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 알 수 없는 고액후원자의 신원 내역, 선관위는 제도보완 서둘러야

고액기부자 직업 빈칸이거나 회사원, 사업가 등의 모호한 신원공개 부지기수

3월 2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각 정당과 국회의원 후원회의 고액후원자 내역을 공개했다. 이번 공개는 2004년 정치자금법 개정 이후 1년 동안의 고액후원 내역을 처음으로 공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지만, 고액기부자의 모호한 신원기재와 인터넷상의 공개금지로 그 시행 취지를 크게 훼손하고 있어 제도의 보완과 개선이 시급하다고 하겠다.

정당 및 국회의원 후원회의 고액후원자 신원공개 제도는 유권자의 감시․감독을 통하여 정치자금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함이다. 또한 고액후원을 제공한 특정 이익집단과 해당의원의 의정활동의 연관성을 따져보기 위한 중요한 근거를 제시한다는 측면에서 큰 의의가 있다. 비록 공개된 내역이 부실하기 짝이 없지만 의원들의 상임위 활동과 관련있는 유관기관, 유관기업의 관계자들이 고액후원을 제공하고 있음이 확인되고 있다. 가령 교육위원회 소속의 의원에게 사학법인연합회 임원이 고액후원을 한 것은 명백히 사립학교법 개정과정에서 해당의원의 적극적 역할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이제 우리 정치도 이해당사자들이 자신을 대변해줄 수 있는 정치인에게 합법적 정치자금을 제공하여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한다는 점을 비교적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는 사례라 할 것이다. 또한 금융기관의 임직원들이 재경위나 정무위 소속 의원들에게 후원하거나 산자위 소속 의원에게 국정감사의 대상기관인 한국가스공사의 임직원이 후원한 것은 직무상 이해충돌이 발생하고 있는 사례라는 점에서 눈여겨 보아야할 대목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날 공개된 명단을 보면, 신원공개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직업란에 ‘사업가’, ‘회사원’, ‘건축업’ 심지어 빈칸으로 남겨두는 등 모호한 신원 기재가 대부분이다. 이는 구체적으로 어느 기업, 어느 기관의 관계자가 정치후원금을 제공했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없어 그 ‘공개성’에 심각한 결점을 드러내고 있다. 직업란이 이처럼 부실하게 기재되는 이유는 입법취지를 왜곡하여 만들어진 중앙선관위의 제35호 회계서식 때문이다. 엉뚱하게도 이 서식에는 직업란을 ‘업종’으로 기재토록 하고 있다. 개정된 정치자금법 제24조에서 고액후원자의 성명, 주민등록번호, 주소, 직업 등을 기재하도록 한 이유는 해당 후원자가 누구인지를 명확히 밝혀 유권자에게 공개하라는 취지이다. 이를 위해서는 ‘직업’란에 ‘업종’이 아니라 ‘소속기관’이나 ‘기업’을 분명히 적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중앙선관위는 개정된 정치자금법의 취지를 왜곡, 훼손하고 있는 회계보고서식을 즉각 시정해야 할 것이며 보다 분명한 회계보고 지침을 만들어 각급 후원회에 제공해야 할 것이다.

선관위는 보도자료를 통해 “6월 22일까지 누구나 열람 및 이의신청 가능”이라는 제목으로 “많은 사람이 열람에 참여해 줄 것”을 당부하였다. 그러나 가장 손쉬운 인터넷공개는 이뤄지지 않고 있어 유권자가 이를 열람하기 위해서는 해당 선관위에 직접 방문해야하고, 그나마 해당지역구 의원의 자료만을 열람할 수 있다. 가령 전체의원들의 고액후원에 관심을 갖는 유권자는 전국 280여개의 선관위를 직접 방문하거나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이를 받아보는 방법밖에 없는 것이다. 그 비용과 시간을 따지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인터넷상에 공개하면 단 몇 분이면 확인할 수 있는 것을 이토록 복잡하고 어렵게 만들어 놓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중앙선관위는 정치관계법 제24조 2의 3항의 “공개된 정치자금 기부내역을 인터넷에 게시하여 정치적 목적에 이용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애매한 조항을 근거로 인터넷 공개를 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중앙선관위는 정작 유권자에게는 인터넷 공개를 불가하면서도 언론에는 전체 의원들의 ‘고액기부자 목록’을 전자화된 문서로 제공한 바 있다. 전자문서는 유통의 용이함을 전제로 하는 만큼 이는 매우 모순된 처사이다. 후원내역의 인터넷 게시가 정치적 목적에 이용될까 우려된다면 정치적 중립성을 가진 선관위 홈페이지에 그 내역을 공개하여 열람하도록 하면 될 일이다.

특정집단의 정치자금 후원은 해당 정치인에게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분명한 사실이다. 따라서 유권자는 어떤 정치인이 어떤 집단의 돈을 받아 정치활동을 하는지 소상히 알 권리가 있다. 중앙선관위는 이와 같은 유권자의 알권리를 얼마나 충실하게 보장하고 있는지 되돌아보고 시급히 제도보완에 나서야 할 것이다.

의정감시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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