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감시센터 칼럼(aw) 2009-10-23   1363

2009년 국정감사를 평가하는 세 가지 시선


2009년 국정감사를 평가하는 세 가지 시선

2009년 국정감사가 토요일(23일)로 끝이 났다. 물론 정보, 여성, 국회운영위원회 등 겸임 상임위 국감은 11월에 계속되니 아직 공식적으로 끝이 난 건 아니다. 그러나 짧은 기간에 수많은 이슈들이 언론지상을 장식하는 ‘이벤트’는 끝이 났으니 국회도, 행정부도 이제 예산문제로 중심을 이동할 것이다. 이제 20일간의 국감이 무엇을 했고, 어떤 성과와 한계를 남겼는지 돌아볼 때이다. 국감에서 워낙 많은 이슈들이 다뤄졌기 때문에 하나하나를 평가하는 것은 이 글의 지면도, 필자의 능력도 허락하진 않은 일이다. 다만 일기장에 써놓지 않으면 사라질 느낌마냥, 기록하지 않으면 지워질것 같은 몇 가지 단상을 적어보고자 한다.


하나. ‘정쟁 vs 정책?’, 정치불신 조장하는 언론

올해 국정감사에서 다뤄져야 할 사회적 난제들은 수없이 많았다. 국감 시작전에 참여연대도 <정부에게 꼭 따져물어야 할 43가지 과제>를 발표한 바 있지만, 대표적으로 4대강 사업, 세종시 문제, 효성 비자금 의혹, 용산참사 해결, 쌍용차 과잉진압, 정부의 언론통제, 국정원·검찰·경찰 등 권력기관의 권력 남용, 비정규직 등 일자리 대책, 사교육비·전세 대란 등  지난 1년간 정부 정책의 과오를 지적하고 시정을 요구해야 할 문제가 많았다. 물론 이상적으로 국감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입법부가 국정을 통제하는 장치로서 기능을 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의 국감은 자신의 정치철학을 대통령의 그것과 동일시하는 수많은 여당의원들이 행정부의 과오를 지적하는 야당과 대립하는 양상을 띠게 된다. 따라서 명백한 행정부의 잘못조차 감싸기에 급급한 여당의 태도를 비판하고, 날카롭게 핵심을 파고들지 못하는 야당의 무능력을 지적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쟁점을 두고 여야가 벌이는 정치적 논쟁을 ‘정쟁’이라는 단어로 뭉뚱거려 비판하는 것은 극도로 조심해야 할 태도이다. 무엇이 ‘정책’이고 무엇이 ‘정쟁’인가? 정부여당과 야당이 대립하는 (위에 언급된) 한국 사회의 난제들 중에 ‘정책’ 아닌 것이 무엇이 있나? 정부정책을 둘러싼 여야대립을 ‘정쟁국감->국감무용론’으로 연결시키는 일부 언론의 레퍼토리는 결국 건전한 정책 비판을 봉쇄하고, 국민들의 정치불신을 가져올 수 밖에 없다. 이러한 불신감은 결국 자기예언적 ‘국감무용론’으로 이어져 정부가 무비판적으로 정책을 집행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여야 대립이 정회와 파행으로 이어지는 것은 여야의 정치력 부재로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파행도 사실 고도의 정치행위로 볼 수 있다”는 어느 여당 초선의원의 말이 일부언론의 보도태도보다 훨씬 더 국감을 현실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라고 본다.

둘. ‘부실자료제출, 불성실 태도’, 한층 업그레이드된 행정부의 국회 무시

매년 반복되는 문제이지만 국감이 그 실효성을 의심받는 주요한 이유 중 하나는 행정부의 국감 무시, 국회 무시 태도 때문이다. 특히 부실한 자료 제출과 불성실한, 때로는 고압적인 행정부 관료의 답변 태도는 국감 때마다 지적되는 문제이다. 올해도 상임위 곳곳에서 행정부의 불성실한 자료 제출에 대한 고성이 이어졌다. 전현희 의원(민주당)은 식약청의 한 관료가 추가 자료를 요청하는 의원 보좌관에게 ‘국감장에서 답변하면 될 것 아니냐. 너무 파헤치면 다칠 수 있다’고 답변했다고 한다. 국회 무시를 넘어 협박에 가깝다. 또한 여당 의원인 박순자 의원(한나라당) 조차 보좌관의 자료제출 요구에 지식경제부 사무관이 “국회에서 국감하면서 엿먹으라고 자료요구를 했는데 엿먹어 드려야죠”라고 답변한 사실을 공개하였다. 환경과학원은 4월부터 요구한 4대강 관련 자료를 국감시작 30분 전에 A4 16박스로 제출한 일도 있었으며, 건강보험공단은 부실한 자료제출로 작년에 이어 올해도 재국감을 받는 일이 벌어졌다.

