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감시센터 기타(aw) 2003-02-05   460

개혁의 드림팀을 구성하라!

[참여사회2월호] 커버스토리- 노무현, YS-DJ 10년으로부터 배워라!

손혁재 [참여사회 편집위원 / 성공회대 교수]

노무현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국민들이 가장 많은 관심을 갖는 것은 과연 누가 노무현 대통령과 함께 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조금은 성급한 진단일 수도 있으나 국무총리를 비롯해서 각 부의 장관을 보면 노무현정부의 미래를 볼 수 있다. 흔히 인사는 만사라고 한다. 그러나 인사가 잘못되면 망사가 되고 만다. 실제로 현 국민의 정부나 전임 문민정부 모두 인사에 실패했고 이로 말미암아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인사를 망친 것은 김영삼 전 대통령의 국정 실패의 중요한 요인 중 하나였다. 김영삼 대통령은 누구라도 자신의 맘에만 들면 썼다가 결과적으로 국정을 망가뜨리고 말았다. 5년 동안 장관급에 임명된 사람만 150명이 넘었고, 이들의 임기가 평균 1년이 안되었다. 업무 파악도 끝내기 전에 그만두는 사례가 한둘이 아니었다.

김영삼 대통령의 인사 실패는 첫 조각에서부터 예고되었다. 첫 조각 10일만에 3개 부처 장관과 서울시장이 교체되었던 것이다. 김대중정부도 마찬가지이다. 취임 초부터 몇몇 장관이 물러나더니 수많은 단명장관이 속출했고, 인사 때마다 문제가 드러났다.

김영삼 대통령은 인사를 앞두고 언론에 오르내리는 인물은 기피하고 의외의 인물을 임명하는 방식을 선호했다. 언론에서는 ‘깜짝쇼’라고 비아냥거렸다. 김대중 대통령은 청와대 비서진과 내각 인선에서 언론에서 미리 복수 후보를 공개해 여론의 검증을 거치는 형식을 취했다. 이런 방식이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말은 복수 후보를 공개해 여론의 검증을 거친다고 했지만, 공약사항인 인사청문회를 비켜나가려는 변명일 뿐, 실제 내용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예전부터 인사와 관련해서 언론에 오르내리던 하마평과 아무런 차별성이 없었다.

[ 30번 개각한 YS ]

개각도 너무 자주 이뤄졌다. 김영삼 대통령은 재임 중 “일하는 정부를 만들기 위해 장관을 자주 바꾸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김영삼정부는 모두 30번의 개각을 했다. 평균 2개월에 한 번 꼴로 개각이 이루어진 셈이다.

국정 운영의 핵심인 국무총리는 6명이 거쳐가 평균 재임기간 10개월로 어느 정부보다도 짧았다(박정희 정권은 3년 2개월, 이승만 정권 1년 3개월, 전두환 정권 1년, 노태우 정권 1년). 장관을 지낸 사람은 모두 118명으로 평균 임기는 13.3개월이었다(차관은 14.9개월). 그나마 5년 동안 장수했던 오인환 공보처 장관을 빼면 김영삼정부 장관 평균 재임 기간은 11.3개월로 줄어들어 전임자인 노태우정부의 12.6개월보다도 짧아진다.

보건복지부 장관과 정무1장관은 무려 8차례나 바뀌었고, 재임 한 달을 채우지 못하고 물러난 장관도 5명이나 됐다. 서울시장도 2명이나 재임 한 달을 채우지 못했고, 내무부는 불과 20일 사이에 3명의 장관이 바뀐 적도 있었다.

24개 부처 가운데 장관이 평균 1년 넘게 재임한 부처는 그 4분의 1인 6곳 뿐이었다. 김영삼 대통령이 사회적인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민심을 추스리는 방법으로 개각을 이용했기 때문이다. 잦은 개각은 위기 타개의 유용한 수단이었던 셈이다. 또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불명예스럽게 물러난 장관도 15명, 전체 118명의 13%가 되었다. 결국 이 같은 잦은 인사가 행정의 연속성과 정권의 안정을 크게 해치고 말았던 것이다.

