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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감시센터    국민이 뽑은 국회의원 국민이 감시합니다

  • 칼럼
  • 2017.05.08
  • 1210

허위사실공표죄, 후보자비방죄 처벌도 '기울어진 운동장'?

정당한 후보 검증 막는공직선거법 251조 폐지해야... 기소와 처벌 공정성도 의구심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과 120여개 노동.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민의를 반영하는 선거법 개혁 공동행동>은 촛불민심을 반영한 근본적인 정치개혁을 위해 공동기획을 시작합니다. 부패와 정경유착, 국정농단과 같은 사태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하고, '헬조선'이 아닌 행복한 민주공화국을 만들기 위해 첫 번째로 바꿔야 하는 것이 바로 선거제도입니다. 선거제도를 바꿔야 정치판이 바뀌고, 그래야만 우리 삶이 나아질 수 있습니다. 공동기획에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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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정국이 지나고 19대 대통령선거 선거를 일주일 가량 앞두고 있다. 선거 기간 동안 정당과 후보자는 자신의 정견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토론하고 전파하면서 경쟁하고, 유권자는 정보를 습득, 분석하고, 지지와 반대를 표현하면서 투표를 결정하게 된다. 선거과정이란 후보자와 유권자 간 의사소통 과정이므로, 민주적 절차 내에서 표현의 자유가 근간이 되어야 한다. 여기서 자유란 외부로부터 부당한 간섭이나 침해 없이 자유롭게 선거과정에 참여함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선거과정의 자유가 실제 보장되어 있는가?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돌입하기 전 선거관리위원회는 사이버상의 1만 8000여 건에 이르는 공직선거법 위반 행위를 단속하였다. 4월 27일 기준, 선관위 단속 게시물의 약 67%가 ‘허위사실공표’와 ‘후보자비방’을 이유로 삭제되었다. 선관위의 온라인 선거운동 단속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대 총선에서도 선관위는 1만7천여 건의 온라인 게시물에 대해 여론조사 결과공표 금지, 허위사실공표, 후보자비방 등을 근거로 삭제를 요청하였다. 이러한 조치가 선거과정의 공정성을 기하고,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정당하겠지만, 선거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약하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면 문제가 된다. 특히 선거범죄로 지목되는 후보자비방죄에 대한 처벌은 선거과정의 자유의 관점에서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문제는 비방의 주체와 대상, 방식과 내용, 그리고 비방죄 성립과 관련된 판단기준과 근거이다.

 

 

후보자비방은 ‘당선되거나 되게 하거나 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선거에 영향을 미칠 의도가 분명한 일종의 네거티브 캠페인이다. 한 후보자가 악의적 의도를 가지고 상대 후보자의 부정, 비리 의혹을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부정적 이미지를 만들어낼 목적으로 캠페인을 전개한다면 비방이 된다. 유권자 역시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자가 당선되도록 다른 후보자에 대한 부정, 비리 의혹을 제기하여 명예를 훼손한다면 이 역시 비방이 된다.

 

 

그런데 후보자와 유권자는 모두, 당선되거나 되게 하거나 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자유로운 선거운동을 전개할 권리가 있다. 선거과정에서 유권자는 다양한 정보를 접하고 공유하는 가운데 후보자에 대한 검증을 하게 된다. 검증은 합리적인 의혹 제기부터 시작된다. 후보자의 재산축적과정이 공정하지 않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것이 후보자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볼 수 있는가? 여기서 명예훼손의 대상은 후보자, 즉 공적 임무를 담당할 가능성이 높은 공인이다. 공적 인물에 대한 검증은 사적인 명예훼손을 뛰어넘어 공공의 이익의 차원에서 다루어져야 한다. 또한 공적 활동 부분까지 비방의 대상으로 간주한다면 비방의 범위가 확대되어 표현의 자유가 훼손될 수 있다. 물론 공적 인물의 출신지역, 성별을 비하하거나, 허위나 거짓정보로 비방한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사실을 적시함으로써 공적 인물의 도덕성이나 자격 검증이 가능하다면 이는 민주적 선거과정의 필수요소가 된다. 공직 후보자의 검증과정은 그 자체로 공익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후보자비방죄의 판단 기준과 근거이다. 선거법 제251조에서는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상대방을 비방’하는 경우 비방죄가 성립되며, ‘진실한 사실로서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않는다’는 단서 조항이 붙어 있다. 비방이란 정당한 이유 없이 상대방을 깎아내리거나 헐뜯는 것이다. 문제는 합리적 비판 혹은 의견표현과 비방을 구분할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게다가 대상이 허구임을 인지할 수 있는 패러디나 공적 인물에 대한 풍자도 비방으로 간주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20대 총선에서 후보자의 논문표절로 박사학위가 취소되었다는 내용의 게시물, 후보를 합성한 풍자 이미지도 비방죄로 인정되어 조치를 받았다. 합리적 의혹을 제기하거나 개인의 가치판단이 포함된 의견 표현을 처벌한다면, 자유로운 의사소통의 장이 가능하겠는가? 이는 자유민주주의 근간인 표현의 자유까지 훼손할 수 있다.

