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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2017.02.14
  • 583

촛불시민에 침묵 강요하는 선거법 바꿔야

 

 

 

박근용(참여연대 공동사무처장)

 

 

 

* 광화문 촛불집회 현장에 모인 사람들 - 사진 참여연대

 

 

상식적인 시민이라면 다들 기대하고 있을 박근혜 대통령탄핵 결정이 내려지는 날은, 보궐선거 사유가 확정되는 날이다. 그래서 헌법재판소가 탄핵결정을 한 날부터, 촛불집회는 집시법뿐만 아니라 공직선거법의 단속대상이 된다.

 

예를 들어보겠다. 탄핵결정이 내려진 날, 전국 각지에서는 이를 환영하는 촛불집회가 열릴 것이다. 시민들의 자유발언도 평소처럼 이어진다. 무대에 올라간 사람들은 한결같이 “정말 기분좋습니다. 그런데 박근혜 국정농단에 책임있는 정당에는 표를 주지 맙시다. 대선에서도 꼭 심판합시다”라고 말할 것이다. 시민들도 환호와 박수로 호응한다.

 

집회 다음 날, 무대에서 발언한 시민과 집회주최단체에게 경찰의 소환장이 날아온다. 왜냐고? 선거법 위반했다고. 공직선거법에서는 선거일이 다가오면 선거에 영향을 끼치는 집회는 금지하고(선거법 103조), 법에서 허용한 연설회가 아닌 경우에 확성장치(마이크)를 이용해 선거에 출마한 후보나 정당의 당선이나 낙선에 영향을 끼치는 발언을 하면 처벌(선거법 91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경우. 탄핵결정 후에 대선 예비후보들의 사진을 붙인 길거리 게시판을 만든 뒤에, ‘국정농단 사건에 책임있어서 대선에서 뜨거운 맛을 보아야 할 사람은 누구인가?’ 물으며 스티커 붙이기 이벤트를 할 수 있을까? 이 스티커 붙이기 이벤트는 선거법 제90조 1항 위반(불법 시설물)으로 처벌받는다.

 

 

* 촛불집회에서 검찰개혁에 대한 설문조사 스티커를 붙이는 학생들. 일반적으로 행해지는 정책 캠페인도 방식도 선거법 위반이 될 수 있다. - 사진 참여연대

 

 

하나 더. 새누리당이 18세 투표권 부여를 반대하고 있다. 탄핵결정으로 조기 대선 실시가 확정된 뒤에, 어떤 청소년모임에서 ‘18세 투표권 반대하는 새누리당 규탄한다’고 적은 현수막을 촛불집회장 주변 가로수에 게시했다. 출마할지 모르는 황교안 권한대행을 두고, “박근혜 아바타 황교안 반대”라고 적은 손피켓들고 집회에 나왔다. 둘 다 처벌받는다. 선거에 영향을 끼치는 내용의 현수막이고 선전물이라 선거법 93조 1항 위반이다.

 

미치고 환장할 일이다. 단속, 처벌대상은 수두룩하다. 촛불시민 중에 단속, 수사, 재판을 감수할 자신있는 시민이 아니라면 침묵해야 한다. 인터넷에서는 후보자 비방죄에 걸리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면서 말을 아껴야 한다. 과장하지 말라고? 각종 선거때마다 유권자와 시민단체들이 처벌받은 사례가 쌓여있다.

 

촛불시민은 주권자들이다. 그러나 탄핵결정으로 조기 대선실시가 확정되는 그 순간부터 촛불시민은 선거법의 단속대상에 불과하다. 주권자로서 100일 넘게 대통령 물러나라며 힘껏 외치고 작은 손피켓 한 장이라도 함께 흔들었다. 그런데 선거법이 이제 그만하라고 강요한다. 선거가 다가왔고,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란다. 선거때니까 더 자유롭게 말할 수 있어야 하는데 거꾸로다.

 

촛불시민을 존중한다는 정당들도 관심이 없다. 18세 투표권 확대가 싫은 정당들은, 투표권가진 시민들도 표만 찍으면 되지 자유롭게 말할 자유는 용납하지 않는다. 유감스럽게도 더불어민주당의 우선 개혁입법 22개에도 이 살벌한 선거법 개정은 빠져있다.

 

정당들에게, 대선 출마자들에게 요구하자. 침묵을 강요하는 살벌한 선거법부터 당장 바꾸라고. 2월 임시국회는 아직 끝나지 않았고 3월에라도 바꾸라고 요구하자. 어서 전화하자. 박근혜 탄핵으로 주권자의 역할은 끝났다고 믿는 시민이 아니라면.

 

 

* 이 글은 2017년 2월 14일, 한겨례 '왜냐면' 지면에 실린 칼럼입니다. >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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