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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위, 선거운동을 하는 건 당신들이다

정권 눈치보기에 급급해 본분 망각한 선관위


"스님의 말씀입니다. '강이 무엇을 말하는지 귀기울여 강의 소리를 듣고, 강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다보면 진실은 나타날 거라고 그렇게 생각합니다' 시민단체 회원입니다. '강의 생명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아이들에게 부끄럽고 그렇다면 지금 우리 강에게는 무엇이 필요한지 강에게 위로를 해줘야 할 때가 아닌가요' 네 그렇습니다. 우리가 치유해야 합니다. 우리 모두가 아픔을 나누어야 합니다. 4대강 반드시 살려내겠습니다. 환경부와 국토해양부 4대강살리기추진본부가 함께 합니다."


선관위가 4대강, 무상급식과 관련된 시민·종교단체의 활동을 규제하겠는 입장을 밝히고, 정부의 홍보활동도 예외가 아니라고 선언한 지 3일이 지난 오늘(4월 29일),
여전히 라디오에서는 '4대강살리기추진본부'의 광고가 흘러나오고 있다.

애초에 이중 잣대 논란을 피해가기 위해 선관위가 정부홍보활동 자제를 '권고'했던 것에서 예상됐던 풍경인지도 모른다. 어제 수원에서는 '4대강 사업 반대 서명운동'을 무려 15명의 선관위 직원들이 방해했는데, 며칠째 계속되는 정부의 홍보 광고에는 말이 없다. 결국 선관위가 정부의 대대적인 홍보에 대해서는 단속할 능력도, 의지도 없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이쯤 되면 선관위가 정권 눈치 보기에 급급해, 여당의 '선거운동'에 나섰다고 보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선관위, '4대강 반대, 무상급식 실현' 금칙어로 선포

선관위는 지난 26일, '단체 등의 선거쟁점 관련 활동방법 안내' 자료를 발표했다. 이 자료에서 4대강, 무상급식 등 이른바 '선거쟁점'에 대한 찬반 활동은 사전선거운동에 이르거나 선거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므로 규제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4대강, 무상급식과 관련된 현수막을 게시하거나, 차량에 홍보물을 부착하는 행위, 광고를 하는 행위는 금지되고, 서명운동이나 집회도 전면 금지됐다.

한마디로 시민·종교단체가 일반 시민들을 만나는 행위는 모두 '불법'으로 규정한 것이다. 더욱이 개인의 옷에 부착하는 배지까지 '4대강, 무상급식'과 관련 있으면 단속하겠다고 하니, 이건 단체뿐 아니라 국민의 일상적 삶과 표현의 자유까지 마음대로 선거법으로 단속, 처벌하겠다는 것이다. 이제 선관위의 방침으로 '4대강 반대, 무상급식 실현'은 누구도 입 밖에 낼 수 없는 전 국민적 금칙어가 되어 버렸다.


선관위는 말한다. 찬반활동 자체에 대해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활동 '방법'에 대해 규제를 하는 것이라고 변명한다. 그러나 선관위의 방침대로라면 시민·종교단체는 자신의 홈페이지와 사무실에 일반 시민들이 찾아오는 것을 기대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사실상 선거에서 표현의 자유는 완전히 포박 당하고, 유권자 운동은 불가능해진 것이다. 이 때문에 선관위가 '정책선거'를 앞장서 거부했다는 비판은 불가피해졌다. 입만 열면 '정책선거'를 부르짖던 선관위가, 4대강과 무상급식이 '선거쟁점'으로 부상했으니 이제 정책에 대한 얘기는 그만하라고 하니, 국민을 바보로 알지 않고서는 상상할 수 없는 횡포이다.

선거가 올바른 정책을 가진 후보자를 선택하는 길이라면, 또 4대강과 무상급식이 전 국민적 관심사라면,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활발한 토론과 논쟁을 권장하고, 보장해 주어야 하는 것이 아니가. 헌법 기관 스스로 나서서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와 '유권자의 참정권'을 부정하는 '모순'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묻고 싶다.

실효성 없는 '정부 홍보 자제 권고', 여당의 선거도우미 자처

선관위의 활동에서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시민·종교단체의 유권자 운동과 정부 활동에 대한 이중 잣대다. 선관위는 발표 자료에서, 시민·종교 단체의 일상적 활동을 '사실상 전면 금지'하는 것과 달리 정부의 광범위한 홍보 활동에 대해서는 '자제를 권고'하고 있다. 또한 인터뷰 등을 통해 정부의 통상적 활동도 선거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부분은 선거법으로 규제하겠다고 재차 다짐했다.

