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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2014.02.07
  • 1164

 

어마무시한 '투표독려 금지법' 부활?

[시민정치시평] 유권자는 들러리로 취급하는 국회

 


이선미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간사

 

선거에서 어떤 이슈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평가받으며 ‘주요한 이슈’로 등극할 것인지, 어떤 정치세력이 ‘주요한 이슈’를 선점할 것인지는 매우 중요하다. 그럼 유권자들이 선거에서 주요 이슈로 부각된 정책에 대해 찬반입장을 밝히는 행위는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을까?

 

회사원 김모 씨는 2010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1인 시위를 했다. 법적으로 따진다면 김모 씨의 행위는 시기적으로 ‘선거일 전 180일부터 선거일까지’에 해당하고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하여’ 광고물을 게시한 것이므로 공직선거법(선거법) 위반이며, 실제 50만 원 벌금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다. 그 앞을 지나던 사람들 중 김모 씨의 1인 시위가 ‘위법한 행위’라는 것을 합리적으로 납득할 사람이 몇 명쯤 있었을까? 무려 선거 6개월 전부터,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하여’라는 모호한 기준으로 시설물 설치를 금지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보는 게 상식적이다.

 

이 사례를 2014년 현재로 가져와 보자. 2012년 선거법 개정으로 온라인 공간에서 의사표현의 자유는 한 단계 진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김모 씨는 여전히 선거법 위반이다. 트위터가 아닌 거리에서 피켓을 이용해 정치적 견해를 밝혔기 때문이다. 선거법은 특히나 오프라인 공간에서 유권자의 자유로운 선거 참여를 촘촘하게 제한한다. 선거일 전 180일, 90일 등 기간 제한이 있을 뿐만 아니라 현수막, 인쇄물, 서명, 집회 등 방법적 규제도 추가된다. 규제 일변도인 선거법은 오히려 선거 시기에 유권자와 후보자, 유권자와 유권자가 직접 대면할 기회를 차단한다. 온라인에서의 표현의 자유만 보장받은 우리는 ‘키보드 워리어’로 살아야 무사할 수 있다.

 

선거마다 유권자들의 피해사례는 발생하는데, 자유로운 선거를 보장하는 방안에 관심을 기울이고 공정한 선거와 자유로운 선거의 조화를 고민하는 정치세력은 없어 보인다. 왜 정치개혁은 항상 유권자 중심이 아니라 정당과 후보자의 관점에서 논의될까. 정치개혁의 전부인 것처럼 논의되는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 여부도 마찬가지다. 정당의 책임정치나 공천 과정의 불공정성을 떠나, 유권자 중 한 사람으로서 좀 억울하다. 선거운동 기간은 짧고 그 기간조차 후보자는 정책을 홍보할 기회가 없으며 유권자는 후보자를 만날 기회가 없는데, 어느 정당의 지지와 추천을 받았는지에 대한 정보도 제도적으로 봉쇄된 채 7장의 투표용지를 받게 될 유권자의 황망함은 왜 고려하지 않는가.

 

또 있다. 지금 국회에는 공정한 선거의 룰을 고민하다가 유권자의 당연한 권리마저 빼앗는 선거법 개정안이 안전행정위원회(안행위)를 통과해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에 계류 중이다. 이른바 ‘투표 독려 금지법’이다. 2012년 18대 국회는 인터넷과 SNS에서의 선거운동을 허용하는 내용과 함께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내용이 없는 단순한 투표 독려 행위는 선거운동으로 보지 않도록 개정했다. 2011년 10월 재보궐 선거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른바 ‘유명인’의 투표 독려 행위를 단속하면서 유권자들에게 풍자와 조롱의 대상이 되었고, 그 후 국회가 사회적 요구를 수용한 것이다.

 

그런데 시행 2년도 채 되지 않은 지난 연말, 국회 안행위는 기간 제한 없이 현수막 등 시설물과 어깨띠, 표찰, 그 밖의 표시물을 사용한 투표 독려 행위를 선거운동으로 규정하는 내용을 합의했다. 투표 독려라고 하더라도 정당이나 후보자의 기호, 명칭을 포함하는 경우 투표 독려를 빙자한 사실상 선거운동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법망을 피해 사실상 선거운동의 일환으로 투표 독려 행위를 하는 사례가 있다고 해서, 유권자의 자발적인 투표 독려 행위까지 제한하는 것은 과잉 규제이며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다.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누구를 선택하더라도 투표는 꼭 합시다’ 또는 ‘우리 아이들을 위해 투표하세요’ 등 특정 정당과 후보자에 대한 지지, 반대하는 내용이 없더라도 현수막과 어깨띠, 표시물을 사용한 투표 권유 행위는 선거운동에 해당한다. 그런데 반드시 짚어야 할 것이 있다. 선거법은 ‘선거운동’을 ‘당선되거나 되게 하거나 되지 못하게 하기 위한 행위’로 정의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 이제 물어보자. 유권자들이 한 표의 가치를 인식하고 투표할 권리의 중요성을 사회적으로 공유하기 위해 거리에서 투표에 꼭 참여하라고 권유하는 것이 ‘당선되거나 되게 하거나 되지 못하게 하기 위한 행위’에 해당하는가? 국회는 악용되는 사례를 막기 위해 국민의 기본 권리마저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우매함을 저질러서는 안 된다.

 

역대 선거에서 다양하게 표출된 유권자의 정치적 표현 행위는 그야말로 유권자 수난의 역사로 기록되었다. 주체와 기간과 방법적 규제를 씨줄과 날줄처럼 두고 있는 선거법, 그리고 이를 방치하고 유권자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정치권이 정치에 관심이 많은 유권자를 범죄자로 만들었고 자기 검열하게끔 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유권자 수난사를 멈출 수 있을까? 온라인 공간이 열렸으니 오프라인에서는 정책에 대한 찬반 입장을 밝히거나 투표하자는 권유 행위마저 금지하는 상황을 용인할 것인지 물어야 할 때다. 유권자의 참여가 배제되고 과열되지 않으며 조용하게 치러지는 선거는 진정 누가 원하는가.

 

 

※ 이 글은 2014년 2월 7일자 프레시안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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