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감시센터 기타(aw) 2000-08-09   472

개혁 명분에 어울리지 않는 개각

개각은 꼭 교체해야 할 장관을 적절한 시기에 참신한 인물로 교체함으로써 국정운영의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필요하다. 그러나 7일 단행된 개각은 대통령이 인선 기준으로 밝힌 “개혁성·전문성·성실성”과도 거리가 멀고 김대중정권 집권 후반기의 새로운 비전을 기대하기도 힘든 면면이라 실망을 금할 수 없다.

“국가경쟁력을 확보하고, 21세기 선진국 진입을 위해 변화된 국정환경을 고려”했다는 개각 명단에, 지난 92년 현대중공업이 조성한 비자금 500만원을 뇌물로 받은 사실이 검찰수사과정에서 밝혀져 사퇴했던 신국환 전 공업진흥청장을 산자부장관에 임명한 것은 “산자부장관과 농림부장관은 자민련과의 협의를 거쳤다”는 청와대 대변인의 발표에 나타나있듯 이번 개각이 공동정부 유지를 위한 정략적인 나눠먹기식 개각일 뿐 국민정서나 기대와는 동떨어져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또한, 이번 개각에서 가장 중요했던 경제부처장의 개각은 너무나 실망스럽다. 새 경제팀은 재벌개혁과 금융개혁 등 산적한 과제를 추진하는데 필요한 개혁성을 가진 인물로 볼 수 없으며, 책임지고 개혁정책을 수행할 만큼의 소신을 갖추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대표적으로 개혁성과 조정능력 부족으로 정부 정책의 일관성을 잃고 개혁이 지지부진한데 책임이 있어 1차적인 경질 대상으로 거론되었던 이기호 현 경제수석에 대한 교체여부가 언급되지 않은 것이나, 개혁성과는 거리가 멀고 경제관료 출신으로 공기업개혁의 성과도 없는 진념씨의 재경부 장관 기용 등은 오히려 현 경제팀보다도 후퇴한 것으로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또한 투신부실에 책임이 있을 뿐 아니라 재벌개혁의 경험와 의지가 검증되지 않은 이근영씨의 금융감독위원장 임명도 납득하기 어렵다. 그나마 개혁을 선도해왔던 전윤철 공정거래위원장이 교체된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또한 보건복지부장관에 임명된 최선정 장관은 IMF사태 당시 보건복지부 차관을 역임한 인물로 당시 초유의 대량실업사태로 국민들이 겪어야 했던 고통에 안일하게 대응했던 것으로 평가되며, 노동부장관으로서도 롯데호텔 파업 등 노동현안에 무대책으로 일관한 능력과 개혁성이 의심스러운 인물로 현재 보건복지분야의 주요 현안들인 의약분업 정착 및 보건의료개혁과 4대 사회보험의 전면 확대, 사회보장예산 우선 확충 등 개혁과제들을 소신 있게 추진하기 적절치 않은 인물이다.

이외에 교육부장관으로 임명된 송자 총장도 과거 연세대총장 재직시절 이중국적 문제로 사퇴한 바 있으며, 현재 삼성전자 사외이사로서 기업지배구조 개선에 기여하기보다 실권주를 5,600주나 인수하였을 뿐 아니라 삼성전자가 삼성자동차의 부실채권을 갚아주는 이사회의 불법적인 결의를 주도하여 독립성이 의심되는 등 개혁적인 인사라고 보기 힘들다. 특히 송자 총장은 삼성전자 사외이사로서 15억 원에 이르는 삼성전자 주식을 무슨 자금으로 어떻게 취득하였는지를 공개하여야 할 것이다.

고위공직자 인선과정의 불투명성으로 인한 여러 의혹을 불식시키고, 공직후보자의 정책적 비전과 업무수행능력, 그리고 과거 전력 등에 대한 종합적인 점검과 국민적 동의를 획득하기 위해서라도, 현재 시행중인 인사청문회의 대상을 장관을 포함한 국무위원 전체로 확대 실시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이는 대통령의 인사권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추진력 있는 정부운영의 관건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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