이렇게 개각을 자주 한 것은 김영삼 전 대통령이 국정 운영 철학을 갖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정 운영과 개혁에 대한 뚜렷한 청사진이 없다 보니 적임자를 찾아내기보다는 자신과 가까운 사람만 챙긴 게 됐다.

아직 정확한 통계가 나와있지 않지만 김대중 대통령의 인사도 마찬가지다. 국무총리는 4명, 장관직도 자주 바뀌었고, 사회적 물의로 중도 하차한 경우 역시 전 정권에 못지 않았다. ‘작지만 효율적인 청와대 비서실’을 만들겠다고 했지만 청와대 참모진과 관련된 물의도 여전했다.

[ 인사청문회와 다면평가 좋은 검증장치 ]

이제 노무현정부는 어떻게 인사를 해야 할까. 인터넷을 통해 국민추천을 받기도 하고, 다면평가를 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국민의 소리를 귀담아 듣고, 검증절차를 거친다는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런 절차상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역대 정권의 인사는 한 번도 편중인사, 정실인사, 논공행상, 나눠먹기, 잦은 개각 등의 비판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 노무현정부의 인사는 이런 비판을 받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대통령은 주요 직위를 차지할 사람들이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어려울 때일수록 어떤 사람을 쓰느냐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 사람이라면 믿고 어려움을 함께 참아나갈 수 있겠다’는 믿음을 국민에게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철저한 사전 검증을 거쳐야 한다. 인사청문회와 다면평가는 검증을 위한 좋은 장치가 될 것이다.

노무현정부는 새로운 정치에 대한 국민의 열망을 바탕으로 성립된 정부이다. 그러나 노무현정부의 출범이 갖는 의미가 크다고 해서 그것이 정권의 성공을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 정부의 출범과 개혁의 달성은 서로 다른 것이기 때문이다.

노무현정부가 5년 뒤에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당면한 국가 위기를 극복하고 개혁을 성공시켜야 한다. 새 정부의 국정 운영 철학 및 개혁의 청사진, 리더십의 수행 능력 등이 개혁에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따라서 노 정부의 첫 인사는 개혁 추진의 중심 형성이 되어야 한다.

개혁의 청사진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을 직접 실천에 옮길 개혁 주체 세력이 형성되어 있지 않으면 안 된다. 지금의 정국은 여소야대이다. 야당이 원내 과반을 넘는 거대 야당인데다가 여당인 민주당 안에서도 노무현 당선자는 소수파이다. 따라서 노무현정부는 국민이 호응하는 바른 인사를 통해 개혁의 주도권을 쥘 필요가 있다. 말하자면 개혁의 드림팀이 필요한 것이다.

김대중정부의 인사에서 눈에 띄는 점 가운데 하나가 보수 세력의 진출이었다. 공동 정권을 이루던 자민련 출신은 물론이고 문민 정부나 그 이전의 5,6공 출신들도 있다. 이를 김대중 대통령은 거국내각을 구성하겠다는 선거공약의 실천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것은 김대중 대통령을 탄압했던 비호남 수구 기득권 정치세력이 가질 불안감을 줄이기 위한 조치였다. 이렇게 기득권 수구세력까지도 끌어안았지만 수구 기득권 세력의 반발은 수그러들지 않았고, 개혁도 제대로 추진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우리 인사에서 반드시 고려되었던 지역안배도 마찬가지다. 노 정부는 이러한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

공직은 대통령의 것이 아니다. 공직은 국민과 국가의 것이다. 대통령의 인사권은 대통령을 선출한 국민의 뜻을 제대로 헤아린 뒤에 행사될 권리임을 노무현 당선자는 잊지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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