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감시센터 기타(aw) 2004-05-20   1258

[정치지형의 변화와 시민운동 2] 정당정치 정상화와 시민운동 (하)

인터넷참여연대는 17대 총선을 계기로 달라진 정치지형이 시민사회에 미칠 영향을 점검해보고, 이를 기초로 시민운동의 새로운 진로를 모색하는 의미에서 기획시리즈 ‘정치지형의 변화와 시민운동’을 연재한다. 편집자 주

1. 정당정치 정상화와 시민운동(상)

2. 정당정치 정상화와 시민운동(하) 3. 열린우리당은 개혁에 나설 것인가

4. 민주노동당의 원내 진출과 시민운동

5. 시민운동의 독자적 정치세력화 모색

총선 이후 지금까지 시민단체 활동가들과 학자들 사이에 논의되고 있는 시민운동의 새로운 진로 모색은 대략 전문성 강화, 급진화(진보성 강화), 풀뿌리 시민운동 등 지역 시민운동 강화, 세계시민사회와의 연대 등으로 모아지고 있다.

종합 대변형 운동의 장기적 쇠퇴 전망

박원순 변호사는 새롭게 형성된 정치지형이 종합대변형 시민운동에 미치는 영향을 ‘정책개입운동의 단기적 활성화와 장기적 쇠퇴’로 전망한다.

“”새로운 정치지형은 시민단체들이 제기한 개혁과제들이 국회 안에서 논의되고 입법화될 가능성을 높였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법안청원, 입법공청회 참석, 의정 모니터 등 시민운동의 정책개입운동을 활성화시킬 것이다. 그러나 민주노동당을 비롯한 새로운 정당체제가 정책경쟁과 입법운동의 과정을 통해 국민여론을 모으고 인기를 유지하려는 중요한 수단이자 통로로 등장하면서 시민단체들이 독점했던 개혁과제 입법운동, 공공의제 설정 기능은 장기적으로 의회가 가져갈 것으로 전망한다.”

박원순 변호사는 “커다란 틀의 운동이 보다 구체적인 영역으로 진전하지 않으면 안된다”면서 “공직사회의 부패방지를 위한 시민운동의 노력이 부패방지법이라는 결실로 나타났다면, 이제는 전문가들의 직업윤리, 윤리강령 구체화, 이권개입금지, 사정기구 개혁과 모니터 강화 등 제2 단계로 나가야 한다”며 전문성 강화의 방향을 제시했다.

전문성 강화, 감시운동의 업그레이드 필요

종합대변형 운동의 대표주자인 참여연대도 시민운동의 전문성 강화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권력감시운동의 전문성을 제고하기 위한 의정감시센터의 모니터 기능 강화가 대표적이다.

이지현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간사의 얘기다.

“”권력감시운동을 한다고 해왔지만 주로 정쟁과 정치공방에 대해 논평하고, 제도개혁과제를 제시하는 차원이었지 의회권력을 제대로 감시해 본 적이 없다. 그러나 향후 의정감시운동은 정당과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을 꼼꼼히 감시하는 운동으로 나갈 것이다. 국회 상임위를 예로 들면, 실제로 막후협상과 내밀한 거래가 판치는 소위원회에서의 의정활동을 기록, 평가, 공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의정활동에 대한 평가지표 등 평가방법론 개발, 데이터베이스 구축, 구축된 정보의 효과적 공개 등 일상적인 의정감시 시스템을 갖추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창립 10주년을 맞아 내부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참여연대 발전 전략 논의에서도 시민운동의 전문성 강화 필요성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이 보인다. 이승희 참여연대 기획실장은 “지금까지 참여연대는 해마다 새로운 개혁과제를 선정하고 이를 의제화하는 방식으로 성장해왔다” 면서 “사회적 의제설정 기능은 여전히 중요하지만, 그 못지 않게 현재 벌이고 있는 사업들을 질적으로 ‘업그레이드’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이에 따라 각 사업영역의 전문성을 강화하는데 데 효율적인 시스템과 조직운영은 무엇인가를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성의 정치 대표성 제고라는 측면에서 이번 총선을 정치 정상화의 중요한 진전으로 평가하는 여성계 역시 여성운동의 전문성 강화라는 고민을 하고 있다. 조현옥 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 대표는 “여성의 정치 대표성이 13%에 이른 상황에서는 이제 여성대표의 질적인 문제, 이념의 문제를 따질 수밖에 없는 단계”라면서 “지금까지 여성대표들의 정당내 역할이 전무했기 때문에 여성정책의 생산 능력과 감시·비판 능력을 제고하는 일도 시급하다”고 말한다.

