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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감시센터    국민이 뽑은 국회의원 국민이 감시합니다

  • 칼럼
  • 2003.11.24
  • 612
참여연대에 대해 제도 만능주의라는 비판이 있다. 한마디로 부정부패 등 우리 사회의 문제가 어디 제도가 없어서 생겨나는 거냐는 것이다. 또 아무리 좋은 제도도 누가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따라 제대로 기능을 못하거나, 제도 도입의 취지가 훼손되고 왜곡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다 일리 있는 지적이다. 하지만 사람들, 특히 권력의 선의를 기대하는 것보다는 그래도 문제 해결의 제도적 기틀을 마련하고 그 제도가 제대로 작동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이라는 판단이 든다. 제도의 왜곡은 다른 문제다. 왜곡될 소지가 있다고 제도 도입을 반대하는 것은 문제를 방치하거나 더욱 어렵게 만들뿐이다.

대통령 측근비리 특검제 도입을 둘러싼 정치적 논쟁이 갈수록 가열되고 있다. 정치적 양상은 예전과 마찬가지다. 야당은 특검제를 하자하고 집권세력은 반대한다. 그런데 국민적 여론은 과거와 사뭇 다르다. 특검제라면 언제나 쌍수를 들어 지지하던 국민들의 상당수가 특검제를 추진하는 야당을 비판하고 있다. 이런 국민적 비판여론에 힘입어, 특검제에 대해 생래적인 거부감을 가지고 있지만 그동안 지은 죄가 있어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해온 검찰이 이번에는 노골적으로 반감을 표시하며 감히 특검제를 강행 처리한 정치권을 비판하고 위헌 소지를 거론하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신청을 하겠다고 한다. 권력형 부정부패를 척결하고 검찰을 바로 세우기 위해 지난 10년 가까이 특검제를 주장해온 참여연대로서는 이런 상황이 매우 유감스럽기 그지없다. 어쩌다 특검의 정당성 마저 국민적 논란의 대상이 되었단 말인가.

원인은 이번 특검제가 불순한 정치적 목적에서 추진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과거 특검도 야당의 정치적 목적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권력의 비리를 밝혀내자는 점에서 야당의 정치적 목적과 국민의 요구가 일치했고, 그래서 국민의 절대 다수가 지지했다. 이번 특검도 대통령의 측근 비리를 규명하자는 점에서는 야당의 정치적 목적과 국민의 요구가 일치한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특검 실시와 이를 둘러싼 정치적 논란을 통해 자신을 향한 검찰의 불법정치자금 수사를 축소시키거나 정치적으로 희석시키려고 하는 것은 국민의 요구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한나라당은 이런 불순한 정치적 목적을 부인하며 말로는 정치권의 불법 정치자금을 모두 밝히자고 하지만 실상은 대선자금 수사에 대한 협조를 거부하고, 관련 당직자의 검찰 출두마저 막고 있다는 점에서 그 말은 액면 그대로 믿을 국민은 별로 없다.

혹자는 측근비리 특검은 특검대로 하고, 대선자금 검찰 수사는 검찰 수사대로 하면 되지 않느냐고 할 지 모른다. 말은 맞지만 이는 정치적으로 너무 순진한 생각이다. 이미 정국의 쟁점은 대선 자금 등 불법정치자금 문제에서 특검제 실시 여부를 둘러싼 논쟁으로 이동하였다. 특검이 실시되기 이전에 벌써 한나라당은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한 것이다. 이제 한나라당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대선자금 수사가 자신에게 불리하면 이를 정치검찰의 편파 수사 때문이라며 검찰 수사의 공정성을 문제삼아 정치적 물타기에 나설 것이다. 과거 정치인 비리사건이 터질 때마다 제기되었던 정치적 탄압 주장과 방탄 국회 소집이 재연될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참여정부에 대해서도 유감이다. 이런 문제를 예상하여 참여연대는 정권초기 상설 특검제를 도입하여 정치부패 수사와 관련한 정치적 논란을 차단하자고 주장하였다. 만일 그러했다면 지금과 같이 불법 정치자금 수사에 대해 정치권이 저항하고 정치 쟁점화하는 상황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어쨌든 개혁의 상징인 특검제가 범죄를 은폐하거나 축소하기 위한 목적으로 활용됨으로써 특검제는 이제 근본적으로 훼손되고 말았다. 그 결과 검찰은 향후 특검제를 거부할 수 있는 정치적 명분을 획득하였다. 대통령으로부터의 검찰 수사의 독립성은 여전히 중요하지만 이제는 여기에 검찰 수사의 정치권으로부터의 독립 문제가 새로운 의제로 추가되었다.

특검은 언제 하느냐만 남았지 할 수밖에 없다. 시민사회의 일각의 위헌 시비에 대해 필자는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의 선의를 믿기에는, 일말의 기대감을 가지게 하고 있는 현재의 검찰을 계속 믿기에는 우리의 경험이 너무 쓰라리다. 검찰이 억울해도 할 수 없다. 선배들을 원망할 수밖에 없다. 자존심이 있다면 제대로 하면 된다. 속된 말로 모든 권력에 대해 본 때를 보이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국민들이 이제 그만 됐다. 검찰을 믿는다는 소리가 나오게 해야 한다. 정치와 검찰이 모두 사느냐 죽느냐가 이번 수사에 달려있다.

김기식 (참여연대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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