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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감시센터    국민이 뽑은 국회의원 국민이 감시합니다

  • 칼럼
  • 2004.10.21
  • 479
국가보안법의 폐지는 이 나라가 정상적인 자유민주국가로 다시 태어나는 것을 뜻한다. 1948년 8월에 헌법이 제정된지 56년만에, 또한 1987년 6월항쟁으로 민주화가 시작된지 17년만에, 비로소 헌법의 정신을 제대로 구현하게 되는 것이다.

유엔의 인권정책을 대표하는 루이즈 아버 유엔인권고등판무관이 2004년 9월 14일부터 17일까지 서울에서 열린 제7회 세계국가인권기구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해서 16일 오전에 김창국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과 대담을 했다.

김창국 위원장이 “국가보안법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고 묻자 아버 판무관은 “국가보안법이 폐지되어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고 분명합니다”라고 명확하게 밝혔다. 아버는 또 “국가보안법은 국제 인권 기준에 너무나 뒤떨어져 있고, 1992년에 한국 정부가 유엔 시민정치적 권리 협약에 따른 보고서를 제출했을 때 유엔 인권이사회는 국가보안법을 단계적으로 철폐해야 한다는 권고안을 분명히 내렸고, 그 뒤에도 인권 피해자들의 제소가 있을 때마다 국가보안법을 폐지할 것을 권고했습니다”라고 유엔의 국가보안법 폐지 권고 역사를 상기시켰다.

그는 마지막으로 “결정적으로 1995년 의사표현의 자유에 관한 특별보고관이 한국을 방문해 정부 관계자와 피해자를 만나서 내린 최종 결론은 국보법을 폐지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라며 “유엔 입장에서 너무 당연한데 그 동안 폐지가 안 된 것이 의아합니다”라고 쐐기를 박았다(신윤동욱, ‘유엔도 국가보안법이 싫어요’,<한겨레21> 2004/9/23).

국가보안법의 폐지는 이 나라가 비로소 유엔의 인권 기준에 부합하는 정상적인 자유민주국가가 되는 것을 뜻한다. 그것은 대경사가 아닐 수 없다. 이로써 이 나라는 선진국을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가게 될 것이다.

국가보안법의 폐지는 단지 인권의 신장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근원적으로 억압함으로써 이 나라의 문화가 자유롭게 발전하는 것을 막았다. 이와 관련된 예는 너무나 많아서 일일이 열거할 수가 없을 정도이다. 널리 알려진 두 예를 간단히 살펴보자.

먼저 신학철 화백의 ‘모내기’라는 그림이 당한 수난사이다. 이 그림은 고향의 옛모습을 배경으로 현대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를 모내기로 나타낸 것이다. 이 따뜻하고 강렬한 그림에 대해 검찰은 제멋대로 국가보안법 위반의 죄를 걸었다. 작가가 그린 고향의 옛모습이 사실은 ‘김일성 생가’를 뜻하는 것이어서 명백한 ‘고무찬양’이라는 것이었다. 작가가 사진까지 제시했어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그림은 압수되었고 작가는 구속되었다. 그리고 그림은 결국 영원히 볼 수 없게 되고 말았다.

또 다른 예로 조정래 선생의 <태백산맥>을 들 수 있다. 1983년부터 연재를 시작하고 1986년부터 단행본으로 출간되어 지금까지 수백만권이 넘게 팔린 이 놀라운 책에 대해 국가보안법 세력은 전두환 정권 시절부터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징죄하려 했다. 국가보안법 세력은 친일과 독재의 세력이다. 이들은 역사의 진실이 밝혀지는 것을 막기 위해 < 태백산맥 >과 같은 작품이 널리 읽히는 것을 국가보안법으로 막으려 했던 것이다.

이처럼 국가보안법은 인권의 적일 뿐만 아니라 학문의 적이며 예술의 적이다. 그러므로 국가보안법의 폐지는 이 나라의 총체적 발전을 뜻한다. 국가보안법이 억압한 인권의 신장은 물론이고 그것이 가로막은 학문과 예술의 발전도 이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국가보안법의 폐지는 역사의 요청이다.

국가보안법 세력은 친일과 독재의 역사를 통해 쌓은 자신의 부와 권력을 지키기 위해 이 나라의 발전을 막으려고 하는 세력이다. 이 세력은 크게 두 하위세력으로 이루어진다. 하나는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로 이어진 독재세력으로 대표되는 ‘국가보안법 독재세력’이고, 다른 하나는 국가보안법 독재세력이 시키는 대로 엉터리 논리를 제공해주는 댓가로 영달을 꾀한 ‘국가보안법 기생세력’이다. 이제까지 ‘국가보안법 독재세력’에 비해 ‘국가보안법 기생세력’의 문제는 상대적으로 덜 주목을 받았다. 이 때문에 ‘국가보안법 기생세력’은 아직까지 건재한 채로 독재시대에 하던 짓을 그대로 계속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공안문제연구소’라는 희한한 연구소이다. 공안문제연구소는 경찰청 산하 연구소이다. 그러니까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적 기구이다. 이곳에서는 도대체 무슨 일을 하는가? 잘 알다시피 ‘모내기’나 <태백산맥>같은 작품들을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검증’하는 일을 한다. 그런데 이와 관련해서 <한겨레신문> 2004년 10월 19일치에는 자못 놀라운 기사가 실렸다. 이 연구소에서는 2천년도 더 전에 쓰여진 플라톤의 <소크라테스의 변명>, 16세기에 쓰여진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그리고 20세기 초에 쓰여진 막스 베버의 <프로테스탄트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같은 고전들의 사상에 대해서도 ‘검증’했던 것이다.

한심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 국민의 혈세를 이 따위로 써도 되는가? 이런 ‘국가보안법 기생세력’이 활개를 치며 ‘사상 검증’을 하고 있는 한, 이 나라는 세계의 조롱거리가 될 수 밖에 없다. 국가보안법의 폐지는 이 나라를 세계의 조롱거리로 만든 국가보안법 세력의 약화로 이어질 것이다. 이렇게 해서 우리는 헛되이 쓰이는 국민의 혈세도 올바로 쓸 수 있게 될 것이다.

홍성태 (정책위원장, 상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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