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감시센터 칼럼(aw) 2011-11-28   2715

[칼럼] 정치의 계절, 권력의 ‘칼날’이 춤을 춘다

정치의 계절, 권력의 ‘칼날’이 춤을 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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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의 계절, 춤추기 시작한 선관위와 검·경의 칼날


10·26 재보궐 선거가 끝난 지 한 달이 되어간다. 선거 패배 후 늘 반복되던 여권의 쇄신 논란이 여지없이 등장하고, 야권은 내년 선거를 앞두고 통합 논의가 분주하다. 총선 예비후보 등록일이 내달 13일로 다가왔고, 지역구마다 출마 예상자들의 하마평이 무성하다. 지난 지방선거와 10·26 재보궐을 거치며 달궈진 시민들의 정치 참여 열기도 한결 뜨거워진 느낌이다. 바야흐로 총·대선을 앞두고 본격적인 정치의 계절이 돌아온 것이다. 


그러나 선거가 가까워졌음을 인지할 수 있는 징표는 불행히도 다른 곳에서도 감지된다. 최근 선관위는 ‘한미FTA찬성의원 낙선송’을 인터넷 까페와 트위터에 올린 네티즌 4명을 선거법 위반으로 수사의뢰했고, 해당 악보를 게시한 다른 네티즌들에게도 삭제 요청을 하고 있다. 단속 기관의 움직임은 이미 재보궐 선거에서부터 본격화되었다. 검찰은 SNS에서의 불법 선거운동을 단속하겠다며 엄포를 놓았고, 공안몰이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선관위는 서울시장 후보자를 패러디한 포스터를 게시했다는 이유로 수명의 네티즌을 고발했고, 나아가 선거당일 ‘유명인’들의 투표독려운동도 제한하겠다는 말도 안 되는 가이드를 제시하여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정치의 계절은 돌아왔지만 축제를 준비하기도 전에 이미 선관위와 검찰, 경찰의 칼날은 SNS와 인터넷 공간에서 춤추기 시작했다. 



선거 180일 전부터 단속? 희대의 독소조항 선거법 93조 1항


선관위와 검·경 등 단속기관이 선거에 있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근원에는 현행 규제중심적 선거법이 있다. 불과 13일(총선), 22일(대선)에 불과한 선거운동 기간 외에는 예비후보자들에게 허용된 일부의 선거운동을 제외하고 모든 국민의 의사 표현이 ‘사전선거운동죄’로 제약받게 된다. 지난 10월에는 총선 11개월 전에 낙선운동 리스트를 올려놓은 트위터리안이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벌어졌다. 선거에 출마할지도 확실치 않은 정치인을 낙선대상자로 지목했다고 처벌받는 세상이 안타깝지만 우리의 현실이다.

 

그러면 백번 양보하여 선거운동이라고 인식될 의사표현을 하지 않으면 안심할 수 있을까? 대답은 아니오이다. 지난 10월 14일은 총선을 180일 남겨놓은 날이었다. 한창 선거가 진행되던 와중이었기에 여론의 주목을 받지 못하고 지나갔지만, 유권자에게 이 날은 매우 중요한 날이었다. 총선을 앞두고 현행 선거법 중에서 가장 독소조항이라 평가받는 선거법 93조 1항의 적용이 시작된 날이기 때문이다. 93조 1항은 ‘선거일 180일 전부터 선거일까지 정당이나 후보자의 명칭에 대한 지지·추천·반대의 내용이나 정당의 명칭, 후보자의 성명을 나타내는 제반 활동을 금지’하고 있다. 정당과 정치인에 대한 언급은 사실상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로 간주되고, 단속기관의 판단에 따라 정치적 견해 표명은 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트위터 등 SNS와 인터넷도 감시의 대상이 됨은 물론이다. 앞서 ‘FTA낙선송’을 게시한 네티즌도 이 조항에 의해 수사의뢰가 되었고, 이미 지난 2007년 대선에서 93조 1항은 무려 88,000여건의 인터넷 게시글을 삭제하고 수백명의 네티즌이 수사기관에 불려다니는 악법으로 기능한 바 있다.



유권자가 선거의 주인이다! 선거법을 개정하라


작은 물건 하나를 사기 위해서도 장·단점과 가격을 살피고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우리네 삶이다. 하물며 나와 내가족의 삶을 바꿀 대표자를 선출하는 데 그만큼의 과정이 필요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정치적 의견을 표현하고 후보자를 품평하지 못한다면 대의제에서 주권자로서 대접받는다 말할 수 있을까? 지난 6월 50여개의 시민사회단체와 네티즌은 선거법 개정을 위해 <유권자자유네트워크>를 결성했다. 10월에 선거법 개정 입법청원안을 제출하는 등 시민입법운동과 선거법 피해 시민에 대한 법률지원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모두가 거리낌없이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표명할 수 있도록 총선 전에 반드시 선거법을 개정하자. 그리고 두려워하지 말자. 이미 정치적 표현의 자유 보장은 누구도 되돌릴 수 없는 우리 시대의 상식이 되어버렸다. 스스로에게 되물어보자. 주권자가 될 것인가? 들러리로 남을 것인가? 

황영민 (참여연대, 유권자자유네트워크(준) 사무국)

※ 이 글은 미디어오늘(11/23)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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