만 관련되느냐, 아니면 정치적 생명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정도의 불법성을 가지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전자라면 우선 그냥 넘어갈 수 있겠지만, 후자라면 그렇지 않다. 어쨌든 사실 여부에 관해서만이라도 밝혔어야 하는 것이다.

대통령은 검찰 수사의 결과에 자신은 있어 보이지만, 불만 또한 없지 않은 눈치다. 기본적으로 사실 인정에도 의견 차이가 있고, 무엇보다 인정된 사실에 대한 규범적 평가에 대해 마땅찮은 것이 아닌가 한다. 어쨌던 이 결정적 부분은 궁극적으로 대통령이 해결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일자리야말로 최대의 복지요, 일자리 마련을 신년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두겠다”는 메시지가 국민에게 희망으로 전달될 수 없다.

사족으로, 급히 칼럼이란 이름으로 대통령 연두 연설과 기자 회견에 대한 개인적 결론을 적는다면, 대통령 측근 정치 자금 수사와 관련해서는 대통령의 진실을 더 기다려 볼 수 있다라는 것이다.

차병직(참여연대 집행위원장,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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