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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감시센터    국민이 뽑은 국회의원 국민이 감시합니다

  • 칼럼
  • 2003.12.10
  • 506

국정쇄신을 위한 특별제언[1] 총론



사이버참여연대는 연말까지 총 9회에 걸쳐 경제, 정치, 사법 등 각 분야의 구체적인 개혁 방향을 제시하는 '국정쇄신을 위한 특별제언' 시리즈를 <안국동窓>에 게재합니다. 편집자주

'위기적' 상황에 대응하는 대안은 무엇일까?

참여정부가 점점더 미궁에 빠져드는 느낌이다. 전반적인 경기침체와 부동산 투기문제, 이라크 파병문제, 위도 방폐장 문제, 부산 천성산 고속철 관통문제, 사패산 외곽순환고속도로 터널 건설문제, 손배소-가압류 남발로 인한 노동자 자살투쟁사건, 한-칠레 FTA협정을 둘러싼 농민투쟁, 경제특구를 둘러싼 노정갈등, 특검제 문제 등 수많은 문제들에서 참여정부에 대한 도전은 거세지고 해결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국정현안들은 난마처럼 얽혀가는 것처럼 보인다.

참여정부를 미궁 속에 빠져들게 만들고 있는 많은 쟁점들 중에는 참여정부 출범 이후 '운 안좋게도' 새롭게 발생한 쟁점들이 있는 반면에, 천장산 고속철 문제나 손배소-가압류 문제 등 참여정부가 인수위 시절 해결을 약속했던 사안도 있으며, 개혁에 대한 보수세력의 저항으로 형성된 사안, 이전 정부로부터 이월된 사안 등 다양한 사안들이 얽혀있다. 그러나 발생이 어떠하건 참여정부가 어떤 형태로든 정책결정을 하고 해결해야 할 사안이라는 점에서 현재의 난맥상은 분명 '위기적 상황'이라고까지 이야기해야 할 것 같다.

참여정부는 어떻게 해야 할 지 국정의 손을 놓고 있는 느낌마저 든다. 도저히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앞이 안보이는 속에서, 한국사회가 방향을 상실한 채 흘러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러다가는 사회심리적 '반동'현상이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마저도 갖게 된다. 이런 속에서, 도대체 참여정부가 취해야 할 올바른 방향은 무엇인가. 결국 어떤 형태로는 선택을 하고 어떤 형태로든 방향을 잡아 나아가야 한다고 할 때, 올바른 시민사회의 올바른 대응방향은 과연 무엇인가. 오늘부터 이어지는 연속기획은 바로 이러한 우리의 깊은 고민에 대한 참여연대 나름의 제언인 셈이다.

'위기적 상황'에 대한 국정운영주체들의 반응

최근의 '위기적' 상황에 대해서 참여정부의 국정운영주체들은--개인적으로 접하는 정보에 의하면--다음과 같은 심리적 반응을 갖는 것으로 보인다. 즉 이전 정부 보다 나름대로 더 개혁적인 방향으로 국정운영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국민들이 너무 성급하게 그것도 모든 문제를 한꺼번에 완전히 해결하려 한다. 지난 대선에서 한나라당이 재집권하고 국민들의 요구에 대해 더욱 강공책으로 펼쳤다면, 현재와 같은 요구의 분출상황이 나타나지 않았을 텐데 시민사회의 요구를 나름대로 수용하려는 정부가 생기니까 한치의 양보도 없이 더많은 요구를 쏟아놓고 해결을 고집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심리적 정서는 참여정부 국정운영주체들과 대통령으로 하여금 시민운동에 대해, 노동운동에 대해, 나아가 개혁적 지향의 국민들에 대해 유감을 가지게 하고 있다(여기서 보수적 지향의 국민들의 반대의 저항은 논외로 하자). 그래서 시민사회의 요구에 대해 무조건 수용적 자세를 취하기 보다는 때로는 강공책을 배합하는 방식으로 통치를 해야 한다는 사고로 나아가게 된다. 물론 이것은 추론이다. 이런 반응을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국민정부 더 소급하면 문민정부의 국정운영주체들도 일정 시점에서 이런 반응을 보였던 것을 기억하게 된다.

국민이 달라졌다

그러나 나는 이런 방어적 반응, 소극적인 정서 만으로는 현재의 난국을 헤쳐갈 수 없다고 본다. 가장 먼저 지적하고 싶은 것은, 참여정부 이전의 국민과 참여정부 이후의 국민이 다르다는 것이다(중고등학교 시절의 영어를 굳이 하나 인용하고 싶다. "People are not what they used to be"). 특별히 참여정부를 탄생시킨 개혁 지향의 국민들이 한나라당 정부 하의 국민이 될 것으로 기대할 수 없다. 이러한 변화된 국민을 대면해야 하는 것이 참여정부의 운명이다. 왜냐하면 지난 대선은 개혁적 국민들의 요구와 기대의 승리였기 때문이다.

