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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감시센터    국민이 뽑은 국회의원 국민이 감시합니다

“여기는 광화문, 저기는 청계천, 이 길 따라가면 인사동이 나온다구~.”

한동안 외부 일정 따라 길을 나서면, 두리번거리는 내게 선배와 동기들은 길을 가르쳐주느라 바쁘다. 잠시 군복 입은 기간을 빼고도 꼬박 7년 서울생활을 했는데 아직도 여기저기 서울거리를 처음 본 사람마냥 헤메고 있으니 내가 생각해도 좀 어이가 없다. 그래도 어쩌랴. 가르쳐줄 때 열심히 기억했다가 나름 열심히 머릿속에서 그림을 그릴 수밖에.

경복궁역에서 걸어서 5분, 참여연대에 오는 길. 아침마다 차갑던 공기가 어느새 반팔을 입어도 될 만큼 따뜻해졌다. 3개월의 가르침 덕에 이제 광화문과 청계천, 종로와 인사동이 어디쯤인지 익숙해졌으니 가르쳐준 분들도 보람이 있을 만하다. 비록 며칠 전에야 신촌이 얼마 떨어져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았으니 아직 가야할 길이 멀긴 하지만 말이다.



수습간사 3개월이 갓 지났으니 아직 활동가라 부르기에도 부끄러운 시간이다. 하물며 시민운동에 대한 고민이야 말로 해서 무엇하랴. 금방 무엇을 배우고 익숙해지는 특출난 능력도 없으니 하나하나 배우며 익히는데도 부족한 시간들이었다. 그런 와중에 닥쳐온 총선은 준비안된 초보활동가에게 쉽지 않는 문제들을 던져주었다.

민생 과제들을 정리하고, 정당에 정책 질의서를 보내고 그네들의 정책과 공약집을 뒤적였다. 답을 주지 않는 이들에게 전화를 걸어 독촉하고, 열도 내고, 때론 애원도 했지만 끝내 답을 주지 않는 당도 있었다. 인터넷에서 정책 토론을 벌이고자 다음 아고라에 ‘토론 배틀’도 열었지만 생각만큼 활발한 토론이 이루어지진 않았다. 정책선거는 아직 정치학 교과서의 한 귀퉁이, 신문 사설 한 켠에만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자괴감도 슬며시 고개를 들었다. 그렇게 어두운 밤을 밝힌 2주는 훌쩍 지나갔다.

어쩌면 예상했던 선거결과였지만 당연하게 받아들이기엔 씁쓸함이 앞섰다. 선거법, 정치자금법 위반자는 양반이고, 폭행에 강제추행 전력을 가진 이들도 무사히(?) 금배지를 달았다. 날아간 철새는 또 어디엔가 보금자리를 찾아 18대 국회를 누빌 예정이고, 정책은 간데없이 눈물 공세의 CF를 선보였던 정당은 정당득표율 3위의 저력을 발휘했다.

그러나 막상 문제는 개표가 끝나고서야 증폭되고 있다. 이당 저당 가릴 것 없이 매관매직, 공천헌금 논란이 터져 나오고, 허위학력에 전과누락까지 온갖 백태들이 드러나고 있다. 당선자 중 선거법 위반 입건자만 40명이 넘는다고 하니 수십 군데 지역구에서 다시 선거를 치러야 할 판이다. 누구의 말처럼 한국 정치가 10년 전으로 후퇴한 건 아닌지 우려스럽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문제는 최소한의 도덕적 기준조차 충족시키지 못하는 당선자들이 아닐 게다. 그들은 애초부터 논외로 치더라도, 정작 국민 다수의 선택을 받은 이들이 우리네 민생을 위해 얼마나 노력할지 모르겠다는 점이다. 벌써부터 자율화의 이름으로 우열반이며 심야보충 수업이 부활하고 출총제 폐지, 금산분리 완화의 재벌규제 완화 정책이 민생의 탈을 쓰고 버젓이 국회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행정부를 감시하고 민생을 챙겨야 할 국회가 제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사이, 폭등하는 집값과 교육비에 서민 가계가 휘청이고 비정규직, 영세 자영업자들의 신음이 늘어가는 현실은 누가 관심을 가지고 지켜줄까.

선거가 끝나고 ‘진보 재구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아직 서울시내는 커녕, 인사동 골목길도 익숙치않은 초보 활동가에게 너무 거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토론회, 좌담회며 이런저런 글들을 보아도 ‘여기가 그 길이오’라고 뚜렷하게 가르쳐 주는 것은 없는 듯하다. 아마 애초부터 그런 것이 있다면 왜 길을 헤메고 있겠냐마는, 그 해답은 갓 수습을 뗀 활동가에게도, 십수년을 시민운동에 매진한 선배 활동가들에게도 여전히 어려운 질문인가보다.

그래도 여전히 가야할 곳은 있고, 함께 하는 이들이 있으면 그 길은 찾을 수 있을거라 생각해본다. 비록 내게 청계천이며, 광화문을 가르쳐준 것처럼 쉽게 알려주는 이는 없더라도 함께 어두운 몇 날을 밝히다 보면 어느새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이쯤에서 얼마 전부터 시작된, 참여연대의 ‘참여하면 멋쟁이’ 회원확대 캠페인을 슬며시 덧붙이며 다짐해본다. 더 많은 이들과 함께 걸어갈 때, 느리지만 나와 그리고 우리의 길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모르는 길 두렵더라도 그들과 함께 간다면 불끈, 용기가 솟지 않겠는가 하고 말이다.

황영민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간사

* 이 글은 4월 14일자 <시민사회신문>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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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영민 간사님! 뵌지도 오래됬네요^^ 글을 읽으니 뭉클해 집니다. 참 열심히 사시는 모습...
    멋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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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도 간사님같은 멋쟁이가 되고 싶어서 뒤늦게 참여연대에 참여했습니다.^^ 수습딱지 떼셨으니 본격적인 베테랑활동가의 진면목을 보여주시겠죠?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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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보았습니다! 황영민 간사님 멋져요~ㅎ 근데 시민사회신문에는 4월 21일자에 실렸더라구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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