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인유권자위] 이인제, “이회창 돌풍은 정동영 후보의 정치적 사망선고”

“진정한 단일후보 누군지 정동영과 일대일 토론 용의”





이인제 민주당 대통령후보는 지지율이 낮은 이유를 “나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가위처럼 국민들 가슴을 누르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국민들 ‘열에 일곱’은 이인제를 ‘진짜 대통령 감’으로 평한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자신이 노동부장관, 경지도지사를 지내면서 추진했던 개혁이 “하나도 질퍽거리지 않을만큼 추진력도 있다”고 했다.

이 후보는 1997년 경선불복에 대해 ‘사죄와 용서’를 구하면서도 당시 “검증논란에 쌓인 후보의 지지율 하락과 대안을 찾는 지지자들의 강력한 요청”이 있어서 “힘든 결단을 내려 맨몸으로 국민의 선택을 호소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출마는 “말도 안되는 넌센스”라고 잘라 말했다.

이인제 후보와의 인터뷰는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열렸다. 미리 ‘100인 유권자위원회’ 위원들로부터 받은 질문은 토론자들이 대신 물었다.

[정치분야]

이명박 후보 내부에서조차 의심

이회창씨는 감옥 있어야할 사람

개혁세력이 왜 외면받는지

국민 앞 발가벗고 얘기해보자

문국현 후보에도 문닫을 생각 없어

이인제 후보는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지지율 돌풍 원인을 묻는 성한용 <한겨레> 선임기자의 질문에 ‘범여권 책임론’을 폈다. “부패한 인물들이 분열하고 있음에도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대통령후보에 대한 시선이 더 차가워졌다”며 “사실상 지난 5년간 국가를 경영한 (정 후보에 대한) 정치적 사망선고”라고 주장했다.

범여권 후보단일화에 대해 “한나라당을 이길 수 있을 때 성립할 수 있다.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는 후보의 조건은 국민들이 알아볼거다”며 정 후보에게 일대일 토론을 제안했다.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에 대해서도 “(참가한다면) 문을 닫을 생각은 없다”고 했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높은 지지율 배경은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이명박 후보에 대한 여러 의혹이 단순한 의혹이 아니라 내부에서조차 확신에 차 있다는 이야기다. 고공 지지율도 거품이었다는 걸 증명하고 있다. 이회창씨는 대선불법자금으로 감옥에 있어야 할 사람이다. 말이 안된다.”

-국민들은 이 후보의 지난 1997년 경선불복을 가장 강력하게 기억하고 있다.

“국민 앞에 깨끗하게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고 있다. 정치인의 결단은 자유롭게 비판할 수 있고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니 겸허하게 받아들인다. 그러나 동전에도 앞·뒤면이 있듯, 그 배경과 고뇌에 대해서 틈틈히 말해왔다. 55%의 지지를 받던 이회창 후보가 두 아들의 병역문제 검증 뒤 지지율이 크게 하락했다. 그렇게 교체나 사퇴없이 두 달을 갔다. 그런 가운데 대안을 찾는 국민이 저의 출마를 강력하게 요청했다. 세대교체를 내걸고 힘든 결단을 한 것이다.”

-범여권 후보단일화 요구가 있는데 그 원칙·대상, 시기와 방식에 대해 말해달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는 새로운 틀을 만들고 한나라당 후보를 이길 수 있는 후보의 조건을 찾아야 하는데, (그 후보가 누구인지는) 국민들이 알아볼거다. 아직 국민이 한나라당을 이길 수 있는 조건을 갖춘 개혁 후보에 대해 판단이 안서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협상 테이블에 앉아서 (단일화를) 하자는 건 의미가 없다. 정동영 후보와 일대일로 만나서 발가벗고 왜 국민이 개혁세력을 외면하고 있는지, 고해성사하듯 국민앞에서 얘기해보고 거기서 타개책을 찾아서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

-문국현 후보까지 세명이 만날 생각은 없나?

“참가한다면 문을 닫을 생각없다, 안 한다고 하니까 할 수 없는 것 아닌가.”

-이 후보가 왜 대통령이 되어야 하느냐?

“대통령으로서 국가를 경영하는데 필요한 다양한 경험을 축적했다. 정치에 들어와서는 4선 의원이고, 노동부장관, 경기도지사로서 일을 하면서 개혁을 추진했다. 이번에 대통령이 되어야 어려운 상황을 타개하고 실업자가 없는 세상, 투자·성장·고용이 선순환을 이루면서 사회통합이 강화되는 중산층 강국을 건설할 수 있다.”

-중도개혁주의를 말하는데 왜 지금 중도개혁주의인가?

“우리 사회는 급속하게 진행되는 지식화·세계화의 큰 충격을 피할 수 없다. 이런 충격으로 국민들의 삶이 가파르게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게 됐다. 과거 산업사회를 해석하는 도구였던 좌·우의 이데올로기는 효용이 다했다. 좌·우의 중간이 아니라 좌·우를 뛰어 넘어, 변화를 수용하고 변화 속에서 국민들의 보다 나은 삶, 공동체의 새로운 비전을 위한거다.”