거대담론, 지역운동 영역에서는 대변형 운동 활성화 주문

미시적 영역의 전문성 강화 움직임이 종합대변형 운동의 장기적 쇠퇴 전망과 연관되어 있는 측면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오히려 정치개혁 운동과 같은 대변형 운동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서 전문성 강화가 요구되는 측면도 강하다.

“국기기관인 부패방지위원회에서 160명 안팎의 직원들이 일상적으로 반부패 문제를 연구하는 상황에서 현재 수준의 시민운동의 반부패 전문 역량으로는 시민운동이 공직사회 부패문제에 효과적으로 개입할 여지가 당연히 좁아질 수밖에 없다”는 박 변호사의 지적은 대변형 운동의 효율성 제고의 요청으로서 전문성 강화의 필요성을 잘 설명하고 있다.

특히 거대담론의 생산, 지역 시민운동 등 영역에서는 대변형 운동이 오히려 더 강화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상당한 설득력을 가진다.

김동춘 교수는 정치지형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한국 정치는 아직 국가와 미래의 비전, 즉 거대담론을 만들 능력이 없고, 이 역할의 상당 부분은 여전히 지식인과 시민사회, 언론의 몫”이라고 말한다. 김 교수는 시민사회가 담당할 거대담론의 영역으로 성장과 분배의 조화, 미 패권주의 하에서 동북아 안보체제와 한반도 위상, 국토 균형발정과 분권, 신 신분질서 타파와 사회적 형평성 확보 등을 거론한다.

서울청년연합회 정보연 간사는 “경실련이 하고 있는 아파트 분양가 공개운동이 있지만, 네티즌들의 자발적 모임인 ‘아네모네’의 회원이 벌써 4만명을 넘었다”면서 “뒤에서 커오는 시민운동이 오히려 기존 시민운동을 압박하는 과정에서 개별 과제에 대한 전문성보다는 리더로서 방향 제시가 더 중요한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며 시민운동의 거시적 담론을 연구하는 연구소의 설립을 주장했다.

지역 시민운동에서의 대변형 운동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은 정치·행정 권력의 정상화와 민주화 속도에 있어 중앙과 지방이 시차를 겪으면서, 지역에서는 여전히 관료사회, 언론, 지역토호들의 기득권 네트워크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김민영 참여연대 시민감시국장은 “중앙정치의 영향력이 덜한 지방에서는 기득권 네트워크가 훨씬 견고하고, 상대적으로 시민사회는 취약하다”면서 “이런 특성상 지방은 낙선운동과 같은 대변형 시민운동이 강하게 요구되고, 실제로 강력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말한다.

사회경제적 개혁 요구의 급진화

전문성 강화와 함께 주로 논의되는 또 다른 의제는 급진성이다. 급진성은 일반 민주주의적 개혁과제의 심화, 노동·분배·복지 문제 등 사회경제적 개혁, 환경·소수자 문제 등 이른바 탈근대적 가치의 실현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조희연 교수는 “제도정치와 국가의 합리화에 따라 의제와 사람이 포섭되어 가는 정도가 빨라지기 때문에, 시민운동이 보다 급진민주주의적 시각을 가지고 과거에는 급진적이라고 여겨졌던 의제까지도 포섭하고 새로운 참여자들을 발굴하는 등의 노력을 해야 한다”면서 시민운동의 급진화 필요성의 배경을 설명한다. 그의 얘기를 좀 더 들어보자.

“”참여연대의 경우 국민최저선(National minimum)이라는 화두를 가지고 사회복지개혁운동을 선도하여 왔지만 98년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통과 이후 이러한 중범위적 수준에서의 운동담론이 사회복지운동에서 소실되어 왔는데, 이러한 것이 바로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미시적인 개선요구 정도로 자기의 역할이 축소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급진화된 민주주의의 관점에서 경제민주주의나 산업민주주의, 복지국가 실현이라는 시각에서 보면 더 많은 과제들이 시민운동에게 남아있다”

정치지형 변화 중에서 수구보수세력의 쇠퇴와 합리적 보수세력으로의 변신, 진보정당의 원내 진출 등은 특히 사회경제 영역에서의 시민운동의 급진화 필요성의 조건으로 작용하고 있다. “새롭게 형성된 정치지형은 주로 대북정책을 중심으로 놓였던 수구와 보수의 대립전선을 경제-사회 구조개혁 영역에서의 전선으로 이동시킬 것”이란 안수찬 기자의 지적에서 확인되듯이, 새로운 정치지형은 그 동안 수구세력 척결에 상당한 무게를 실어온 시민운동이 실질적 민주주의의 진전을 목표로 사회경제적 개혁에 힘을 더 실을 수 있는 여지를 그만큼 더 넓혀 놓았다.

