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야 말 좀 들어!⑥] "이승만 정부 물러가라" 외쳤던 중학생은 어디로?

“이승만 정부 물러가라” 외쳤던 중학생은 어디로?

정치 외면당하는 청소년, 촛불청소년인권법 제정하자

김현근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활동가

 

 

이 글은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과 정치개혁 공동행동의 공동기획 연재 기사입니다. [원문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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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1

길을 걷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02로 시작하는 전화번호여서 거절을 누르려다 호기심이 들어 그냥 수신을 눌렀다. “안녕하세요? xx여론조사 회사입니다.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의 지지율을 조사하기 위하여 이렇게 연락드렸습니다. 선생님이 만약 만 19세 미만이시면 1번…” 1번을 눌렀다. 전화가 끊겼다.

 

선거기간이 됐다. 청소년 투표권을 놓고 한 정당의 대표가 “어린애들이 무슨 정치냐 집에 가서 공부나 해라”라고 말해 구설수에 올랐다. 청소년들이 나서 사과를 요구했으나 해당 정치인은 침묵했다.

 

 

정치, 외면당하는 청소년

 

▲ 지난 11월 12일, 탑골공원앞에서 열린 청소년 시국대회의 한장면 ⓒ 이영일

 

위 장면은 상상이다. 현재 모든 선거에서 배제된 청소년들이 겪고 있는 상황을 재현한 것이다. 그렇다. 정치 관련 여론조사들은 청소년이라고 응답하면, 곧바로 전화를 끊는다. 정치인이 청소년을 무시하는 발언을 하더라도 표로 심판하지 못한다. 청소년 공약들은 없거나 있더라도 학부모들에 맞춰진 공약들이 대부분이고 선거쟁점이 되는 경우도 드물다.

 

지금껏 청소년은 외면당했다. 선거 때마다 청소년단체에서 토론회에 후보를 부르거나 정책 질의서를 보내도 후보와 정당들은 관심을 주지 않았다. 지역에 따라 편차가 있으나 아직도 체벌과 투발규제가 이뤄지는 학교가 많다. 한국은 1991년부터 UN아동권리협약의 당사국이 되었으나 협약에서 규정하고 있는 아동(청소년)의 자유와 인권, 참여할 권리 등은 요원한 상황이다.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우리나라 인구 5000만 명 중 19세 미만은 약 1000만 명에 달한다. 전체 5분의 1 의견이 정치에 전혀 반영되고 못하고 있는 거다. 국민의 의견을 듣는 정치인들도 투표권이 없으니 청소년의 의견을 듣지 않는다. 

 

청소년들은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도 침해받고 있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기간 중 후보나 정책에 대해 의견을 표명하는 것은 선거운동이라 “불법”이라며 청소년들을 협박한다. 

 

학교에서도 마찬가지다. 대한민국 헌법은 1948년 제헌헌법 때부터 신체의 자유를 명시하고 있으나 70년 동안 교문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승만 정부 물러가라”를 외쳤던 중학생은 혁명 이후에도 두발규제가 존재하는 학교로 되돌아가야 했고, “호헌철폐, 대통령 직선제로의 개헌”을 외쳤던 고등학생들은 체벌과 야자가 존재하는 학교로 되돌아가야 했다.

 

또, 촛불혁명에서 같이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외쳤던 청소년들도 촛불혁명이 이후 치러진 장미대선에서 발언권을 봉쇄당했다. 이 기나긴 유예를 이제는 끝내야 한다. 광장에서 외쳤던 민주주의 원칙들이 교문 앞에서 멈추고 나이에 따라 다르게 적용됐던 것을 이제는 바꿔내야 한다. 그 시작이 촛불청소년인권법이다.

 

 

청소년 선거법, 이젠 바뀌어야 한다

 

▲ 부산 지역 학생·청소년단체와 교육관련 시민사회단체 등 36개 단체가 꾸린 ‘촛불 청소년 인권법제정 부산연대’가 22일 오후 부산시청 광정에서 출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청소년연대는 청소년 참정권 보장과 어린이 청소년 인권법 제정, 학생 인권 법제화 등 관련 법제화 등을 요구했다.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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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참정권을 제한하던 선거법과 정당법이 개정되자 정치인도 청소년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참 신기하게도 청소년에게도 선거권이 생기니까 지역에도 청소년 쉼터가 하나둘 마련됐다. 청소년 국회의원은 미성년자가 아파트 동대표에 출마하는 걸 제한해 온 공동주택관리법을 개정해 지역에서 청소년의 정치참여를 보장하는 걸 추진하고 있다.

 

이게 다가 아니다. 학생인권법이 제정되자 학교에서는 처벌이 사라졌고 교문 앞에서 두발과 복장을 단속하는 풍경도 사라졌다. 이제는 교문 앞에서 선생님과 안부를 나누며, 인사를 한다. 국회에서는 어린이청소년인권법에 근거한 많은 조례안도 제출됐다. 마침내 OECD 국가 중 ‘꼴지’였던 청소년 행복지수가 상승했다. 

 

촛불청소년인권법이 제정된 후의 모습을 상상한 것이다.

 

선거법과 정당법을 개정해 청소년에게 시민으로서 당연히 보장받아 마땅한 정치적 권리를 돌려줘야 한다. 학생인권법 제정(초중등교육법 개정)을 통해 광장의 민주주의가 교문 앞으로 들어올 수 있게 해야 한다. 어린이청소년인권기본법을 제정해 1991년 한국도 비준한 UN아동권리협약을 실현해야 한다. 이 세 영역의 입법은 청소년들이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한 기본적인 조건이다. 

 

변화는 또 다른 변화를 가져온다. 일상에서 청소년의 참여가 조금씩 활발해질 것이고 여러 정책들에 청소년의 시선이 담길 것이다. 한국의 오래된 문제인 대학입시 문제도 새로운 전기를 맞을 수 있다.

 

혁명은 단순히 대통령 얼굴만 바뀌는 걸 의미하지 않는다. 시민의 단결된 힘으로 사회의 총체적인 변화를 가져와 상상을 현실로 만들 때 비로소 혁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아직 촛불혁명은 미완성이다. 촛불혁명은 청소년, 성소수자, 여성, 장애인 등 엄연히 시민이나 지금껏 온전히 시민을 인정받지 못했던 소수자들이 권리를 보장받을 때 완성된다. 

 

그래서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의 관심과 참여가 혁명을 완성해 상상을 현실로 만들 수 있다. 지난겨울 광장에 모였던 촛불시민의 힘으로 이번겨울에는 촛불청소년인권법 제정운동을 펼치자. 청소년에게도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주자.

 

 

글쓴이 : 김현근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활동가

* 상기 칼럼은 정치개혁공동행동 참여 단체 활동가들의 자유로운 연재로 이루어지며, 오마이뉴스에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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