 

 

한편 비방과 비판, 의견표명의 기준을 설정하고 판단하는 주체는 선관위이다. 선관위는 허위사실유포나 후보자비방 온라인 게시물에 대하여 홈페이지 관리·운영자에게 삭제를 요청하거나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에게 취급의 거부·정지·제한을 요청할 수 있다. 선관위의 요청을 받은 운영자나 제공자는 지체 없이 이에 따라야 한다(선거법 제82조의4). 선관위가 중대선거범죄로 판단하는 경우, 검찰에 고발하고 수사를 의뢰하게 되고, 범죄사실이 인정되는 경우 처벌을 받게 된다. 국가기관인 선관위, 검찰의 판단기준과 근거가 공정하고 중립적이어서 악의적인 비방이나 허위사실유포가 줄어든다면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환경을 조성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런데 박경신 오픈넷 이사와 유종성 교수의 ‘1995-2015년 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후보자비방죄 전수조사’ 공동연구에 의하면 이들 죄에 대한 검찰의 기소와 처벌이 한쪽 진영을 비판한 유권자에 집중되었다고 한다. 이 기간 치러진 대선에서 허위사실공표죄의 90.3%, 후보자비방죄의 80.3%는 보수 진영 후보를 비판했다가 기소를 당한 경우라고 한다. 연구결과를 볼 때, 판단과 처벌의 주체가 공정하고 중립적이었는지, 혹은 자의적이고 편향성을 지녔는지에 대해 의구심이 든다.

 

 

시민사회에서는 후보자비방죄를 명시한 공직선거법 251조가 폐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조항이 유권자의 정당한 후보자 검증과 비판을 막는 족쇄라는 이유에서이다. 2013년 헌법재판소는 후보자비방죄에 대해 합헌결정을 내렸지만, 실제로 재판관 4대 5로 위헌 의견이 더 우세하였다. 위헌 의견을 낸 재판관들은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의 시기, 기준, 범위의 제한이 없고, ‘선거의 공정이라는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적합한 수단이라고 볼 수 없다’는 점을 제시하였다. 공적 사안에 대해 사실을 표현하는 행위가 비방으로 간주되어 처벌되는 것은 위헌의 소지가 높다고 해석될 수 있다.

 

 

선거는 국민의 자유로운 의사와 민주적 절차에 의해 공정히 행하여져야 한다. 민주적 선거과정에서 자유는 수단이 아닌 목적이며 핵심 가치이다. 공적 인물의 공적 사안에 대해 사실을 말하는 것을 비방으로 처벌받는다면 유권자의 적극적 참여와 선거과정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유권자의 의혹제기를 통한 후보자 검증은 ‘진실한 사실로서 공공에 이익에 관한’ 예외적인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공공의 이익이 된다. 표현의 자유는 자기실현의 핵심이며, 자유로운 토론과 대화가 보장되어야만 선거의 민주성, 더 나아가 국가의 정통성까지 인정받게 되는 것이다.

 

 

ㅣ 정하윤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실행위원

 

 

이 글은 5월 6일에 오마이뉴스 10만인 클럽에 게시되었습니다.

 


200여개 노동시민사회단체가 함께하는 <민의를 반영하는 선거법 개혁 공동행동>은 선거법 피해 신고센터(https://goo.gl/ht4C8K)에서는 제19대 대선을 앞두고 선거법 위반으로 게시물이 삭제되거나, 선관위와 경찰에게 단속받은 사례를 신고 받고 있다. 이들은 선거법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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