진보정당의 원내 진출로 사회경제적 개혁과제들이 제도 정치권에서 상시적으로 의제화할 수 있다는 점도 시민운동의 급진화를 요구하는 중요한 근거다. 다만 민주노동당과 시민운동의 관계설정에 대해서는 권력감시운동의 대상으로서 개별 의제별 공조라는 큰 원칙에서 여타 정당과 차이가 없다는 입장과, 민주노동당 지지는 아니더라도 시민사회적 가치를 가장 많이 수용한 민주노동당과는 여타 정당과 구분되는 협력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입장 사이에 미묘한 차이가 존재한다.

시민사회운동의 제도화·체제내화의 위험성을 경계하며 소수자 문제 등 정당정치의 근대적 정상화를 넘어선 운동을 시민운동이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귀담아 들을 만하다.

지금종 문화연대 사무처장은 박원순 변호사가 새로운 시민운동의 방향으로 제시한 ‘선진국형 생활운동으로의 전환’에 대해 “미국의 시민사회에서 자원봉사활동을 돈으로 환산하면 GNP의 3배가 된다는 말이 있지만, 과연 미국이 좋은 나라냐는 질문에 우리는 그렇다고 답할 수 없다”면서 “시민운동의 체제화, 제도화에 대한 우려를 가질 필요가 있다”며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우리의 요구가 제도화된다고 해서 우리가 바라는 세상이 올 것인가. 나는 여전히 소수자에 대한 ‘억압적 관용’에 머무를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결국 근대적 시스템화와 새로운 사회에 대한 전망을 동시에 가져야 한다.”

생활세계와 세계시민사회로의 시민운동의 확장

지금까지 주로 정치경제적 개혁이슈 중심의 시민운동을 생활세계 영역 및 글로벌 민주주의 영역에서의 평등, 차별 철폐, 민주주의 실현 등을 고민하는 방향으로 확장해야 한다는 문제의식도 시민운동의 고민 중 하나다.

대변형 운동의 장기적 쇠퇴를 전제로 박원순 변호사가 새로운 시민운동의 영역으로 제시하는 ‘선진국형 생활운동으로의 전환’은 생활세계로의 시민운동의 확장을 주문하는 대표적인 주장이다. 박 변호사는 “정책과 정치영역에서의 정당의 역할 회복은 시민단체로 하여금 준정당적 기능을 양보하는 대신 시민생활 속으로 들어가 의식개혁, 사회복지 서비스, 생활환경 변화를 위해 노력하는 것”라고 말한다.

박홍순 열린사회시민연합 소장은 “지금까지 주류 시민운동은 대변형 운동이었지만 단체 수로만 보면 생활운동단체들의 저변이 넓어지고 있다”면서 “시민교육, 지방·주민자치, 자원봉사 등 생활밀착형 시민운동이 중요해 질 것”으로 전망했다.

풀뿌리 시민운동의 강화와는 조금 다르게, 종합대변형 시민운동과 유사한 문제의식으로서 지역 기득권 네트워크에 대항하는 지역시민운동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정춘숙 서울여성의전화 부소장은 “26개 지역에서 여성의 전화를 운영하면서 지역에 직접 가보면 지역행정권력이 지역토호와 결합해 지역사회를 좌지우지하는 장면을 자주 목격했다”면서 지역 시민운동 강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시민운동의 영역 확장으로서 세계시민사회와의 연대를 강화하는 것도 시민운동의 과제로 제기된지 오래다. 여기에는 특히, 세계 시민사회운동이 선진국 NGO 중심으로 진행되면서 제3세계의 이해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또한 한국 시민사회의 역동성과 시민운동의 역량에 대한 국제적 평가와는 달리 아시아 등 세계시민사회에서 우리 시민운동의 역할은 상대적으로 미약했다는 자기반성도 포함되어 있다.

한국 사회운동의 탈종속화와 주체적 세계화를 고민하는 조희연 교수는 “우리 시민운동이 일국적 한계를 넘어서, 아시아 민주주의 및 글로벌 민주주의의 기여자가 되는 운동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희망한다.

장흥배 기자
첨부파일: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실시간 활동 SNS

텔레그램 채널에 가장 빠르게 게시되고,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