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감시센터 기타(aw) 2004-07-30   1984

장관 교체사유 “역시 정치적 이유”

참여정부 개각도 역대 정부 답습하나

참여정부의 장관급 인사 교체는 지난해 12월부터 중소폭으로 진행돼 현재까지 4개 부처를 제외한 17개 부처의 수장이 교체되는 대폭의 개각이 됐다. 17개 부처의 장관 교체사유를 집계한 결과 참여정부의 개각 역시 역대 정부처럼 정치공학적 고려를 우선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잦은 장관 교체는 구조적 정치환경 탓도

취임 2년째를 맞는 참여정부의 내각 교체 빈도는 역대 정부와 아직 비교할 시기는 아니지만,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 당시 “내 임기와 함께 하는 장관이 여럿 나올 것”이라 언약한 것에 비춰보면 사실상 역대 정부와 전혀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장관급 인사 중 정통부장관, 공정거래위원장, 금감위원장, 여성부장관을 제외한 모든 부처의 장관이 교체됐다.

언론은 흔히 선진국가와 비교해 장관의 단명을 비판적으로 보도하지만, 시민사회가 반개혁·무능·부패 등의 이유로 장관 교체를 요구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현실에서 빈번한 개각 자체를 나무랄 수만은 없다. 윤태범(참여연대 맑은사회만들기본부 실행위원) 방통대 행정학과 교수는 “우리와 비교 대상이 되는 OECD 국가들은 정치가 안정돼 있어 부패 사유가 아닌 한 장관직을 유지한다”면서 “우리는 정치적 역동성이 크고, 장관에 대해 무한책임을 요구하는 경향이 있어 구조적으로 장수하는 장관을 내기 힘든 여건”이라고 설명한다. 구조적으로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 장관의 단명을 무조건 비판적으로 바라보기 어렵다는 뜻이다.

실제로 한 대학논문 자료에 따르면, 국무총리와 장관이 동시에 교체되거나 5개부처 이상 장관이 동시에 교체되는 큰 폭의 개각이 유난히 많다. 전두환-노태우-김영삼-김대중 정부 순으로 중폭 이상의 개각과 그 개각이 전체 장관교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살펴보면 각각 9건-39%, 7건-33%, 8건-84%, 6건-25%로 나타났다. 장관들의 평균 재임기간 역시 17.1개월-12.9개월-11.5개월-10.5개월로 점점 더 짧아지고 있다.

그런데 중폭 이상의 개각의 경우 장관 개개인의 귀책사유보다는 정치적 국면 전환이나 민심수습 차원에서 이뤄진 개각의 비율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나, 개별 장관의 교체와 함께 장관의 교체사유로서 정치적 이유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호균 서울대 한국정책지식센터 선임연구위원은 ‘성공장관이 되는 길’이라는 보고서에서 “전두환 정부부터 김대중 정부까지 전체 381건의 장관 교체 중 정치적 사유로 경질된 경우가 절반 수준인 187건으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참여정부 장관 교체 역시 개혁·전문성보다 정치적 고려

참여정부는 이번 개각에 대해 “제 2기 개혁 로드맵 추진을 위한 포석”으로 주장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시민사회의 평가는 부정적이다. 국면 전환이나 민심 수습의 차원은 아니지만, 역대 정부처럼 정치적 고려에 의한 장관 교체가 눈에 띄게 많기 때문이다.

먼저 지적할 것은 17대 총선 전에 교체된 11명의 장관 중 4·15 총선에 출마한 인사가 8명에 이른다는 사실이다. 이 가운데 야당의 해임건의안이 통과돼 자신 사퇴한 김두관 전 행자부장관, 사법부의 새만금사업 중단 결정에 반발해 자진 사퇴한 김영진 전 농림부장관을 제외하면 다른 인사들의 경우 사실상 총선 출마를 위해 장관직을 벗었다는 표현이 합당하다.

물론 산자부는 부안 핵폐기장 건설 과정에서의 시민사회와의 갈등, 교육부는 네이스(NEIS) 파문 등의 책임성이 거론되기는 했으나 이들 부처의 정책과 업무 추진을 청와대에서 적극 지지했다는 점에서 경질성으로 보기 어렵다.

총선출마와 무관하게 18개 부처 전체의 장관 교체사유를 살펴보아도 업무 추진에 있어 과실이나 무능에 따른 경질성 성격의 교체는 조직장악력이 약했다고 평가받은 박호군 전 과기부장관, 외교부 사태 책임성이 거론된 윤영관 전 외교부장관, 해군 정보보고체계 문제점을 책임진 조영길 국방장관 등 3명에 불과하고, 나머지 15명의 장관 교체는 다분히 정치적 고려를 앞세웠다는 평가를 반박하기 어렵다.

특히 참여정부 초기 개혁을 위한 파격적 인사로 시민사회의 기대를 모았던 김두관, 강금실, 이창동 등 사회부처 장관 중 지금 한 명도 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시민단체 입장에서는 분명한 개혁 후퇴 조짐으로 읽힐 만한 대목이다.

이창동 전 장관에서 정동채 장관으로의 교체에 대해 지금종 문화연대 사무처장은 “특별한 문제도 없었고, 가능하면 오래 쓰겠다고 한 장관 대신, 문화예술계 출신에서 뽑겠다는 약속까지 어겨가며 결국 정치인 출신 인사를 장관으로 기용한 것은 원칙이 없는 인사”라며 비판적 입장을 밝혔다. 실제로 개혁적 문화단체에서는 이창동 전 장관의 업무 스타일과 개혁 비전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 평가를 내리고 있었고, 이 전 장관 자신도 장기간의 개혁 로드맵을 구상하고 있었다는 평가다.

강금실 장관의 교체 역시 ‘검찰개혁보다는 검찰장악’을 노린 것 아니냐는 것이 시민사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보건복지부는 전임 김화중 장관의 개혁실종과 정책 혼선에 대해 시민단체가 직접 퇴진 목소리를 높였다는 점에서 김근태 신임장관의 취임 자체만 놓고 보면 나쁘지 않은 카드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정세현 전 장관 대신 새로 취임한 정동영 장관 카드와 마찬가지로. 개혁성·전문성보다는 여권의 잠재적 대권주자의 정치적 구상과 청와대의 이들에 대한 관리 차원에서 이뤄진 개각이라는 것이 중평이다.

물론 장관이 교체된다고 해서 그동안 추진해왔던 업무 연속성이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정무직으로서 장관 자체가 강한 정치성을 갖기 때문에 정치적 고려에 의한 개각 자체를 무조건 비판할 일도 아니다. 윤태범 교수는 “행정관료에 의해 움직이는 부처의 특성상 장관이 바뀐다고 정책이 끊어지는 것은 아니다”면서 “통상 후임 장관이 전임 장관보다 더 개혁적이기 힘들기 때문에 초기 장관이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는 거는 것이 후임 인사의 개혁성보다 더 중요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번 법무부장관 교체 인사에서 드러났듯이 뚜렷한 사유나, 전임 장관이 그나마 이룬 개혁에 대한 비전이 없이 정치공학적 이유로 장관을 교체하는 참여정부의 인사 스타일 역시 역대 정부의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장흥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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