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은 비례대표 확대 위한 선거제도 개혁 고민해야 -이른바 석패율제 논의에 대한 의견

 

정치권은 비례대표 확대 위한 선거제도 개혁 고민해야

 

 

지난 17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의 여·야 간사가 4월 11일 총선에서 이른바 ‘석패율제’ 도입에 합의했다고 한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각각 호남과 영남에서 국회의원을 낼 수 있는 선거제도를 만들자는 것이다. 그러나 여야가 합의한 사항은 ‘석패율제’의 본래 의미와 거리가 멀 뿐만 아니라, 지역주의를 완화한다는 명목으로 양당 중진 의원들의 생환을 보장하는 통로로 악용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현행 비례대표제의 취지를 왜곡시켜 선거제도 개혁 논의의 근간을 뒤흔들 가능성이 농후하다. 총선이 90일도 채 남지 않은 지금, 국회가 제도적 결함과 부작용이 예상되는 제도 도입에 급급할 때가 아니다. 오히려 비례대표 대폭 확대 등 선거제도의 근본적 개혁 방안을 제시하고 총선 이후 사회적 논의를 위한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여야 합의는 ‘석패율제’ 아닌 ‘지역구·비례 이중등록 허용’

 

여야 간사는 이른바 ‘석패율제’를 도입하기로 합의했다고 알려졌으나 구체적 사항은 이후에 논의하겠다고 했다. 석패율제의 본래 의미가 ‘다수 득표를 하고도 낙선한 후보를 구제하는 방식’임을 감안하면 제도의 세부적 절차와 규정이 중요하다. 그러나 구체적 내용이 없는 상황에서 여야의 합의사항은 ‘석패율제’가 아니라 ‘지역구와 비례대표의 이중등록 허용’이라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그렇다면 ‘지역구와 비례대표 이중등록 허용’에 대한 국민적 여론을 수렴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지금의 정당 구조라면 공천이 불확실한 양당의 중진 의원들이 지역주의를 명분으로 출마하여 낙선하고, 이후 비례대표로 생환하는 ‘중진 의원 기득권 보장’ 수단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중진 의원의 기득권 보장, 비례대표제 취지 왜곡 초래할 것

 

이미 지난해 선거관리위원회는 지역주의 완화라는 명분으로 ‘지역구결합 비례대표 의원제’라는 것을 제안했다. 이것이 이른바 ‘석패율제’로 알려졌다. 그러나 선관위가 제안한 제도 역시 다수 득표자가 낙선하는 문제를 보완하기 위한 방식이 아니라 인위적으로 영·호남에서 한나라당과 민주통합당 ‘출신’ 의원을 배출하기 위한 것이었다. 백번 양보하여 선관위의 안을 ‘특정 지역에 적용되는 석패율제’로 부른다 해도 특정 지역에 초점을 둔 인위적 제도 변경이 가지는 법적, 제도적 결함을 피할 수 없다.

 

무엇보다 선관위와 여야가 공언하는 지역주의 완화가 영호남에 출마한 두세 명의 후보가 비례대표로 구제된다고 달성될 수 있는지 의문이다. 한국 정치에서 지역주의는 정당과 정치인이 자신의 정치적 이해를 위해 지역 간 갈등을 부추기고 이용하는 과정을 통해 공고해 졌으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인위적 제도 도입이 아니라 지역주의를 부추기는 정치권의 구태를 없애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오히려 영·호남을 제외한 다른 지역은 배제한 채 특정 지역에만 석패율제를 도입하면 지역 간 형평성과 표의 등가성에 대한 논란만 발생할 뿐이다. 필연적으로 위헌 주장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한 이른바 ‘석패율제’는 현행 비례대표제를 왜곡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우리나라 선거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투표로 나타난 국민의 의사가 의석의 비율로 온전히 반영되지 못하는 데 있으며, 비례대표는 이를 교정해주는 제도적 기능을 하고 있다. 더욱이 비례대표제는 직능대표나 전문가, 소수 집단의 대표자가 국회로 진출하여 정책전문성과 소수자대표성을 강화하는 기능도 하고 있다. 그러나 앞서 지적했듯이 현재 ‘석패율제’로 지칭되는 제도는 오히려 비례대표제의 취지와 기능을 왜곡시키고 일부 중진의원들의 기득권 지키기에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

 

한나라당과 민주통합당의 합의 이후 통합진보당, 자유선진당 등 야당의 반발과 시민사회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민주통합당 내 영남 지역 출마 예상자들조차도 반대 의견을 밝히고 있다. 집권 여당과 제1야당이 복잡한 제도에 대해 구체적 안도 제시하지 않으면서, 이미 선관위 안의 제도적 결함 부작용에 대한 비판을 무시하고 ‘지역주의 완화’ 운운하며 제도 도입을 강행하려는 이유가 충분하지 않다. 재차 강조하지만 총선을 앞둔 지금은 제 정당이 선거제도의 근본적 개혁에 대해 입장을 명확히 밝히고, 선거를 통해 국민의 지지를 확인하여 총선 이후 전면적 제도 개혁에 착수할 준비를 해야 할 때다. 국민의 지지가 의석수로 온전히 반영되도록 선거제도를 개편하고, 비례대표제를 대폭 확대하는 것이 정치개혁의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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