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감시센터 국회 2016-04-02   1333

[우리는 희망에 투표한다 15] 대의제 보완할 국민 청원권 실질화해야 (참여연대-오마이뉴스 공동기획)

이렇게 좋은 ‘청원권’, 제대로 행사하려면

[우리는 희망에 투표한다 15] 대의제 보완할 국민 청원권 실질화해야

16.04.02 15:35l최종 업데이트 16.04.02 15:35l 글: 한상희(pspd1994)

[참여연대-오마이뉴스 공동기획] 금수저와 흙수저로 대변되는 불평등과 양극화, 총체적 경제위기. 군사적 충돌마저 걱정해야 하는 한반도. 국민의 기본권을 위협하는 테러방지법. ‘참여연대’와 <오마이뉴스>는 20대 총선에서 민생과 평화, 민주주의와 인권보장을 위한 공약을 촉구하기 위해 정책 제안을 연재합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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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대 총선 정책제안]우리는 희망에 투표한다
ⓒ 고정미  

대의제는 분명 민주주의의 꽃이다. 하지만 의원들은 우리의 요구를 제대로 대변하지 않는다. 의원들의 행동을 아무리 선의로 해석한다 하더라도, 불과 300명의 의원이 5천만의 의사를 대변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효자동 1번지의 구중궁궐에 갇혀 지내는 대통령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청원권은 이런 대의제의 한계를 보완한다. 청원권은 그들이 제대로 대변하지 않는 우리의 의사나 요구를 직접 정책결정 과정에 투입하고 국가기관으로부터 그에 대한 심사 결과를 받아볼 수 있는 권리다. 우리가 스스로 우리의 대표로 나설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둔다.

청원권은 ‘국민의 대표’라는 애매모호하기 짝이 없는 대의제 민주주의가 놓치는, 구체적인 정치적·정책적 사안에 대해 시민 개개인이 직접 자신의 목소리로 국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다. 이를 통해 민주주의와 국민주권을 보다 실질적으로 실천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헌법 제26조가 모든 국민에게 문서로 청원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 것이나, 미국 백악관의 청원게시판 명칭이 미국헌법전문에 나오는 ‘우리 인민들(We the People)’인 것은 이 때문이다. 

19대 국회, 청원 226건 중 의결 반영은 고작 ‘8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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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민주 의원들 집단 퇴장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지난 3월 2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종걸 더민주 원내대표 외 106인이 발의한 테러방지법 수정안이 부결되자 집단 퇴장하고 있다.
ⓒ 남소연  

문제는 실효성이다. 국회만 보아도 그렇다. 제19대 국회에 제출된 청원은 226건에 이르지만 의결에 반영된 것은 오직 8건에 지나지 않는다. 나머지는 이런 저런 무관심 속에서 그냥 폐기되어 버리고 말았다. 

사실 청원을 하려면 국회의원의 소개도 있어야 하며, 문서로 작성해서 국회사무처를 직접 방문해야 하는 등의 힘든 작업도 거쳐야 한다. 행정부에 대한 청원 역시 마찬가지다. 온라인 청원 등이 가능하다고는 하나, 어렵사리 청원을 하게 되면 그냥 담당기관에 이첩했다거나 혹은 검토해 보았더니 별 이유 없더라는 공허한 메아리만 돌아온다. 

청원이라고 해봐야 뭔가 속 시원한, 그래서 내가 이 나라의 주인이라는 느낌을 갖게 되는 것이 아니다. 마음만 더 답답해지고 안 하니만 못한 상황만 거듭되는 것이 우리의 청원 현실이다.

그러나 현재의 청원법이나 청원에 관련된 국회법, 지방자치법은 우리가 제기한 청원에 대해 국회나 행정기관이 어떤 절차를 거쳐 어떤 방식으로 처리하여야 하는지 거의 규정하지 않고 있다. 

미국 백악관은 30일 이내에 150명 이상의 지지서명을 확보한 청원은 누구나 검색해서 볼 수 있게 공시하고, 10만 명 이상의 지지서명을 받은 경우에는 답변의 의무를 지운다. 실제 미국은 국민의 청원에 국가가 반드시 답변해야 할 의무는 없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 미국도 이렇게 청원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고자 노력한다. 

거기에 반해 우리 헌법은 애초부터 “국가는 청원에 대하여 심사할 의무를 진다”고 명시하고 있고, 청원법은 90일 이내에 그 처리 결과를 통지할 의무까지 부여하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의 청원 제도는 형식뿐 그 실체는 미진하기 짝이 없다. 국민과 국가 사이의 소통을 위한 제도로 보기에는 너무도 모자라는 불통의 현실이 존재한다. 

