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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2012.01.09
  • 1625

 

청목회법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하는 이유
[주장] 청목회법은 기업 영향력 증대에 대한 규제장치가 없다

 

 

이승희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5일 유원일 의원은 <청목회법 부정하면 서민정치 더 어려워진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최근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정치자금법 개정안(이하 이른바 '청목회법')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필자는 유 의원 스스로 "정치가 제 역할을 못하는 점이 늘 송구스럽"고 "청목회법에 쏟아지는 질타에 변명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면서도, "하지만, 매를 맞더라도" 청목회법을 만들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를 설명하고 국민의 이해를 구하고자 하는 그의 진정성을 인정한다.

 

또, 유 의원의 주장에 동의하는 부분이 적지 않다. 그러나 시민단체까지 나서서 비판하는 것을 보고 "매를 맞기로 결심했다"는 유 의원 역시 참여연대가 청목회법을 비판하고 재논의를 촉구하는 이유를 보다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청목회법을 둘러싼 논란의 핵심은 현행 정치자금법 제31조 제2항 "누구든지 국내·외의 법인 또는 단체와 관련된 자금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다"는 조항이다. 청목회법은 이 조항 중 '법인 또는 단체와 관련된 자금'을 '법인 또는 단체의 자금'으로 고치는 것이다.

 

'법인 또는 단체와 관련된 자금'이라고 규정할 경우 법인 또는 단체의 고유자산 뿐 아니라 그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정치자금을 모금한 경우에도 그 법인 또는 단체가 모금을 주도했다면 이는 '법인 또는 단체와 관련된 자금'에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되고, 바로 이 조항이 적용되어 청목회 회원들로부터 10만 원씩 후원금을 받은 국회의원들이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것이 이른바 '청목회 사건'이다.  

 

유권자가 자신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정당이나 정치인을 후원하고, 후원을 받은 정당이나 정치인은 자신의 지지계층을 대변하여 입법활동을 벌이는 것이 전혀 문제될 일은 아니다. "정치후원에 대가성을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은 대의민주주의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는 유 의원의 주장은 이런 맥락에서 일리가 있다.

 

나아가 유권자들이 모여있는 단체의 경우도 단체 또는 구성원의 이름으로 정치활동을 할 수 있고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있으며, 따라서 단체의 자금 또는 단체와 관련된 자금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이 있다. 특히 특정 단체가 구성원들로부터 자발적으로 모금하여 후원금을 전달하는 것까지 금지하는 것은 지나치게 과도하다는 것이다.

 

 

2010년 헌법재판소 "단체와 관련된 자금은 기부할 수 없다"

 

이와 관련 2010년 12월 28일 헌법재판소는 조합원들로부터 정치자금을 모금하여 국회의원 후보자에게 기부한 혐의로 기소된 노동조합 위원장 등이 제기한 헌법소원심판 청구 사건에서 "단체와 관련된 자금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다"는 조항이 합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이 결정문의 다수의견에 따르면, 단체의 자금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하는 것을 금지하는 입법목적은 첫째, 개인에 비하여 자금동원력이 강한 단체의 이익이 상대적으로 정치체제에 과대하게 대표되는 것을 막고, 둘째, 단체 구성원의 의사에 반하는 정치자금 기부로 인하여 단체 구성원의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가 침해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단체의 자금'만을 금지하지 않고 '단체와 관련된 자금'까지 규제하는 이유는 "자금의 모집에 단체가 주도적으로 관여하는 때에는 여러 가지 직간접적인 압력으로 개인의 진정한 의사형성을 방해하거나 왜곡할 우려가 있고, 개인의 정치적 의사형성이 온전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범위에서의 단체의 관여를 일반적, 추상적으로 규범화하여 허용하는 것은 입법기술상 곤란"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진보여론과 시민사회단체들이 청목회법에 대해 비판하는 논지는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반면 조대현, 목영준, 송두환 등 3명의 재판관은 소수의견을 통해 단체의 정치활동의 자유를 보장하면서도 다수의견이 제기하는 문제를 보완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들은 위 조항, 근본적으로는 단체의 정치자금 기부를 금지하는 조항이 단체의 정치적 활동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여 헌법에 위반되는 면이 있다며 헌법불합치 의견을 냈다.

