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 서울지역 지구당 정치자금 분석결과 발표 기자회견

지구당 정치자금 운용실태 조사해보니…

“당원이 1만8167명인 지구당에서 당비를 내는 당원은 ‘0’명”

“선거 전 82일간 총451회의 의정보고회를 연 현역 국회의원”

“국회의원 회계보고서에는 1588만원 지출, 증빙서류에는 5400만원의 납부 영수증, 사라진 3812만원은 어디로?”

“국회의원 정책개발비 480만원의 내역은 식대 25회, 배달 수수료 3회, 제대로 된 영수증은 1장”

“당원 교육훈련비 420만원으로 ‘찜질팩’ 구입”

‘당원 없는 정당정치’의 단면이다. 중앙당과 비교해 지구당의 정치자금 운용실태는 더 열악했다.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정치개혁위원회(위원장 지은희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가 6월 25일 오전 10시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한 ‘2000년 서울지역 지구당 정치자금’에 대한 분석 결과는 그 동안 의혹만 가져왔던 지구당 정치자금 운용실태를 여실히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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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자금 회계장부는 ‘복사금지’ 3개월간 손으로 베껴 쓴 보고서

이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지역 현역의원이 선관위에 신고한 2000년 평균 수입액은 3억3667만원이며 평균 당비 납부액은 7527만원(22.3%)이다. 그러나 후원회 기부금이 국회의원을 거쳐 지구당의 수입으로 잡힐 때, 당비로 처리되는 것을 감안하면, 실제 당원이 내는 당비가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3%에 불과하다.

현행 정당법은 ‘정당은 당원의 정예화와 당의 재정자립을 도모하기 위하여 당비납부제도를 설정·운영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당비납부제도를 충실히 운영하고 있는 당은 찾아볼 수 없었다.

당원이 1만8167명이라고 신고한 한나라당 마포갑 지구당(박명환 의원)의 경우에도 2000년 한 해 동안 당비를 납부한 진성당원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이 지구당의 한 관계자는 “마포의 경우 당비를 내는 당원이 전혀 없는 것은 당원들이 모두 달동네에 살고 있는 토박이들이기 때문”이라며 “경제적으로 어려운 당원들을 오히려 지구당에서 후원금을 받아 도와줘야 할 형편”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당원들 경조사에 가서 베풀지 않으면 ‘표 찍어줬는데 코빼기도 안 보인다’고 말이 많아 지구당 관리가 어렵다”며 “이런 상황에서 당원들에게 당비를 내라고 하면 오히려 반발한다”고 말했다.

역시 당원이 내는 당비가 ‘0’원인 새천년민주당 노원갑 지구당(함승희 의원)의 한 관계자도 “당원들에게 당비를 내야 한다는 강제규정은 없다”며 “당비와 후원금의 개념이 애매해 후원금을 당비로 책정해서 보고하는 경우가 있다”고 해명했다.

정치개혁위원회 김두수 국장은 “실사 결과 어느 정당, 어느 지구당도 당비 납부액을 늘려 재정자립을 하려는 노력이 거의 없음을 알 수 있었다”며 “우리 정당은 당비를 납부하는 진성 당원이 없는 ‘뿌리 없는 정당’이라는 현실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렇게 당비를 내지 않는 당원은 현역의원들이 선거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사전선거운동에 동원용으로 이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개혁위원회에의 보고서에 따르면 한나라당 마포을 지구당(박주천 의원)은 2000년 1월 6일부터 4·13총선이 있기 전인 3월 27일까지 82일간 총 451회의 의정보고회를 열었다. 이는 선거 후 단 한 차례의 의정보고회도 개최하지 않은 것과 대조적이다.

정치개혁위원회는 “선거 직전에 하루 평균 5회의 의정보고회를 개최한 것으로서, 사실상 사전선거운동을 한 것”이라며 “의정보고회를 개최하면서 일률적으로 매번 5만원씩 지출하였다고 신고한 것도 10만원 미만은 영수증을 생략할 수 있다는 조항을 악용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허위 회계보고서 부추기는 선관위

서울지역 지구당뿐만 아니라 지방에 있는 지구당도 허위 회계보고 등 문제점을 드러냈다.

특히 자민련 아산 지구당(원철희 의원)이 제출한 ‘국회의원 회계보고서’에 따르면 지출 내역 중 기타경비로 당비를 1588만원 지출하였다고 신고하였으나, 그 증빙서류에는 5400만원의 당비납부 영수증을 첨부했다. 또한 지구당 회계보고서를 보면 당비수입으로 1588만원을 신고하였다. 즉 3811만원의 차액이 발생한 것이다.

지출내역과 영수증상의 금액이 일치하지 않는 회계에 대해 아산 선관위는 “단순 사무착오”라고 밝혔다.

당시 실사를 벌였던 아산민주노동당(준) 이진숙 기획국장은 “제대로 맞지 않는 지구당 회계보고서를 두고 선관위가 그대로 인정한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면서 “또한 3811만원이 유용됐는지의 여부는 확인할 방법이 없지만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회계보고서였다”고 말했다.

일부 지역선관위가 지구당의 허위 회계보고를 부추겼다는 문제점은 이번 서울지역 지구당 정치자금 실사과정에서도 발견됐다.

정치개혁위원회는 “정치자금조사팀이 민주당 서울 중구 지구당(정대철 의원) 회계보고서 열람 중 ‘영수증 지출액의 과다 계상’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자 선관위가 지구당에 공식적인 절차를 거쳐 소명 요청을 하지 않고 임의로 과다 계상 부분을 고치도록 했다”고 밝혔다.

정치개혁위원회 김두수 국장은 “이미 제출했던 회계보고서를 새로운 보고서와 바꿔치기한 것은 선관위의 직무유기와 월권”이라며 “특히 회계 보고서가 바뀌기 전과 바뀐 후의 지출명세서를 비교해 보면 2957만원의 차액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결국 정치개혁위원회에 따르면, 일부 지역선관위가 불법적으로 지구당의 허위 회계보고를 용인해주고 있으며, 이에 대한 제재를 가하지 않는 등 직무유기라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소속 단체인 ‘한국CLC’ 신광식 사무국장은 “각 지구당이 안정적인 재정자립구조를 갖추도록 해야 한다”며 “국고보조금을 일정액 이하의 소액 당비 납부실태와 연동해 지급하는 ‘매칭펀드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치자금 실사에 참여했던 자원활동가 권형하(이화여대 정외과. 3) 씨는 “열람기간을 3개월간으로 제한하고, 복사를 금지해 지구당 정치자금을 실사하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며 “공개기간을 제한하지 말고, 회계보고서의 복사를 허용해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국민의 기본적인 알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도 정치개혁위원회는 △사전선거운동에 있어서 현역과 원외의 차별 철폐 △정치자금 수입내역의 공개 △정치자금 감사 강화 등을 요구했다.

한편 이들은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71일 동안 329시간에 걸쳐, 연인원 80명의 자원활동가를 동원해 지구당이 선관위에 신고한 ‘정치자금 회계보고서’에 대한 열람 및 필사작업을 벌였다.

최경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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