이렇게 바꿔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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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참사 피해자 모임인 ‘4.16가족협의회’가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아래 특조위)의 정상적 활동을 위한 ‘세월호참사 진상규명특별법 개정안’을 마련해 국회에 입법청원했다. 약 6만 2000명의 이름이 담긴 청원서를 들고 18일 국회 기자회견장을 찾은 4.16가족협의회는 “국민의 이름으로 4.16가족협의회가 제출한 개정안은 특별법의 입법 취지를 보호하고 강화하는 내용으로 일관돼 있다”며 “기존 특별법의 입법 정신을 보호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강조했다.
ⓒ 소중한  

청원권은 국민주권과 민주주의를 실천하기 위한 핵심적인 기본권이다. 그것을 제대로 행사할 수 있게 하는 제도적 보완이 절실하다. 몇 가지 시급한 개선이 필요한 사항부터 간략히 정리해 보자.

첫째, 집단적 청원의 가능성을 열어두어야 한다. 현재 청원제도는 개인이 단독으로 하거나 아니면 처음부터 다른 사람의 지지서명을 받아서 한꺼번에 제출하는 방식으로 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청원안을 제출하는 순간 더 이상의 시민정치는 진행되지 않는다. 

미국 백악관이 그러하듯, 같은 의견을 가진 지지자들을 모아갈 수 있는 장을 제공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국민신문고와 같은 온라인 청원 게시판을 만들어 50명이나 100명 정도의 지지서명을 받아 제출된 청원안은 별도의 토론방을 만들어 찬반의 의견을 교환하게 하는 것이다. 

둘째, 일정한 숫자 이상의 지지를 모은 청원안에 대해서는 반드시 공청회를 개최하도록 의무화하는 것도 절실하다. 청원은 단순한 민원제기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것은 시민들이 국가 공공정책 결정에 참여하는 방식이자 주권자로서 자기 지배를 실천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청원안 제출에 그칠 것이 아니라, 청원자의 의견을 널리 알리고 이에 대한 공론을 수렴하는 단계를 청원 제도에 필수로 포함해야 한다. 그래서 게시일로부터 30일 이내에 일정 수 이상의 지지서명을 받은 청원안에 대해서는 주무기관(국회의 경우 소관 상임위원회)이 반드시 공청회를 개최하고, 청원인 대표자로 하여금 자신의 의견을 진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도록 해야 한다.(10만 명을 기준으로 하는 미국 백악관의 예에 비추어 인구가 미국의 1/6에 불과한 우리의 경우에는 1만 5천 명 내지 2만 명 정도면 될 것이다.)

셋째, 현재 청원권을 거의 무력화시키고 있는 국회 청원 제도를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 무엇보다 국회의 청원 절차를 대폭 간편화할 필요가 있다. 비교적 자유롭게, 그리고 온라인으로 청원할 수 있는 행정부와 달리 국회는 그 절차가 복잡하다. 반드시 국회의원의 소개가 있어야 하며 청원서 또한 국회를 방문하여 현장접수를 해야 한다. 

명분은 무분별한 청원의 폭주를 막겠다는 것인데, 국민들의 정책 참여 의지를 이렇게 폄훼할 이유는 없다. 그 내용이 무엇이든 일단은 손쉽게 청원하고, 손쉽게 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 연후에 내용 여하나 경중에 따라 각하하거나 본격심의에 들어갈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면 된다. 

그래서 ① 온라인 청원을 가능하도록 하되, ② 반드시 국회의원의 소개를 받아야 한다는 조건을 없애고 누구나 자유롭게 청원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③ 또한 일정한 조건을 갖추어 청원이 제기된 때에는 국회가 반드시 그 청원안을 심사하도록 절차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국회의원 혹은 정당의 소개를 받거나, 일정 수(예컨대 1천 명) 이상의 국민서명으로 이루어진 청원안에 대해서는 심의를 강제해야 한다. 청원심사기한(현재 90일) 내에 심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그 기간이 만료한 날 이후에 처음 열리는 소관 상임위 회의에 자동 상정되도록 강제하는 것이다. 

그 외에도 국민권익위원회의 형태로 미약하게 구성되어 있는 옴부즈맨 제도를 보다 활성화하여 시민의 민원을 보다 적극적이고 구체적으로 처리해 내는 것도 절실하다. 

거듭 말하지만, 청원권을 개개인이 내뱉는 불평·불만을 처리하는 것으로 끝내서는 안 된다. 그러한 불평불만 자체가 민주주의의 요체를 이루는 주권자의 명령임을 각성한 결과가 바로 이 청원권이다. 

청원권은 우리 정치의 주변부에 맴도는 군더더기 같은 권리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실체를 규정하는 가장 중요한 기본적 권리이다. 바로 이 때문에 한계에 이른 대의제를 보완하여 대표를 강화하는 가장 강력한 장치다. 

20대 총선은 청원권을 실질화함으로써 우리가 우리 스스로를 통치하는 자기지배의 이념에 한 걸음 다가갈 수 있는 중요한 교두보가 되어야 한다. 

참여연대가 제안하는 정책과제는 크게 3대 분야 52개로 서민 생존권과 경제민주화를 위한 정책과제, 한반도 평화와 미래를 위한 정책과제,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한 정책과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해당 정책제안은 참여연대 홈페이지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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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이자,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실행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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