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감시센터 칼럼(aw) 2007-04-27   1290

<안국동窓> 또 다시 정치부패 수렁에 빠진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

정치권의 고질병이 도지고 있다. 지난 대선의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여기저기서 썩은 냄새가 진동을 하고 있다. 노무현 후보 진영의 불법자금이 검차수사결과 발표된 것의 2-3배가 된다는 전검찰총장의 발언만으로도 국민들은 어안이 벙벙한데, 한나라당의 돈 공천 혐의에 이어 후보매수시비, 그리고 벌금대납은 마치 선거부패의 대표 3종 세트를 애써 골라서 내놓은 듯하다.

대선자금에 발목이 잡혀 국정의 최고 책임자로서는 차마 할 수 없는 1/10 발언을 해야 했고, 당사를 버리고 천막당사로 가야하는 수모를 겼었음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돈 선거얘기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한술 더 떠 개혁국회를 자처하며 구성된 17대 국회가 ‘싸움판 국회’라는 비아냥을 들은 것만으로 모자라 로비자금을 받고 입법을 했다는 의혹마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지금의 난장판보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 닥쳐올 재앙이다. 현행 정치자금법 아래에서는 2002년 대선보다 더 막대한 음성자금을 동원하게 될 것이 불을 보듯 한데도, 정치권은 이를 바로 잡기 위한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고 있다. 어차피 정치자금법이 있으나마나 음성자금에 의존하기 마련이라는 심산인지 정치권은 눈감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정말 더 늦추어서는 안 된다. 다음 정부도 대선자금의 수령에 허덕이게 해서는 대한민국에는 미래가 없기 때문이다. 부패에 대한 유권자의 경고가 얼마나 엄중한 것인지 4.25 재보선을 통해 다시 한 번 확인했다면 정치권은 더 이상 정치자금법 개정 목소리에 귀 막고 있어서는 안 된다.

개정의 원칙은 투명하게 모아서 투명하게 쓰도록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 지금처럼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법정비용의 총액만 낮추어 놓는다고, 그리고 돈줄만 막아 놓는다고 깨끗한 선거를 치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경제에서는 악화가 양화를 구축할지라도 정치에서는 양화가 악화를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을 믿고 양화가 들어올 수 있는 길을 열어줄어야 한다.

첫째, 대선자금의 총액제한은 현실성이 있어야 한다. 지난 대선의 경우, 중앙당이 200억 원, 시도지부당이 약 200억 원의 후원금을 모금할 수 있었고, 거기에 더해 선거보조금 약 100억 원, 선거자금 사후보전이 140억 원이 제공되어 모두 약 640억 원의 돈을 조성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의 경우 800억 원대의 음성자금을 모금하였다. 이는 선거자금의 실질적인 총액이 약 1,000억 원에서 1,500억 원에 달하는 것이었음을 추정케 하는 대목이다. 2002년 선거가 끝난 이후 시민단체들의 대체적인 평가는 “깨끗한 선거”였다는 것이었음을 감안하면 2002년 대선의 법정비용 320억 원은 현실적으로 지키기 어려운 턱없이 적은 돈이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 (KTF의 1사분기 광고비용이 3,691억 원이나 된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라)

둘째, 대통령 후보는 후보후원회를 통해 필요한 선거자금을 모금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금과 같이 당비와 국고보조만으로 선거에 필요한 자금을 모두 조달하라는 것은 눈치껏 알아서 음성자금에 의존하라는 것과 다름이 없다. 또한, 당비를 걷을 수 없는 무소속 후보는 출마를 하지 말라는 말이나 다름없으며(2004년 법 이전에는 후보후원회는 인정하지 않는 반면 정당후원회는 인정하고 있었기 때문에 기존의 정당에 소속되어 있지 않은 자가 대선에 출마하고자 할 때에는 정당을 만들지 않을 수 없었는데, 이것이 한국사에서 포말정당이 난무하게 되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국고보조를 받을 수 없는 군소정당 역시 공정한 선거를 치를 수 없게 된다. 이는 정치부패를 막는다는 차원에서 뿐만 아니라 정치적 기회균등의 차원에서도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셋째, 정당 역시 후원회를 둘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당비 내는 당원이 중심이 되는 대중정당모델은 집단주의에 기초하고 있는 산업사회에는 적합한 모델이었지만, 개인주의가 강화된 정보화 사회에서는 적합한 모델이 아니다. 이 때문에 현존하는 대중정당모델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는 영국의 노동당조차도 후원회를 통한 모금을 확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를 감안한다면, 당원이 당비를 내는 대중정당의 전통은 전무한, 돈을 받고 입당원서를 쓰던 우리 정당역사에서는 도저히 작동할 수 없는 모델이다.

넷째, 수입과 지출의 투명성은 강화되어야 한다. 정치자금의 숨통을 열어주자는 것이 돈정치를 강화하자는 얘기는 아니다. 국민에게 공개할 수 있는 돈을 받도록 하자는 것이다. 2004년 정치자금개정법에 의해서 정치자금 기부 공개제도가 도입되기는 했지만, 아직은 미완성이다. 법을 강화해 기부자의 공개제도가 제대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섯째, 후보들의 팬클럽의 활동에 대해서도 규제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현행법상으로는 정작 정당과 후보는 모금을 할 수 없음에 반해, 정치인들의 팬클럽은 모금활동을 하고 있어 음성자금의 우회적인 루트가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따라서 팬클럽이 단순한 온라인상의 모임을 지나 공개적인 홍보활동을 하는 경우에는 자금의 출처를 밝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팬클럽이 음성자금의 온상처로 악용될 위험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김민전 (경희대 교수, 의정감시센터 실행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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