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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2010.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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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위, 선거법 비판 연속기고①]

선거법과 선관위를 경계함


김종철 (연세대 교수·헌법학)

지방선거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는데도 선거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고 있다. 천안함 침몰로 인한 특수상황임을 생각하더라도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침체된 선거 분위기에는 선관위도 한몫하고 있다는 인상이 짙다. 선관위는 종교계와 시민단체들의 4대강 사업 반대운동이나 무상급식 확대운동에 대해 선거법 위반 혐의를 두고 단속 의지를 지속적으로 밝혀왔다. 또한 트위터를 활용한 선거 관련 표현에 대해서도 규제를 계속하고 있다. 반면 유사한 사안이더라도 정부·여당의 활동에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일 뿐만 아니라 경찰의 부적절한 활동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등 오래전에 치유된 것으로 여겨지던 관권선거의 망령을 되새기게 만들고 있다.

선관위가 이렇듯 관권선거 시비에 휘말릴 수 있는 근원적 배경에는 선거법이 있다. 선거법은 가장 자유로워야 할 축제의 장인 선거를 부자유스런 사회통제의 수단으로 전락시키고 있다. 국민의 대표자가 되고자 하는 동료 국민이 누구이며, 그 정책은 무엇이고 정치적 이력이 어떠한지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습득하지 아니한 상태의 선거는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 선거법은 유권자의 선거참여를 극도로 제한함으로써 자유선거의 원칙을 허울로 만들고 있다.

무엇보다 공직선거법상 규제 대상과 방법에 대한 기준이 법치주의가 요구하는 명확성의 원칙이나 ‘과도하게 광범하므로 무효의 원칙’을 제대로 준수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입법환경 속에서 선관위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으로 공권력을 자의적으로 행사할 환경을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선관위가 유권자운동을 규제하는 근거로 활용하는 공직선거법상의 여러 규정들은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하여”라는 모호하고도 매우 광범위한 행위를 포괄하는 규정을 기준으로 현수막 등 표현물의 게시, 트위터나 집회 등을 이용한 표현행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서명운동은 원천봉쇄하고 있다. 단체의 선거활동도 오로지 홈페이지 등 제한된 매체를 통해서만 가능하고 일반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대부분의 행위가 금지되는 것이다.

결국 선거기간 중 선거 쟁점을 놓고 주권자들이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기본적인 수단이 원천적으로 봉쇄된 것이다. 이런 상항에서 정책이나 후보자 및 정당에 대한 충실한 검증이 어떻게 가능할지 의문이다. 민주국가에서 무엇을 위한 선거인지가 실종된 셈이다. 물론 선거과정이 과열되어 무질서하게 진행되는 것을 방임할 수는 없다. 돈이나 사회적 지위가 위력을 발휘하여 국민의 자유로운 선택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바로 이러한 공정선거의 요청은 자유선거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적 성격을 가지는 것이며 이를 빌미로 선거의 본질인 유권자의 자유로운 선택을 방해하는 것을 정당화하는 데 오용되어서는 안 된다.

결국 선거가 자유민주질서에서 차지하는 의미를 고려할 때 그 과정에서 말과 행동은 풀되 돈은 묶어야 한다. 공정을 빌미로 자유로운 선거활동을 규제하는 것은 매우 엄격한 요건하에서 필요 최소한에 그쳐야 하는 것이다. 설령 입법이 그러한 재량을 광범위하게 부여하고 있더라도 집행기관인 선관위는 헌법정신에 따라 제한적인 집행에 나서는 것이 법치주의의 원리에 부합한다.

천안함과 함께 수몰된 장병들의 원혼이 지키고자 하는 대한민국의 가치는 무엇이었을까? 그들의 부모형제, 가족이 모두 주인 되는 민주공화국임을 그 누가 부인하랴. 국민의 자유로운 대표선택권을 부인하는 선거법과 선관위야말로 가장 경계해야 할 대한민국의 주적이다.
 

※ 이 글은 한겨레 5월 8일자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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