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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감시센터    국민이 뽑은 국회의원 국민이 감시합니다

  • 칼럼
  • 2004.06.30
  • 498
대한민국 국회에서는 결국 희망을 찾을 수 없는가? 대한민국 국회는 결국 부패와 비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썩어문드러져 죽고 마는가? 불난 집에 대형 선풍기를 틀어대는 국회, 도대체 대한민국 국회는 무엇에 써먹어야 하나?



16대 국회는 이를테면 '도적떼의 산채'와 같았다. '방탄국회'에 이어서 심지어 '탈옥국회'까지, 국회의원들의 썩은 행태는 눈뜨고 볼 수 없을 지경이었으며, 국민들의 분노는 그야말로 하늘을 찌를 지경이었다. 17대 국회에 대한 기대는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국회의원들도 입을 맞춘 듯이 부패와 비리에 대한 철저한 개혁을 약속했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대표는 '국민소환제'를 함께 약속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한민국 국회는 여전히 '도적떼의 산채'인 모양이다. 나라를 위한 국회의원의 특권이 부패와 비리의 특권이 되지 않도록 하겠다던 약속은 어느새 쓰레기통에 처박힐 위기에 처하고 말았다. 아니, 이미 쓰레기통에 처박혀 버렸다. 17대 국회에 처음 제출된 국회의원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것이다. 이로써 불체포특권의 뒤에 숨어 범죄를 저지르지 않겠노라던 약속은 다시 한번 휴짓장이 되고 말았다.



2004년 6월 29일, 국회 본회의에서는 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박창달 의원(한나라당, 대구 동을)에 대한 체포동의안의 표결이 이루어졌다. 286명의 의원이 투표에 참여하여 121명이 찬성하고 156명이 반대하여 체포동의안은 부결되었다. 박창달 의원의 혐의내용은 비례대표 의원이었던 2002년 9월부터 총선을 치루기 직적이었던 2004년 3월까지 지역구에서 산악회를 통해 사전선거운동을 하고 운동원들에게 홍보활동비 명목으로 5160만원을 준 것이다. 쉽게 말해서 전형적인 선거비리사범에 해당하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두가지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첫째, 한나라당이 변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대한민국 국회를 '방탄국회'와 '탈옥국회'로 만든 장본인은, 이렇게 해서 대한민국 국회를 '도적떼의 산채'로 만든 장본인은 다름아닌 한나라당이었다. 한나라당에 대해 국민이 등을 돌린 것은 그 보수성 때문이라기보다도 실은 그 부패성 때문이었다. '차떼기', '책떼기'와 같은 파렴치의 극을 달리는 기상천외한 수법으로 천문학적 금액의 불법정치자금을 받아챙긴 사실이 명명백백하게 드러났는데도 반성하기는커녕 최대당의 지위를 악용하여 권력을 장악하려는 그 무도함에 국민들은 혀를 차고 등을 돌렸다. 한나라당은 뒤늦게나마 이런 사실을 인정하고 당사를 옮기는 등의 고육지책을 써가며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고자 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한 것은 결국 '쑈정치'였던 것 같다. 혐의내용이 명백한 '범죄 혐의자'를 '동료 의원'이라는 이유로 감싸서 17대 국회마저 '방탄국회'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한나라당은 여전히 '딴나라당'이다.



