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감시센터 칼럼(aw) 2006-05-03   617

<안국동窓> 한국의 발전과 한나라당 문제

한나라당의 행태가 도를 넘어섰다. 그 ‘떼쓰기 정치’야 이미 악명이 높은 것이지만 이번에는 확실히 도가 지나쳤다. ‘사학법’ 재개정을 연계로 다른 법안들의 처리를 검토하겠다니, 도대체 이것이 무슨 해괴한 망발인가? 한나라당은 법안을 ‘연좌제’ 방식으로 처리하려고 하는가? 이런 식으로 한나라당은 스스로 유신독재의 적자라는 사실을 온세상에 밝히려고 하는 것인가?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나라당의 부패 문제가 다시금 크게 불거졌다. 한나라당의 한 축인 김덕룡 의원이 공천과 관련해서 거액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정계를 떠나게 되었고, 또 다른 중진인 박성범 의원이 같은 이유로 거액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논란을 빚고 있다. 박성범 의원은 나름대로 해명을 하고 있지만 아무리 봐도 구차한 변명일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오창근 울릉군수가 공천 뇌물을 바친 혐의로 구속되었다. 태풍복구사업과 관련해서 건설업자에게 거액의 뇌물을 받고, 그것의 대부분을 다시 공천 뇌물로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의 포항연락소장에게 바쳤다고 한다. 건설업과 정치권의 유착이라는 부패구조의 문제가 다시금 드러난 셈이다.

한나라당은 스스로도 뇌물 공천과 부패문제가 심각하다고 느끼고 일종의 비상사태를 선언했다. 그러나 정말로 자정노력을 펼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김덕룡 의원과 박성범 의원의 뇌물 사건에도 불구하고 터져나온 오창근 울릉군수의 뇌물 공천 사건을 보노라면, 한나라당이 정말로 국민 앞에 사죄하고 문제를 바로잡으려고 하는가에 대해 깊이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이렇듯 뇌물 공천과 부패문제로 국민 앞에 석고대죄를 해도 모자랄 판에 한나라당은 더 큰 문제를 일으켰다. ‘사학법 연좌제 투쟁’이 그것이다. 몇 달 전에 어렵게 개정된 사학법을 다시 개정하지 않으면 모든 법률의 심의를 거부하겠다는 것이다. ‘연좌제’라는 것은 유신독재를 떠받쳤던 최악의 제도이다. 그런데 이제 이런 최악의 제도를 한나라당이 법률 심의의 방식으로 부활시킨 것이다. 사학법과 다른 법률이 도대체 무슨 상관인가? 왜 사학법 때문에 비정규직법의 심의를 막아야 하는가? 한나라당의 행태는 정당으로서 최소한의 양식마저 저버리고 국회를 마비시키기로 작정한 폭거일 뿐이다. 한나라당은 이 나라의 발전을 막는 것은 물론이고 이 나라를 아예 불행하게 만들고 있다.

한국의 교육은 많은 문제를 안고 있으며, 사립학교의 전횡은 그 중요한 원천이다. 사립학교는 엄청난 세금을 지원금으로 받으면서도 소수에 의해 멋대로 운영되고 있다. 그 결과 많은 사립학교들이 부패의 온상이 되고 말았다. 그 제도적 방어막이 바로 사학법이다. 부패사학을 보호하는 잘못된 사학법을 개정하기 위해 시민사회는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애써야 했다. 그러나 사립학교들의 저항이 워낙에 완강해서 결국 잘못된 사학법을 부분적으로 개정하는 데 그치고 말았다. 그런데 한나라당은 이것마저도 수포로 돌리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사학이 투명경영을 하도록 하는 것이 왜 문제인가? 한나라당은 국민의 염원을 무시하고 부패사학의 비호세력이 되기로 작정한 것인가?

한나라당의 비합리적 정치행태를 보노라면 암담한 생각이 들뿐이다. 한나라당의 부패문제는 워낙에 악명높은 것이지만, 지방선거를 앞두고 다시금 이 문제가 크게 불거졌다. 그런 만큼 뭔가 자중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텐데, 그렇게 하기는커녕 국회를 점거하고 여러 법안의 심의 자체를 막겠다고 한다. 한나라당이 부패사학을 옹호하는 것과 한나라당의 부패문제는 너무도 깊은 연관을 맺고 있는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사학법 연좌제’라고 불러야 할 잘못된 정치행태를 보이며 중요한 민생법안들의 심의를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한나라당에도 ‘개혁파’를 자처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던데, 그 사람들은 이 황당한 ‘사학법 연좌제’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가?

지금의 한나라당은 한국의 발전을 가로막는 거대한 정치적 걸림돌이다. 그 바탕에 맹목적 지역주의가 자리잡고 있다. 한나라당의 정책은 이기적 금권주의에 충실한 것이지만 맹목적 지역주의가 이것을 강력히 지탱해주고 있다. ‘사학법 연좌제’와 같은 비합리적 정치행태로 이득을 보는 것은 소수 기득권세력밖에 없건만, 다수의 피해자가 맹목적 지역주의로 한나라당을 강력히 지지하는 모순이 한국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 이것이 바로 ‘한나라당 문제’이다.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 깊은 관심을 기울이고 연구해야 한다. 한나라당과 그 지지자에 대한 사회심리학적, 정신분석학적 연구가 필요하다. 정치적 차원을 떠나서 ‘한나라당 문제’는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참으로 해괴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한나라당 문제’에서 잘 드러나듯이 한국의 정치는 여전히 최소한의 합리성마저 제대로 지켜지기 어려운 저질적 상황에 있다. 열린우리당의 무능력과 노무현 대통령의 정략적 대응이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기도 하다. 결국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힘은 합리적 시민의 실천 속에 있다. 그러나 그 힘은 너무나 작고, 이번에도 한나라당은 압승할 전망이다. 이 나라의 참된 발전을 꿈꾸는 사람들에게는 좌절을 넘어서 희망을 키우는 슬기가 더욱 절실한 때이다. 봄날의 새싹들처럼.

홍성태 (상지대 교수,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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