그러나 이같은 방침과 다짐이 얼마나 실효성 있겠는가. 이미 지난 4월 12일 선관위가 공문을 통해 국토해양부 장관에게 자제요청을 했음에도, 20일에는 정부여당이 당정협의를 통해 4대강 사업에 대한 대대적 홍보에 나설 것을 결의했다.

하루 앞선 19일에는, 행정안전부가 전국 14개 시·도 기획관 회의를 소집해 녹색성장사업 홍보와 4대강 사업의 반대여론을 극복하기 위해 자문단 구성을 지시했고, 각 분야 교수, 연구원, 공무원 등을 중심으로 할 것을 권고했다고 한다. 이 방침에 따라 경기도와 충청남도는 이미 자문단 구성을 마친 사실도 언론을 통해 보도되었다. 이명박 대통령도 "4대강 사업은 생명보호와 경제성장을 동시에 추구하는 대표적인 녹색뉴딜 프로젝트(4/22, 제4차 환경을 위한 기업 정상회의 기조연설)'라고 연일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선관위가 이런 정부, 대통령, 한나라당의 활동을 선거법으로 규제하였는가. 아니 규제할 의지는 있는가. 누리꾼들이 '4대강 전도사 이명박 대통령'을 선거법으로 단속하라고 난리인데 선관위는 책임 있는 답변을 내놓고 있는가. 아니 서두에 언급한 4대강 홍보 광고가 매일 라디오를 타고 전국에 방송되고 있는데, 선관위 직원들만 귀를 닫고 사는 것인가. 선관위가 세 살 어린아이도 속지 않을 '말장난'으로 공정성을 가장하는데 '정부여당의 선거도우미'라는 비판은 오히려 당연하다. 상식이 있는 국민이라면 누구도 선관위의 행태를 납득하지 못할 것이다.


유권자 캠페인 쫒아 다닐 시간에 경찰의 선거개입 문건부터 조사해야

선관위는 지난 2월, '금품·향응 제공, 공무원 불법선거 관여, 대규모 불법사조직 설치, 불법정치자금 수수, 비방·흑색선전'을 5대 선거범죄로 규정하고, 3만여 명의 단속인원을 투입해 특별단속에 나서겠다고 했다.

그러나 현실은 예년과 비교했을 때 선관위의 이런 공언이 무색할 만큼 금품·향응 제공을 단속하고 적발했다는 보도를 찾아보기 힘들다. 이미 여주군수의 공천헌금 사건에서도 확인된 것처럼 여전히 공천과정이나 선거운동에서 검은 돈이 오갈 것이 뻔히 예상되는데도 어째서 금품 제공 등 선거범죄에 대한 단속실적은 저조한 것인가. 여주 사건조차도 금품을 받은 현직 국회의원이 직접 신고해서 밝혀진 일이다. 그렇다면 선관위가 투입했다는 3만 명의 단속 인원은 도대체 어디서 무얼 하고 있는 것인가.

앞서 언급한 수원의 서명운동에는 선관위 직원 15명이 나타났다. 비단 이 사례뿐만 아니라 최근 몇 주간 4대강 반대, 무상급식 추진을 위한 유권자 캠페인마다 선관위 직원들이 나타나 채증을 하고 선거법 위반 경고를 남발해 왔다. 반면 선관위는 지난 21일 언론보도를 통해 불거진 '경찰의 교육감 선거개입 문건'은 '일상적인 정보활동일 뿐'이라며 조사할 의지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누가 봐도 명백히 '우파 교육감 지원을 위한 정보활동'임에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선관위가 정부여당의 선거도우미라는 오명을 벗으려면 먼저 경찰의 선거개입 시도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고발부터 해야 한다. 또한, 유권자 캠페인마다 쫓아다니는 행태를 그만두고, 공천헌금, 향응제공 등 금권선거를 근절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선관위가 4·19 50주년을 맞은 지금, 잊혀진 관권부정선거의 망령을 되살리는 우를 범하지 말고, 헌법이 선관위에 부여한 권한과 의무가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기를 진심으로 충고한다.

황영민 간사 / 2010유권자연대 정책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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