둘째, 열린우리당이 한나라당과 별로 다르지 않다는 사실이다. 열린우리당은 개혁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한나라당과 다른 모습을 보이고자 애썼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에 질린 국민들은 열린우리당에 큰 기대와 희망을 걸었다. 그 결과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을 젖히고, 민주당을 궤멸시키고 대한민국의 최대당이 되었다. 열리우리당은 개혁의 견인차가 되어야 마땅하다. 그런데 열린우리당의 행태는 개혁과는 거리가 멀기만 하다. 대다수 의원이 입을 모아 파병 강행만이 우리의 살 길이라고 외치고 있으며, 여기서 더 나아가 제2의 국가보안법으로 비판을 받은 '테러방지법'을 제정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그러더니 박창달 의원의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30-40명의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나타났다. 아무래도 이제 열린우리당이 이름을 바꿀 때가 된 것 같다. 이제까지 행태로 보자면, '닫힌너희당'이나 '돼지우리당'이 어울릴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중대한 정치의 현장에 YTN의 '돌발영상'이 있는 것은 대단히 다행스러운 일이다. 6월 30일 오후에 방영된 '돌발영상'은 '박창달 의원 구하기'를 다뤘다. 먼저 박 의원은 신상발언을 통해 자기의 혐의를 구차하게 변명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법으로 정한 선거사무소를 차린 것이 무슨 죄냐고 항변했다. 한나라당에서 세 의원이 나서서 '박창달 의원 구하기' 발언을 했다. 먼저 주호영 의원(대구 수성을, 초선)은 박창달 의원을 처벌한다면 다른 의원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은근히 경고했다. 이어서 박계동 의원(서울 송파을)이 나서서 자기는 법률가가 아니라 법은 잘 모르지만 박창달 의원을 처벌해서는 안 된다고 선동했다. 이 사람이 노태우 비자금 사건을 세상에 알린 주역이라는 사실을 의심하게 만드는 연설이었다. 표결이 끝나고 '잘 했어요, 잘 했어'라며 박계동 의원의 등을 다독이고 손을 잡아주는 '동료 의원'들의 모습이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마지막으로 나선 김재원 의원(경북 군위·의성·청송, 초선)의 연설은 그야말로 백미요 압권이었다. 그는 수사팀의 말을 인용하는 것이라며 강금실 법무장관에게 이렇게 말했다. "싱크대 밑에는 바퀴벌레가 우글거린다, 싱크대를 청소하며 그 밑의 바퀴벌레를 잡지는 않는다, 싱크대 밖으로 나온 바퀴벌레는 잡는다, 박창달 의원은 싱크대 밑으로 나온 바퀴벌레와 같다, 그런데 국회의원 모두가 싱크대 밑의 바퀴벌레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언젠가 그랬듯이 강금실 장관은 속으로 또 다시 '코디미야, 코미디'라고 되뇌였을 것이다. 나는 순간 김재원 의원의 지능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을 포함한 국회의원의 잘못을 감싸기 위해 어떻게 자신을 포함한 국회의원을 싱크대 밑의 바퀴벌레로 비유하는 발언을 아무런 거리낌없이 인용할 수 있는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저질연설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문제는 또 있다. 싱크대 밑에 바퀴벌레가 들끓는다면, 바퀴퇴치약을 뿌려서 잡아야 한다. 아무래도 김재원 의원에게 바퀴퇴치약을 선물해야 할까 보다. 그리고 박창달 의원의 체포동의안에 찬성표를 던진 의원들은 자신들을 싸잡아 바퀴벌레로 만든 김재원 의원에게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할 것을 권한다. 김재원 의원 본인은 기꺼이 '바퀴벌레 의원'이 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아마도 그가 구하기 위해 애쓴 박창달 의원조차도 '바퀴벌레 의원'이 되고 싶은 생각은 없을 것이다.



17대 국회의원 선거가 끝나고 '상생정치'라는 말이 유행어가 되었다. '상생'이라는 말은 좋은 말이다. 사람과 사람이, 사람과 자연이 서로 어울려 살아가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체포특권의 뒤에서 범죄자들이 국회의원의 행세를 하며 활개치는 한, '상생정치'는 국민들의 골수를 빼먹는 '도둑들의 상생정치'일 뿐이다.



진정한 '상생정치'를 하고자 한다면, 무엇보다 불체포특권을 악용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국회의원이 불체포특권을 악용하지 못하도록 하려면, 무엇보다 먼저 무기명투표의 뒤에 숨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국회의 표결방식부터 즉각 뜯어고치도록 하자.

홍성태 (참여연대 정책위원장, 상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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