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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2012.10.18
  • 1902

 

투표시간 연장 요구에 난데없는 ‘음모론’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황영민 간사

 

투표시간 연장 요구에 대한 새누리당의 대응이 갈수록 비이성적이다. 논란이 불거진 뒤 새누리당은 ‘선거일에 직장인의 절반이 출근하는 현실과 고용계약상의 불이익으로 투표시간을 요구하기 어려운 점’ 등 투표 불참의 구조적 원인은 도외시한 채, ‘한국의 투표율은 선진국보다 높다’는 등 사실과 다른 주장을 펼친 바 있다. 나아가 ‘투표는 성의의 문제’라는 식의 유권자를 탓하는 발언으로 물의를 빚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급기야 새누리당은 투표시간 연장 요구에 대해 ‘음모론’까지 제기하고 나섰다.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지난 8일 ‘민주당의 투표시간 제기 이후 시민단체나 노조단체 등에서 맞장구를 치고 나오는 배경이 의심스럽다’며 마치 민주당 대선 전략을 위해 시민사회단체가 투표권 요구를 하는 것처럼 공격했다. 그는 또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선이 코앞인데 혼란을 줄 수 있다’며 투표시간 연장으로 대혼란이라도 올 것처럼 주장했다.

 

 

그러나 시민사회의 투표권 보장 요구는 이미 10년 넘게 지속돼왔다. 민주노총 등은 2000년대 초반부터 투표에서 구조적으로 배제된 노동자들을 위해 ‘투표시간 연장과 선거일 유급휴일 지정’을 요구했으며, 참여연대도 제18대 국회에서 투표시간 연장법안을 입법청원하고 국회의 논의를 촉구해왔다. 시민사회의 상식적인 요구가 이제야 국회에서 논의되는 것을 반성해도 모자랄 판에 ‘음모’와 ‘혼란’을 들고나오는 궁색함이 놀라울 따름이다.

 

 

역설적이게도 새누리당 의원들도 투표시간 연장 등 투표권 보장을 위해 의정활동을 벌인 바 있다. 제18대 국회에서 김을동·노철래·이명수 의원 등이 투표시간 연장을 위한 선거법 개정안을 공동으로 혹은 대표로 발의한 바 있고, 유정현 전 의원은 2010년 국정감사에서 여론조사까지 한 뒤 투표시간 연장의 필요성을 역설한 바 있다. 또 이번 국회에서도 이만우 의원은 선거일을 유급휴일로 하자는 근로기준법을 공동발의했고, ‘투표는 성의의 문제’라고 말했던 이정현 전 의원도 제18대 국회 당시 선거일이 포함된 ‘공휴일에 관한 법률안’의 제정을 공동발의한 바 있다. 새누리당은 자당 의원들의 의정활동까지 음모이고 혼란을 부추기는 활동이라고 보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투표권 보장은 정치적 셈법의 대상이 아니다. 투표시간을 연장하고 선거일을 유급휴일로 지정해 적어도 ‘투표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유권자는 없어야 한다는 상식적인 요구다. 이런 점에서 야당도 투표권을 보장하라는 시민사회의 요구를 이제야 뒤늦게 수용한 점을 반성해야 한다. 제17·18대 국회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관련 법안을 발의했으나, 당내에서 진지한 논의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번 대선에서 지지층을 결집하거나 정치적 공격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데 목적을 두어서는 안 될 것이다.

 

 

대선이 6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제는 여야 후보들이 이 문제를 공개적으로 논의하고 해법을 찾아야 한다. 여야도 서로 입씨름만 할 것이 아니라 진정성 있는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 투표시간이 연장돼 투표율이 높아지면 특정 정당에 유리하고 불리해지는 것이 아니라 선출된 후보자의 민주적 정당성이 강화된다. 국민의 참정권을 보장하자는 논의를 다음 지방선거로 미룰 이유가 있는가? 아직도 민주적 기본권과 민주주의의 문제에 정략으로 대응하는 이가 있다면 투표시간 연장을 요구하는 어느 시민의 손팻말에 쓰여 있던 글귀를 되새겨볼 일이다. “누구를 지지하든 투표할 권리는 보장되어야 한다!” 

 

 

※ 이 글은 10/18 한겨레 '왜냐면'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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