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감시센터 칼럼(aw) 2005-02-24   690

<안국동窓> 기대를 저버린 노무현 정권 2년

어느덧 노무현 정권이 출범한 지도 2년을 넘게 되었다. 돌이켜 보면 그야말로 격랑의 2년이었다. 극도의 상실감과 위기감에 사로잡힌 냉전수구세력의 이성을 잃은 대응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냉전수구세력은 독재정권 아래서 쌓은 기득권을 잃지 않기 위해 무슨 짓이라도 하고자 했다. 그 결과 2004년 3월 12일의 대통령 탄핵안 가결과 같은 대사건이 빚어지기도 했다.

사실 이러한 냉전수구세력의 비이성적 공세는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었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는 데, 거대한 공룡과도 같은 냉전수구세력이야 오죽하겠는가? 그러나 냉전수구세력은 세상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올바로 깨닫지 못했다. 시민의 거센 저항이 이어졌고, 노무현 정권은 더욱 더 단단해졌다. 행성충돌에 따른 급격한 기후변동으로 공룡의 대멸종이 이루어졌듯이, 전국 곳곳에서 활화산처럼 폭발한 시민의 힘으로 마침내 냉전수구세력을 내몰게 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냉전수구세력은 여전히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 정치는 여전히 비합리적인 기형의 상태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냉전수구세력은 한국의 목에 걸려 있는 맷돌이요 발목에 채워져 있는 차꼬이다. 냉전수구세력이 위세를 부리는 한, 한국 사회는 선진화는 고사하고 정상화조차 이룰 수 없다. 노무현 정권에 대한 지지는 이러한 냉전수구세력에 대한 거부의 소산이었다.

노무현 정권은 두 단계를 거쳐 이루어졌다. 첫째, 2002년 12월에 노무현 씨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노무현 정권은 수립되었다. 이것은 정치인 노무현을 중심으로 하는 정치세력이 다수 국민의 지지를 받아 정부를 운영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의회에서는 여전히 노무현을 중심으로 하는 정치세력이 소수세력이었기 때문에 노무현 정권은 대단히 불안정했다. 둘째, 2004년 4월의 총선을 통해 노무현을 중심으로 하는 정치세력은 의회의 과반의석을 차지하는 다수세력이 되었다. 이로써 노무현 정권은 그 기반을 확고히 다지게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냉전수구세력의 힘이 크게 약해진 것은 아니었지만, 나라 전체에서 다수의 사람들이 개혁을 내세운 노무현 정권을 지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분명히 밝혀졌다.

그렇다면 노무현 정권은 과연 ‘개혁정권’인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 우선 노무현 정권에게 부여된 개혁의 과제가 어떤 것이었는가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것은 한마디로 말해서 ‘민주화’를 이어가는 것으로, 이것은 다시 ‘전통적 민주화’와 ‘새로운 민주화’로 나뉜다. 전자는 이 사회를 ‘정상화’하는 과제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냉전수구세력이 강요해 온 억압과 착취와 부패와 파괴의 질서를 바로잡는 것이다. 이에 비해 후자는 우리가 이룬 성과 위에서 이 사회를 ‘선진화’하는 과제이다. 그것은 시대의 변화에 맞추어 사람과 사람이, 또한 사람과 자연이 상자이생(相資以生)하는 대동사회를 추구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노무현 정권은 이 중에서 과연 무엇을 이루었는가?

노무현 정권이 아무 것도 이룬 것이 없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노무현 정권이 ‘개혁정권’이었다고 할 수도 없다. 열린우리당 임채정 의장은 지난 2년은 개혁을 위한 준비의 시간이었으며 이제부터 본격적인 개혁을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주장을 그대로 믿기에는 지난 2년 동안 노무현 정권이 이룬 것이 너무 없다. 더 문제는 지난 2년 동안 노무현 정권은 스스로 자신의 정체성 자체를 의심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총선 이전에는 냉전수구세력을 핑계거리로 삼을 수 있었지만, 그 뒤에는 노무현 정권의 무능력과 무의지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말았다. 고작해야 ‘제왕적 대통령제’와 ‘부동산 투기병’을 약간 완화시켰다는 것을 빼고는 노무현 정권이 과연 무엇을 이루었는가?

노무현 정권이 냉전수구세력과 다른 것은 분명하다. 노무현 정권은 냉전수구세력의 질서를 타파하고 새로운 민주주의를 이루겠노라는 약속으로 다수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약속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냉전수구세력은 노무현 정권을 가리켜서 곧잘 ‘이념의 과잉, 정책의 빈곤’이라는 비난을 퍼붓는다. 그러나 이런 비난은 다분히 ‘색깔론’적일 뿐만 아니라 전혀 사실과도 맞지 않기 때문에 잘못이다. 노무현 정권은 ‘이념의 빈곤, 정책의 빈곤’ 상태에 있기 때문이다. 참여민주주의를 내세우고도 부안에서, 새만금에서, 천성산에서, 한탄강에서, 전국 곳곳에서 터져나오는 참여민주주의의 요구를 억압한 것은 그 단적인 예이다. 개발독재 시대의 정치공학에서 한걸음도 빠져나오지 못한 노무현 정권의 실세들에게 개혁이며 참여의 이념은 상품을 팔기 위한 광고문구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노무현 정권은 개혁을 내세우고 정권을 잡았으나 이제 개혁을 저버리고 정권재창출을 이루고자 한다. 그 결과 ‘무정쟁협상’을 맺을 정도로 한나라당과 친한 사이가 되었으며, 반면에 시민사회와는 전면적인 불화와 대립상태에 빠져들게 되었다. 스스로 ‘개혁입법’이라고 부른 법안들조차 올바로 추진하지 않고 있고, 개발독재의 토건국가 정책을 확대재생산하고 있으며, 시스템인사를 내세우면서도 인사시스템을 제대로 운영하고 있지 않다. 노무현 정권의 남은 3년, 시민사회는 노무현 정권을 개혁하기 위해 더욱 더 큰 노력을 기울이게 될 것이다.

홍성태 (정책위원장,상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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