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독려광고마저 제한하는 선거법 93조는 악법



투표독려광고마저 제한하는 선거법 93조는 악법


정당의 정치활동, 유권자 선거자유 모두를 틀어막는 희대의 독소조항
국회는 유권자의 정치적 의사표현 가로막는 선거법 독소조항 반드시 개정해야



1. 공직선거법 93조의 문제점이 또다시 드러났다. 선관위는 지난 9일, 포털 사이트에 게시된 민주당의 ‘부재자 투표 독려 광고’를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통보하고 해당 게시물을 내리도록 조치하였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통상적인 정당 활동에 대한 방해라고 반발하면서 논란이 격화되고 있다. 역대 선거시기마다 유권자의 선거자유를 틀어막는 역할을 해왔던 공직선거법 93조가 이제 정당의 정치활동까지 영향력을 뻗친 셈이다. 선거 6개월 전부터 사실상 모든 정치적 의사 표현을 규제하는 공직선거법 93조 1항은 악법이 아닐 수 없다. 국회는 이번 논란을 계기로 유권자의 선거자유와 정당의 정치활동 모두를 틀어막는 93조 개정에 나서야 한다. 나아가 ‘돈은 묶고 입은 풀라’는 공직선거법의 취지에 맞게, 희대의 독소조항인 93조를 비롯해 정치적 의사표현을 가로막는 규제중심적 선거법을 전면전으로 개정하는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2. 공직선거법 제93조 1항은 역대 선거시기마다 유권자의 입을 틀어막고, 손발을 묶는 역할을 해왔다. 93조 1항은 ‘누구든지 선거일전 180일부터 선거일까지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하여 이 법의 규정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정당 또는 후보자를 지지·추천하거나 반대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거나 정당의 명칭 또는 후보자의 성명을 나타내는 광고, 인사장, 벽보, 사진, 문서·도화 인쇄물이나 녹음·녹화테이프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것을 배부·첩부·살포·상영 또는 게시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난 2007년 1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 조항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것’에 ‘인터넷 UCC’를 포함하여 ‘선거UCC물에 대한 운용기준’을 발표하였고, 인터넷 표현물에 대한 대대적 단속에 나섰다. 그 결과 87,000여건의 게시물이 삭제되었고, 인터넷 상에서 네티즌들의 정치적 의사 표현은 급속히 위축되었다. 온라인에 93조를 적용한 단속은 2010년, 선관위의 ‘트위터’ 단속 방침에서도 또다시 재현되었다. 더욱이 2010년 지방선거에서는 선관위가 93조 1항을 ‘4대강, 무상급식 정책캠페인’ 단속 근거로 내세우면서,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유권자의 정치적 의사 표현을 막는 독소조항으로 사용되었다. 이미 93조 1항은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것’ 등 법문의 모호함과 ‘선거일 180일’이라는 규제의 포괄성 등으로 인해 ‘명확성 원칙, 과잉금지원칙 위반’이라는 위헌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으며, 현재도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이 제기되어 있는 상태이다.


3. 이번 민주당의 ‘투표독려광고논란’ 역시 93조 1항을 비롯한 선거법의 불명확한 법조문에 근거한 선관위의 포괄적 규제에서 비롯되었다. 93조 1항은 단서에서 ‘선거기간이 아닌 때에 행하는 「정당법」 제37조제2항에 따른 통상적인 정당활동’을 예외조항으로 두고 있으며, 정당법 37조는 ‘정당이 특정 정당이나 공직선거의 후보자를 추천하거나 반대함이 없이 자당의 정책이나 정치적 현안에 대한 입장’은 ‘통상적인 정당활동’으로 보고 있다. 또한 선거운동을 규정한 58조는 ‘당선되거나 되게 하거나 되지 못하게 하기 위한 행위’를 선거운동으로 정의하며, 예외조항의 하나로 ‘통상적인 정당활동’을 두고 있다. 그러나 선관위는 ‘정당에서 투표참여 캠페인을 하는 것은 통상적인 정당활동이 아니라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한 행위 내지는 선거운동’으로 판단하였고, 광고를 게시한 민주당은 ‘보궐선거는 당면한 정치적 현안이며, 투표 독려역시 정책 홍보와 마찬가지로 통상적인 정당활동’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4. 논란의 근본적 문제는 93조 1항에 규정되어 있는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라는 조항의 규제범위가 너무나 모호하고 포괄적이라는 데 있다. 선관위는 정당의 활동이 ‘선거와 관련이 있을 경우’, 93조 1항이 예외로 규정한 ‘통상적인 정당활동’에 포함되지 않으며, 따라서 ‘투표독려행위’는 ‘선거와 관련있는 행위’이므로 단속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투표독려행위는 선거와 관련이 있는 행위이고, 정책홍보는 선거와 관련이 없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이와 같이 ‘선거와 관련이 있다’는 식의 자의적인 해석 때문에, 정당의 통상적 활동 뿐만 아니라 유권자의 자유로운 선거 참여 활동에 대해서도 과도하게 제한하는 문제가 반복되어 왔던 것이다.
   선관위의 자의적 해석과 단속의 폐해는 이미 지난 2010년 지방선거 당시, 선관위가 ‘4대강,무상급식’을 ‘선거쟁점’으로 규정하고 단속한 것을 통해서 확인한 바 있다. 선관위는 당시 ‘천안함과 세종시’와 같은 무수한 사회적 의제를 제외하고, 왜 ‘4대강, 무상급식‘을 선거쟁점으로 규정하고, 유권자 정책캠페인을 단속하는지 설득력 있는 근거를 한 번도 제시한 적이 없다. 이미 법원은 관련 판결에서 ‘선거쟁점의 자의적 선정의 위험성’에 대해 지적한 바 있다(2010-12-22 수원지법 안양지원, 2011-02-18 서울중앙지법)


5. 2012년 총선이 이제 1년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투표독려광고 단속의 근거조항이 된 93조 1항이 현재와 같이 방치될 경우, 선관위의 중립성과 정당 활동의 범위에 대한 논란은 선거시기마다 반복될 것이다. 더욱이 역대 선거에서 나타났듯 93조1항은 일부 정당이나 후보자의 문제가 아니라 일반 유권자들의 정치적 의사 표현을 포괄적으로 규제하는 데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국회가 정치개혁특위를 구성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만큼, 93조를 포함해 유권자들의 자유로운 선거참여를 가로막는 독소조항을 최우선적으로 개정해야 한다. 민주주의의 근간인 정당의 자유로운 정치활동과 유권자의 자유로운 선거 참여를 가로막는 현실을 방기한 채 ‘선거는 축제’라는 말을 되뇌는 것은 미사여구에 불과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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