 

그러면서 "단체의 정치자금 기부를 전면적으로 금지하기 보다는 정치자금 기부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대체수단을 마련하여 입법목적을 달성하면서도 정치적 활동의 자유에 대한 제한을 필요최소한 범위내로 한정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이 제시한 보완 대책은 예를 들어 ▲ 단체 간의 자금 동원력에 따라 불공정한 결과가 발생하지 않게끔 단체들이 기부하는 정치자금의 한도를 정한다거나 ▲ 단체가 통상의 예산과 별도로 정치자금으로 기부할 목적을 공개적으로 밝혀 조성한 재원만을 기부할 수 있게 하거나 ▲ 단체 구성원의 의사가 왜곡되지 않게끔 단체 본래의 목적에 부합하는 경우에만 정치자금을 기부하도록 하거나 ▲ 단체 구성원에게 모금 및 기부를 거부할 권리를 보장하는 방안 등이다.

 

 

기업 영향력 증대 제한 없이는 '1%' 재벌 이익에 포획될 수도

 

그러나 청목회법은 "정치적 활동의 자유에 대한 제한을 최소화하면서도 정치자금 기부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대체수단"을 하나도 갖추지 못하고 있다. 단체 간 자금동원력의 차이를 고려하여 모금한도와 기부한도를 설정하고, 별도의 독립기금을 설치하여 모금하도록 하며, 기부자의 명단과 기부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등 법인 또는 단체의 모금을 허용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신중하게 검토한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청목회법에 대해 정치자금 제도의 합리적 개선보다는 동료 국회의원들의 이익을 위해 졸속으로 만들어진 법안이라는 비판이 쏟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참여연대는 이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이 조항을 포함하여 정치자금법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합리적인 개선안을 마련할 것을 촉구해왔다.

 

특히 우려되는 문제는 기업이 직원들로부터 정치자금을 모금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이다. 정치자금법은 "누구든지 업무·고용 등 다른 사람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관계를 이용하여 부당하게 기부를 강요하는 방법으로 기부를 알선할 수 없다"는 조항을 두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기업 현실에서 이 조항은 실효성을 갖기 어렵다.

 

작년 8월 전경련의 '최근 대기업 정책 동향 및 대응방안'이라는 내부문건이 폭로되어 논란이 된 바 있다. 회원사들을 동원하여 여야 지도부와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대기업 규제 입법을 저지하기 위한 활동을 계획한 문건이다. 유 의원 스스로 밝혔듯이 "늘 돈 문제로 쩔쩔 매는" 국회의원들이 자금동원력이 상대적으로 우수한 재벌기업들로부터 손쉽게 후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된다면, 이와 함께 (가난한 노동조합은 국회의원 몇 명에게만 정치자금을 모아줄 수 있는 상황에서) 재벌기업들이 모든 국회의원에게 후원금을 모아줄 수 있게 된다면, "1%에 불과한 "재벌과 특권층에 휘둘려 비판받는 정치권"이 "99% 서민과 중산층의 이해를 제대로 대변"하는 정치권으로 새롭게 태어날 수 있을까?

 

이는 결코 기우가 아니다. 모든 법인과 단체의 정치자금 모금과 기부를 허용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에도 노조나 비영리단체, 협회 등에 비해 기업들의 정치자금 기부액의 비중이 월등히 크다. Political Action Commitee(PAC)라는 별도의 모금조직을 설치하도록 하고 모금액과 기부액에 상한선을 두고 있는데도 말이다.

 

 

정개특위에서 부작용에 대한 검토와 대안 마련해야

 

참여연대는 단체가 구성원들로부터 정치자금을 모금하는 것을 사실상 금지하는 현행 정치자금법 조항이 지나치게 과도한 면이 있다는 주장에 공감한다. 또한 검찰이 '대가성'의 잣대로 정치후원금을 무차별 단속하는 문제 역시 심각하다고 본다.

 

그러나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규제를 완화할 경우 예상되는 부작용에 대한 신중한 검토와 이를 예방할 수 있는 합리적 대안, 그리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충분한 절차를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들의 수척 억대 비자금, 2002년 대통령 선거 '차떼기' 불법정치자금 사건 이후 국민적 합의를 통해 마련된 현재의 정치자금법은 상당한 정당성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임시국회에서 청목회법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될지 여부에 국민들의 관심이 쏠려있다. 유 의원의 주장대로 청목회법이 정치활동의 자유를 보장하는 길, 서민정치를 실현하는 길로 한 걸음 더 나아가자는 취지라면, 제기되는 여러가지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을 만들어 설득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행 정치자금법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합리적인 대안을 합의하고 설득해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 과정은 청목회법을 국회 정개특위로 다시 넘겨 검토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 이 글은 유원일 의원이 12월 15일자에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글 <청목회법 부정하면 서민정치 더 어려워진다>에 대한 반론 성격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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