국감은 단지 행정부의 잘못을 추궁하는 자리일 뿐만 아니라, 향후 의원들의 예산 심의와 법안 작성의 근거가 될 행정부 자료들을 공개, 취합하는 데도 그 의미가 있다. 국감 시기에조차 불성실한 자료 제출 행태가 난무하는데 평상시 의원실의 요청에 얼마나 행정부가 성의있는 태도를 보일지 의문이다. 더욱이 국감장에 나와 답변하는 일부 행정부, 산하기관 관료들의 태도는 더욱 가관이다. 국감 초반 거짓말 좀 하지 말라는 의원 질타에 “피장파장입니다”라고 응수하여 지적을 받았던 이만희 환경부 장관은, 지방 환경청의 국정원 일일보고의 진상 추궁에 “개밥의 도토리처럼 발생한 일”이라는 등 불성실한 답변 태도를 이어갔다. 또한 한나라당 3선 의원 출신의 임인배 한국전기공사 사장은 불성실한 자료 제출에 대한 지적에 “그런 통계는 일일이 확인해야 해서 나는 자세한 거 모른다. 담당자한테 물어보라”며 실무자에게 마이크를 넘기더니, 급기야 “나중에 (지경위 의원들이) 사장 한 번 해보라”는 말을 서슴치 않다가 강제퇴장 당했다. 이러한 불성실, 무성의 답변 태도는 단지 몇 몇 관료들의 문제라고 치부할 일이 아니다. 설사 의원들의 자료 제출요구가 과다하거나, 일부 몰지각한 의원들이 수준 이하의 질의를 하더라도, 의원들에 대한 평가와 항의는 국민들의 몫으로 돌려야 한다. 불성실한 자료 제출과 ‘당당함을 가장’한 반의회적이고, 고압적이며, 무성의한 태도는 행정부의 몫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국감은 국민의 대표인 입법부가 행정부를 감사하는 것이며, 백번 양보해도 행정부가 ‘갑-을’의 관계를 탈피할 수는 없으며, 탈피해서도 안된다. 그러나 결국 매년 반복되는 행정부의 태도 문제는 제도적, 정치적 해결의 당사자인 국회가 스스로의 권위를 깍아내린 것에서 원인을 찾아야 한다. 그래서 문제는 다시 국회, 그리고 정당이다.



셋. ‘정치력 부재, 말로만 상시국감’, 문제 해결 의지 없는 국회의원

국감을 둘러싸고 해마다 제기되는 대표적인 문제가 ‘국감 파행’이다. 올해는 예년에 비해 전반적으로 파행일수가 줄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교육과학기술위원회의 경우 정운찬 총리 증인채택 문제 등으로 6일간 공전을 거듭했다. 야당은 정운찬 총리의 서울대 총장 시절 겸직과 인사청문회 위증 의혹을 제기하였고, 여당은 이를 ‘정치적 흠집내기’라고 치부하며 극한 대립으로 치달았다. 결국 여야 정치권의 정치력 부재로 그나마 짧은 국감기간의 1/3을 헛되이 낭비하고 산하기관에 대한 감사는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정작 인사청문회 기간에 의혹을 파해치지 못하고 국감까지 끌고온 야당의 능력도 문제지만, 50%에 가까운 국민이 ‘정운찬 총리의 의혹이 사실이라면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하는 마당에 이를 한낱 ‘정치공세’로 치부하는 한나라당의 인식은 놀랍기 그지 없다.
결국 의혹은 의혹대로 그대로 남아있고, 국감은 국감대로 제대로 진행하지 못한 1차적 책임은 여당에게 있다. 국감 때마다 반복되어온 행정부의 불성실 자료 제출을 해결하는 자세도 마찬가지이다. 야당과 정책에 대한 논쟁을 벌이더라도 국회 자체의 권위를 무시하는 행정부의 행태는 여당이 앞장서 바꿔야 할 것이 아닌가.