참여정부 이후 개혁적 국민들은 자신의 요구와 기대가 참여정부의 정책에서 실현되기를 기대하면서 싸우게 된다. 문제는 오히려 달라져 버린 국민을 전제하지 않고 국민들이 성마르다거나 참여정부가 과거 정부보다 더 전향적이라는 점만을 강조하는 것만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나는 '절대적으로' 참여정부의 국정운영주체들이 이전 정부에 비해 개혁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최소한 그러한 지향들이 국정운영주체들 내부에서 공감되는 범위도 이전 보다 넓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변화해버린 국민들과의 관계 속에서 보면, 국민정부-국민정부 하의 개혁적 국민의 거리와 비교하여 참여정부-참여정부 하의 개혁적 국민의 거리가 상대적으로 더 가깝다고 보기는 어렵다.

정책선택의 지점을 개혁의 방향으로 이동시켜야

그렇다면 여기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나는 참여정부의 국정운영주체들이 개혁적 국민과의 거리를 좁히는 방향으로 변화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정운영을 위한 정책선택의 지점을 현재 보다 더욱 개혁적인 지점으로 이동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만일 우리가 '위기적 상황'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면 이 위기적 상황은 이중적인 측면에서 조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나는 과거에 비해 더욱 능동화된 보수세력이 저항하고 있다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개혁적·진보적 세력의 저항에 의한 것이다. 전자는 참여정부가 너무 개혁적인 방향으로 나간다고 비판하고 저항하고 있다. 후자는 물론 현 정부가-기대에 비해서--시민사회의 요구를 전향적으로 수용하지 않기 때문에 비판하고 저항하고 있다(이런 이중적인 상황을 염두에 둘 때, 참여정부가 보다 개혁적인 방향으로 간다고 할 때 문제가 해결되거나 아무런 혼란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단지 혼란의 성격이 달라지게 된다). 현재의 혼란은 자신의 당선기반이 되었던 개혁적 국민의 지지가 이반(離反)하고 있는 혼란이라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부정적인 의미의 지지만 있고 전향적 지지는 유동적이다

물론 참여정부 혹은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의미'의 지지는 여전히 건재하다. 부정적 의미라는 것은, 이회창 정부를 더 선호한다거나 보수적인 정부로 회귀하는 것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이런 점에서 참여정부나 노무현대통령에 대한 지지--특별히 개혁적 국민의 지지--는 건재하다. 이 점을 사실 재신임투표를 제기함으로써 한껏 확인한 셈이다.

그러나 적극적인 의미에서의 지지는 이반하거나 대단히 유동적이다. 노무현 후보를 지지했던 층이나 더 진보개혁적인 성향을 갖는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참여정부가 한껏 실망스럽다는 것이다. 과거 참여정부 출범 이후 참여정부 다운 정책이 있었는가, 노무현 칼라를 구현하는 정책이 있었는가. 후보시절이나 인수위원회에서 공약한 정책들--예컨대 사패산 터널 문제나 손배소-가압류 문제 등--에 대해서 정작 견결하게 추진해보고자 했는가. 이런 점에서 많은 의문을 갖고 있다.

총선 이후 개혁론?

여기서 '총선 이후 개혁론'이라는 논리가 있을 수 있다. 가능한 논리라고는 생각하나, 이는 현저히 상황을 잘못 인식하는 논리라고 생각된다. 돌이켜 보면 문민정부 이후 최소한 '민간정권(civilian government)'에서 초기국면이 개혁드라이브 국면이 아니었던 적이 없다. 후반에는--권력의 누수현상 때문이기도 하지만--개혁드라이브가 실종되고 보수세력을 끌어안는 정책을 구사하는 방향으로 선회하지만 대체로 초기국면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적극적으로 구현하는 개혁드라이브를 선택해 왔다. 그리고 그러한 개혁드라이브를 통해 전체 사회와 정치권 전체를 끌고 가는 형국이 조성되었던 것이다.

심지어 문민정부는 초반이 아니라 후반에 이르러서도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을 감옥에 넣는 개혁드라이브를 통해서 96년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참여정부는 과거 정부에 비해 더욱 높은 수준의 개혁정부가 될 것이 기대되고 요구받고 있는데 오히려 더 개혁성이 더 약화되고 인식되는 상황이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어떤 점에서는, 자신의 가능한 정체성을 구현해보지도 못하고 좌절할 것인가 '뭔가 결단의 자세로 해볼 것인가'의 선택에 처해 있다고도 생각된다. 원내의석의 과소(過小)만으로 총선 이후 개혁을 '대망(待望)'해보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정작 총선 후 개혁론이 가능하려면 개혁을 통해서 오히려 개혁을 향한 국민적 지지를 끌어내야 한다.

