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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감시센터    국민이 뽑은 국회의원 국민이 감시합니다

  • 칼럼
  • 2004.04.16
  • 1341
제17대 총선이 끝났다.

결과는 열린우리당의 과반의석 확보, 민주노동당의 급부상, 한나라당의 견제의석 확보, 자민련과 민주당의 몰락으로 정리된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국민의 뜻을 거스린 ‘탄핵’에 대한 심판이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다.

정치지도의 재편

명실공히 열린우리당은 행정권력과 의회권력을 모두 책임진 집권여당이 되었다. 44년만에 보수세력 주도의 국회의 지도가 바뀐 것이고, 16년만의 ‘여대야소’국회의 탄생이다. 열린우리당은 기회를 얻었다. 그러나, 그것이 과분한 성과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열린우리당의 승리는 ‘의회쿠데타’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민의의 표현이지 열린우리당이 스스로 이룬 성과는 아니다. 공천과정에서 드러난 열린우리당의 정체성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열린우리당이 총선민의에 답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개혁정책과 책임정치를 실현해야 할 것이다. 이제 더 이상 ‘야당의 개혁 발목잡기’를 탓할 수는 없을 것이다.

드디어 민주노동당이 원내에 진입했다. 박정희군사정권 이후 명맥이 끊어졌던 진보정당이 부활한 것이다. 그것도 두자리수의 당당한 ‘제3당’의 자격이다. 민주노동당은 제17대 국회를 “기득권과 특권세력의 국회에서 노동자와 농민, 영세상인, 서민의 국회로 바꾸겠다”며 기염을 토하고 있다. 민주노동당의 승리로 인해 이제야말로 우리 사회도 보수와 진보의 양날개로 균형있게 나아갈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졌다. 앞으로 민주노동당은 여당의 개혁에 대한 강력한 감시자로서, 정책경쟁을 주도해나가는 이념정당으로서 국회의 모습을 획기적으로 바꾸어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동시에 민주노동당도 이제 ‘검증단계’에 진입했다. 소수진보정당에 대한 배려, 원외자로서의 위치 때문에 그대로 지나쳤던 모든 문제들이 전면에 공개되고 평가받게 될 것이다. 권력감시 시민단체의 모니터 대상에 민주노동당의 이름이 윗부분에 있다.

한나라당에 대한 개인적인 견해를 밝히자면, 더 심하게 망가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합리적 보수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서는 처절한 추락이 필요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절반의 승리’라고 자평하듯이 국민들은 의미있는 견제의석을 주었다. 박근혜 대표의 읍소대로 한나라당은 한번 더 기회를 갖게 되었다. 감성정치와 지역주의라는 부정적 요소가 개입되긴 했지만, 어쨌든 국민들은 견제와 균형의 한축으로 한나라당을 인정해 주었다. 긍적적인 변화도 눈에 띈다. 부패와 탄핵에 직접 연루된 구악들이 자연스레 퇴출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한나라당 안에는 폭로정치와 공작정치 그리고 반인권전력을 가진 수많은 인사들이 살아 남았다. 한나라당이 차떼기 부패정당이라는 이미지를 벗고, 정말 반성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민주당과 자민련의 몰락은 새로운 정치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로 여겨진다. 민주당은 한민공조에 대한 호남 유권자들의 분노를 피해갈 수 없었다. 자민련은 3김 정치의 공식적 퇴장과 함께 역사속으로 사라져갈 것으로 보인다.

두가지 ‘철회’문제

총선을 통해 국민의 뜻이 분명해진 이상, 우선 매듭지어야 할 두 가지 문제가 있다. 다름아닌 ‘탄핵철회’와 ‘이라크 파병철회’ 문제이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이 총선결과 직후 탄핵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제안하고 나섰지만, 한나라당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기다리자”는 답변을 내놓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판단은 ‘법률적 판단’이므로 적법하게 이루어진 탄핵을 총선결과에 따라 철회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입장은 두가지 전제가 잘못되었다. 하나는 헌법재판소가 절대로 ‘법률적 판단’만을 하지 않는다는 점, 또하나는 탄핵절차가 적법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헌법재판소는 사법부가 아니다. 헌법교과서에 따르면 ‘정치적 사법기관’이다. 법률적 판단을 하지만 정치적 고려도 한다는 것이다. 헌법재판소가 정말 법률적 판단만을 하는 기관이라면 이번 탄핵안에 대해 진작에 ‘각하’했어야 마땅하다. 그토록 많은 증인과 증거를 채택하고, 새로운 쟁점에 대해서 또다른 ‘조사’를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헌법재판소가 이제라도 탄핵을 기각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으나, 결자해지 차원에서 정치권의 결단이 요구된다고 하겠다. 하루속히 비정상적인 정치상황을 종결하고, 새로운 상생과 화합의 정치를 이루기 위해서라도 탄핵철회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라크파병철회도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비록 이번 선거에서는 크게 쟁점화되지 않았지만, 이라크파병철회문제는 과반의석을 획득한 노무현정부와 열린우리당의 정체성을 판단하는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선 직후 지지층 이탈의 가장 큰 배경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이라크 침략전쟁은 점점 ‘제2의 베트남’의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미 파병했던 나라들이 철수하고, 새로운 군대를 보내는 나라는 지구상 어디에도 없다. 이번 총선을 통해 드러난 뜨거운 정치개혁의 요구는 ‘자주적’인 대미관계에 대한 요구와 그대로 일치하고 있다. 파병이 국제적 약속이고, 국익에 부합하며, 한미동맹관계를 고려해야 한다는 구태의연한 주장을 되풀이할 때가 아니다. 진지하게 머리를 맞대고 파병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할 것이며, 국민적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꽃같은 우리의 젊은이들을 사지에 몰아넣을 수는 없지 않는가, 미국에 의한 이라크 민중학살범죄에 가담할 수는 없지 않는가

탄핵철회와 이라크파병철회, 이 두가지 철회문제가 이번 총선결과 새롭게 재편된 정치권이 통과해야 할 첫 번째 관문이 될 것이다.

장유식 (변호사,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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