벌써부터 언론에 쏟아져 나오는 ‘상시국감’ 체제로의 제도 개선 논의는 다시 언급하기도 민망하다. 포털 뉴스 검색창에 ‘상시국감’을 검색해보라. 지금의 민주당이 여당이었던 시절부터, 상시국감이 제기된 지가 벌써 몇 년인지 모른다. 물론 제도만으로 모든 문제가 일거에 해결될 수는 없지만, 많은 전문가들이 국감에서 제기되는 상당수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대안으로 제시하고, 여야를 가리지 않고 공감했던 것이 ‘상시국감’이다. 그런데도 왜 아직까지 제도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나? 여든 야든 국회의 제1의 소임은 국민을 대신해서 정부를 감시하고, 법을 만들고, 국가 재정을 심사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답은 벌써 나왔을 일이다. 자신의 역할을 더 잘하기 위해 룰을 개선하는 것이 뭐 그리 어려운 일인가. 스스로 합의한 사항조차 이행하지 못하는 것이 결국 ‘정치 불신’을 키운다는 것을 깨달았으면 한다.

국민의 상식적인 기대에 부응하는 국회를 위해 여당이 앞장서길 바란다

또 한번의 국감이 끝났다. 상식적인 국민이라면 무엇을 기대하고 있을까? 무엇보다 매년 국감을 ‘부실’로 만든다고 제기되었던 각종 문제가 해결되어야 할 것이다.  예결산 전후로  ‘전체 상임위가 수백개의 피감기관’을 동시에 감사하고, 피감기관이 ‘불성실한 자료제출과 답변’을 해도 별다른 제재 없이 지나가는 제도와 관행을 바꿔야 한다. 내년에도 똑같은 지적과 개선점이 반복되는 악순환을 이번에는 반드시 끊어야 한다.

또한 이번 국감에서 각 상임위별로 쟁점이 되었던 수많은 한국 사회의 난제들을 해결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여당의 태도가 바뀌어야 한다. 4대강 사업, 효성 비자금, 정운찬 총리의 총장시절 겸직과 인사청문회 위증 문제 등 국감기간 제기된 문제들에 대해 국민들의 의혹은 더욱 커진 상태다. 선거를 앞둔 야당의 ‘정치공세’나 ‘흠집내기’ 따위의 언사로 포장하더라도 국민들은 행정부의 과오를 방어하는 데 급급한 여당의 모습을 꿰뚫어 보고 있다. 국정조사든 청문회든 의혹을 해결하는 데 필요한 방안을 앞장서 강구하고, 난제들을 차례로 해결해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앞서 언급했지만 국회는 국민의 대표로서 행정부를 감시, 견제해야 할 임무를 띄고 있다. 2009년 국정감사를 끝내는 지금, 국회의 존재이유를 다시 되새기고, 국민의 ‘상식적인 기대’에 부응하는 국회를 만들기 위해 앞장서는 여당의 모습을 기대한다.

사족: 예의상 국정감사를 준비했던 의원실, 행정부 관료들에게 “고생했다”는 한 마디는 해줘야 하지 않을까 싶다. 알만한 사람들은 알겠지만, 행정부 관료들 국감 자료 준비하느라 고생깨나 했을꺼다. 의원 보좌진들은 또 어땠겠나. 국감 시작전부터 자료 요청하고 분석하고 질의서 작성하느라 주말은 커녕 밤낮없이 일했을 거다. 그 고생, 국감 후에 어떤 평가를 받았던 간에 몸과 마음이 힘들었던 것만큼은 인정해 줘야 한다. 물론 그 고생의 결과가 (거창하게 말하자면) 2009년 한국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어떠한 기여를 했는지는 분명 다르게 평가되어야 할 문제이지만 말이다.
                                                                 

                                                                        <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황영민 간사>

첨부파일: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실시간 활동 SNS

텔레그램 채널에 가장 빠르게 게시되고,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