개혁드라이브라는 것은 모든 정책들이 다 이런 기조에서 선택되어야 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국정운영에는 무수한 정책선택을 해야 하고 이에는 개혁이나 보수로 환원될 수 없는 쟁점들이 다수이고 보수세력까지도 공감하는 일반적 정책들도 무수히 많다. 이런 점에서 현안이 되는 중요 쟁점들에서 개혁적 지향을 구체화하고 거기에서 제기되는 보수적 저항을 여타의 정책들을 통해 상쇄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된다.

국정운영기조의 전반적인 점검과 인적 쇄신 필요

이런 점에서 참여정부 집권 첫해가 거의 지나가고 현 시점에, 일련의 시행착오와 혼란을 염두에 두면서, 그동안의 정국운영과 정책시행에 대해서 전반적인 점검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물론 이러한 점검을 통과해서 나아가야 할 방향은 자신의 국정운영의 정체성을 보다 분명히 하고 나아가 이를 반영하는 파격적인 정책적 방향전환과 이를 위한 대대적인 인적 쇄신이 될 것이다. 참여정부는 어떤 점에서 '일관된 집권팀'으로서 집권에 성공한 것이 아니었다. 그렇기 때문에 내부의 정책방향을 둘러싼 불일치와 혼란도 있다. 어떤 점에서 하나하나의 정책을 통해서 자신의 정체성을 구현하고 이를 통해서 국정운영주체들을 '일관된 팀'으로 형성해가야 하는 지도 모른다.

이런 점에서 개혁적 정체성을 구현하는 강력한 개혁드라이브를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런 기조 위에서 현실주의적 정책선택을 배합하는 전술이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개혁주의적 '전략'을 견지하면서 현실주의적 '전술'을 배합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것은 개별 개혁정책을 포괄하는 하나의 총괄적인 개혁방침이 될 것이다. 개혁적 노선을 과감하고 견결하게 유지하는 전략 위에서 보수적 목소리를 선택적으로 수용하려는 실용주의적 전술배합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바로 이 점에서 참여정부에서 일관된 방침이 부재했다고 생각된다. 국민들에게 혼란된 이미지로 다가왔다고 생각된다. 어떤 논자의 이야기처럼 '좌회전 깜박이를 켜고 우회전을 한다거나 좌회전을 해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데 직진해버린다'는 식의 평가도 나오게 되는 것이다.

물론 개혁노선이 무조건적으로 정치적 안정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개혁노선을 견지하는 것이 무조건적으로 정치적 안정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지만, 참여정부의 객관적 조건으로 볼 때, 자신의 정치사회적 기반을 유지하면서 개혁을 지속할 수 있는 유일한 가능성이 거기에 있다고 생각된다. 이런 점에서 지금이라도 정책방향의 일관성을 보다 분명하게 하고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며 이것이 개별적 정책에 일관되게 구현되도록 하는 고민이 필요하다. 순전히 '정치적' 관점에서만 개별사안들을 보고 일희일비하는 식으로는 참여정부의 일관된 정체성을 확립하기가 어렵다. 어떤 점에서 386 중심의 '정치적' 판단--물론 이는 전부가 아니다--이 어떤 측면에서 참여정부의 개혁정책적 일관성의 관점에서 사안을 중장기적으로 그리고 전체적으로 파악하고 대응하는 노력을 부족하게 했다고 생각한다. 물론 개혁적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현실적 고려를 배합한다고 할 때 그것은 추상적 원칙일 수밖에 없다.

보수적인 방향으로 가도, 가만히 사안을 보류하고 있어도, 또는 진보적인 방향으로 가도 도전은 기다리고 있다. 이제 자신의 정체성을 구현하는 개혁적 방향으로 견결하게 가면서 보수적 저항 등 여타의 문제점을 수렴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전향적인 개혁적 방향으로 정책선택 지점을 위치이동을 하는 속에서, 국정운영의 기조를 개혁적인 방향으로 전환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참여정부가 보여온 점은 분명 지지층의 기대를 철저히 배반해온 측면이 있다. 정부를 운영하는 것은 야당이나 시민운동과 다르다는 것을 감안해도 너무 지지층의 요구와 다른 방향으로 달려왔다는 것을 인식하는 데에서 출발해야 한다.

개혁적인 방향에서 대대적인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

그리고 대대적인 인적 쇄신 속에서 이러한 참여정부의 새로운 방향성을 구현하여야 한다고 생각된다. 개혁적 정체성의 일차적 유지와 그 위에서 현실주의의 배합이라고 하는 원칙에 부응하지 못하는 비(非)개혁적인 인사들의 과감한 교체도 필요하다. 물론 청와대 내부에서의 '난맥상'도 재정비하기 위한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 이러한 인적 쇄신에서 단순히 사람을 바꾸는 차원이 아니라, 인적 쇄신을 통해서 새로운 정책적 정체성과 지향을 드러낼 수 있어야 한다고 굳게 믿는다.
조희연 참여연대 운영위부위원장, 성공회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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