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감시센터 칼럼(aw) 2013-09-27   2144

[칼럼] 빗장 꽁꽁 걸어두고 국민과 소통한다고?

 

빗장 꽁꽁 걸어두고 국민과 소통한다고?

국회, 국민과 일상적 접촉 확대해야

 

이선미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간사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고 차이를 확인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정치는 자연히 시끄러울 수밖에 없고, 그 소란이 일상적으로 응집되는 곳은 분명 국회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 국회는 민생, 노동, 복지 등 주요 현안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을 조정하고 해결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며 국민들과 괴리된 채 외딴 섬으로 존재한다.

 

국회가 국민과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는 물리적 공간에서부터 체험할 수 있다. 자신의 대표를 만나러 온 국민에게 국회가 정문에서 던지는 가장 첫 번째 질문은 당황스럽게도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이다. 국회 내부 규정인 국회 청사 관리 규정은 청사의 안전과 존엄성을 해하는 행위, 청사 방문자의 규모 과다, 그 밖의 청사 관리 및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등 포괄적이고 행정 편의적으로 국민들의 국회 접근을 제한하고 있다. 민주주의 교육의 장 또는 관광자원으로까지 인식되는 외국 의회와 달리 우리 국회는 민의의 전당이기보다 권위의 상징임을 증명한다. 첫 번째 관문인 정문을 통과하면 국회 본청 앞 잔디마당을 볼 수 있는데 이 넓은 공간에서도 국민들은 자신의 대표를 대면할 기회가 없다. 대통령 취임식 등 주요 행사나 국회 사무총장이 주관하는 행사에만 관례적으로 이용되고 있을 뿐이다.

 

다양한 정책 자료와 입법 자료를 소장하고 있는 국회도서관 이용도 제한적인 것은 마찬가지다. 청소년을 포함한 국민 누구나 양질의 연구 자료를 이용할 권리가 있음에도 국회도서관은 청소년을 물리적으로 배제한다. 홈페이지에 게시된 청소년 이용안내 규정은 또 다른 관문이다. 학교에 다니는 청소년은 학교장 또는 사서교사의 추천, 학교에 다니지 않는 청소년은 국회의원 및 교육감 등의 선출직 공직자 등의 추천이 있어야 출입이 가능하다. 국회도서관이 입법지원기구로서 그 목적을 위해 불가피하게 출입 제한이 필요하다면 이는 연령 제한이 아니라 최소한의 공간 제한으로도 충분하다.

 

국회 접근의 가장 큰 관문은 법안 논의가 실질적으로 이뤄지는 회의장일 것이다. 의원의 의정활동을 감시하기 위해 국회를 방문하고 회의를 방청하는 것은 권리로서 보장돼야 한다. 현행 국회법은 본회의를 원칙적으로 공개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직접 본회의장에 들어가 방청하는 일은 대단한 성의를 요한다. 국회 방청규칙은 회의 방청 요건으로 국회의원, 국회 소속기관의 2급 상당 이상의 별정직, 서기관 이상의 일반직 공무원의 소개를 필수로 하는 탓이다. 실질적인 법안 논의가 진행되는 상임위원회 회의 방청은 조금 더 까다롭다. 상임위원회 방청을 원할 경우에는 위원장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국회법 규정 때문이다. 그러나 위원장의 허가는 자의적 기준에 따라 공개 여부가 결정될 여지가 있고 더 많은 경우 국회는 직접 찾아가 의원들의 법안 논의를 지켜보고 싶다는 국민에게 인터넷 중계방송 시청을 권유하거나 회의장이 좁아 방청석 자리가 없다는 답변을 준다. 특히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는 사안을 논의하거나 민감한 의안을 심의하는 때에는 회의를 비공개하거나 회의 방청 신청을 거부해 사실상 허가제로 운영되는 실정이다. 이런 현실에서 입법과정의 국민 참여 확대를 기대할 수 있을까? 당장 이번 정기국회에서 기초연금과 대기업 불공정 행위 등 경제민주화와 복지 관련된 법안 심의가 어느 정도 개방될지 지켜볼 일이다.

 

물론 국회는 매우 중요한 국가 기관으로, 보안과 안전이 보장돼야 한다. 그러나 국회의 입법 활동 또는 업무에 방해가 되는 행위를 규제하기 위해 일정한 제한이 필요하다면 그것은 최소한의 범위에서 최대한 구체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국회 건물과 대지 전체에 대한 출입 통제가 아니라 업무가 이뤄지는 건물 출입을 제한하고 원칙적으로 국회 공간을 국민들에게 개방해서 국민들과의 접촉면을 넓히는 것이 국회의 근본적 기능에 부합할 것이다. 또한 회의를 방청하는 것도 권리로서 보장되어야 한다. 국회가 국민의 권리를 보장하지 않고 행정 편의적으로 제한해서는 안 될 것이다. 사실상 허가제로 운영되고 있는 회의 방청을 신고만으로도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국회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은 경험에 근거한다. 어떤 국회도 높은 대학 등록금과 불안정한 일자리, 치솟는 전세난을 해결하지 못한다는 반복적이고도 생생한 경험이다. 이런 경험이 공유되는 사회에서 국회는 후하게 인정하더라도 필요악에 머물 수밖에 없다. 국민들의 요구에 응답하지 않는 국회에 대한 불만은 임계점을 넘어섰다. 공간 출입에서부터 입법 논의과정까지 국민들과의 일상적 접촉을 대폭 확대해 경험적 신뢰를 되찾고 국회의 제 기능을 회복해야 할 때다.

 

※ 이 글은 2013년 9월 27일자 프레시안 시민정치시평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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