-이 후보의 지지율이 낮다.

“80%의 국민들은 민주당이 정권교체를 맡길 대안이 될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 현정권을 지지하는 나머지 20%의 국민은 통합신당에 가까이 다가서고 있다. 민주당은 그 구도의 사각지대에 있다. 더 나아가 저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지난 5년간 누적돼 국민들 가슴을 누르고 있다. 엷어지고 있다고 보지만 입에서 이인제라는 이름이 나오기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경제분야] ‘금산분리 완화’ 공약 불변…금융감독 강화로 충분

경제분야를 맡은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은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삼성비자금 의혹 사건을 들어, 금산분리정책 완화 공약을 “바꿀 의향이 있느냐”고 물었다. 이 후보는 “외국자본이 은행을 지배하는 걸 막기 위한 것으로, 재벌의 은행지배는 금융감독을 강화해 막을 수 있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경제공약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진보하는 것으로 볼 수 있지만 급조된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큰 줄기는 민주당의 정강정책을 토대로 발전시켜왔다. 여기에 내가 올 1월에 펴낸 ‘한라에서 백두를 보며’라는 책의 내용이 보태졌다. 대표공약인 신경제특구는 10년 전 출마했을때, 대덕 연구단지 중심으로 신지식 산업 클러스트 공약을 내세웠던거다. 정책참모들이 구체화하고 있는데 용어나 우선순위 등에서 혼선을 빚고 있는 게 현실이다.”

-금산분리 원칙을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인데.

“정경유착 구조가 혁파되고 재벌의 경영 투명성이 제고된 것이 사실이지만 시간이 많이 경과되지 않았다. 그래서 삼성비자금 의혹 사건 같은 여진이 남아 있다고 본다. 금산분리 완화는 시중 6개 은행이 외국자본에 넘어간데서 보듯 금융시장 개방이 가속화되면서 금융산업 패권이 외국자본에 넘어가는 걸 막자는 것이다. 금산분리를 완화하자는 것이지 (대기업이) 지배권을 갖도록 허용하는 건 아니다.”

-국세인 법인세를 지방세로, 지방세인 재산세를 국세로 전환한다고 했다. 중앙정부 세수가 감소할 수 있다.

“세금으로 100을 거두면 지방으로 60이 내려간다. 실제 지방에서 거두는 것은 20정도다. 이를 조정해 어려운 지방을 도와 균형발전을 하도록 세제개혁하겠다는 것이다. 집권하면 지방분권을 집중적으로 추진해 다음 지방선거 뒤부터 경찰, 민생경제, 과세권까지 지방에 넘기려고 한다.”

[교육분야] 계층·지역 할당제 도입할 적극적 의사는 없다

교육분야를 맡은 송인수 좋은교사운동 대표는 줄곧 공약의 허점을 파고 들었다. 때론 질문의 취지와 다른 원론적 답변에 그치기도 했지만 이 후보는 “자신있다”, “구조적으로 풀어야 한다”며 맞섰다. 하지만 결국 토론회 말미에 “대통령이 교육부장관을 겸할 수는 없는것 아니냐, 상상력과 전문성에 한계가 있다”고 물러났다.

-자립형 사립고, 특수목적고를 늘리겠다는 것과 사교육비 경감과는 서로 상충되는 것 아닌가?

“대학 입시제도를 단순화하면 사교육비 문제는 일거에 해결된다. 우선 논술은 폐지해야 한다. 수능시험을 일반 학생이 보는 보통시험과 고도로 높은 수준의 능력을 요구하는 특별시험으로 이원화해 입학하고자 하는 대학이 요구하는 종류의 수능을 치르고, 수능성적과 내신 두가지만으로 평가하면 된다. 영어 사교육비 문제는 교육방송을 통한 영어교육으로 목적 달성이 가능하도록 하겠다.”

-수월성 교육은 교육의 질을 높이자는 것인데 자사고 등의 교육과정을 보면 일반학교와 본질상 차이가 없다.

“각 분야의 엘리트는 시대가 바뀌어도 필요하다. 그런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현재 57개의 특목고·자사고를 임기내 100개 정도로 확대하려고 한다. 저소득층 등 기회가 없는 학생들에게 20% 이상은 의무적으로 장학금을 주도록 하겠다.”

-다른 후보들은 지역·계층할당제를 도입하고 있는데 이 후보의 공약에는 빠져있다.

“(도입할) 적극적인 의사는 없다. 지역·계층 할당제는 실용성 있게 발전할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이다.”

-사교육비는 학벌·서열주의에서 비롯된 것으로 본다. 이를 극복할 방안은?

“학벌·서열주의는 지나간 악몽이다. 지금 서울대 나온다고 출세가 보장되나? 알맹이를 강화해 기회를 만들어 줘야 한다는게 내 생각이다. 서열주의를 깨는 방법은 다양성 교육을 강화하는 것이다. 실력이 통하는 사회시스템과 제도를 확충해 나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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