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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감시센터    국민이 뽑은 국회의원 국민이 감시합니다

  • 칼럼
  • 2012.09.18
  • 2158

선거일, 투표할 권리를 찾자

 

최근 유권자의 투표할 권리를 보장하는 법률안들이 잇따라 발의되었다.

8월 20일에는 조정식 의원이 사용자가 노동자의 투표할 권리를 보다 적극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9월 4일에는 진선미 의원이 투표 마감시간을 현행 오후 6시에서 9시로 연장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고, 9월 14일에는 이인영 의원이 투표일을 유급휴일로 지정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우선 반가운 일이다. 관련기사

 

하지만 생각해 보면, 너무도 당연한 일이 참 늦게 추진되었다. 올 4월 19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우리나라 유권자는 총 4018만6172명이었다. 우리나라 경제활동인구 가운데 60%정도가 경제활동에 참여하며, 그 중 1600만명 정도가 임금생활자다. 또 그 가운데 절반 정도가 비정규직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현행 근로기준법에는 근로시간 중에 선거권 행사를 위해 필요한 시간을 '청구하면 (사용자는) 거부하지 못한다'는 소극적 보장만이 명시되어 있을 뿐이다. 

 

2012-09-11 민주노총, 대통령 선거를 99일 앞두고 비정규직 등 수백만 노동자들 참정권을 회복 및 대선투쟁 계획 발표. 출처ⓒ레디앙
2012-09-11 민주노총, 대통령 선거를 99일 앞두고 비정규직 등 수백만 노동자들 참정권 회복 및
대선투쟁 계획 발표. 출처ⓒ레디앙


1953년 법 제정 뒤 한번도 개정하지 않아

참정권 행사를 요구하면 거부하지 못한다는 동 조항은, 1953년 근로기준법이 처음 제정되었을 때 도입되어 지금까지 토씨 하나 바뀌지 않았다. 놀라운 일이다. 1950년대는 아직 우리나라가 산업화 단계에 이르지 않아, 인구의 절대다수가 농업에 의존했던 시절이었다. 사용자에게 참정권 행사를 요구할 수 있는 노동자도 당연히 사회적 소수였다. 

이후 급격한 산업화와 함께 임금노동자의 숫자도 불어났고, 경제생활자와 유권자의 압도적 다수가 되었다. 그 사이 정치체제는 권위주의에서 민주주의로 바뀌었고, 근로기준법도 수십 차례 제·개정되었다. 하지만 노동자인 유권자의 참정권에 관해서만큼은 역대 어떤 국회도 눈길을 주지 않았다. 

 

IMF 이후 비정규직의 급격한 확대추세와 투표율의 급락이 결코 무관하지 않은 것은, 여러 조사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 2011년 중앙선관위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비정규직 노동자의 투표율은 전체 유권자 투표율 평균보다 15∼20%정도 낮다. 한국정치학회와 비정규노동센터가 2011년 조사한 바에 따르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투표에 참여하지 못한 이유는 '회사에서 외출을 허가하지 않아' 못한 사례가 42.7%, '투표참여로 자리를 비우면 임금이 감액'되기 때문에 못한 경우가 26.8%로 나타났다. 비단 비정규직만이 아니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2012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참정권 침해에 관한 수천 건의 제보 가운데 상당수는, 중소영세업체의 정규직 노동자들이었다고 한다.

 

참정권부터 보장한 뒤 부작용 걱정해야

혹자는 투표일이 유급휴일이 된다고 해서, 투표율이 크게 증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투표하지 않고 놀러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사실에 부합하는지를 떠나, 그건 권리를 보장한 다음의 문제다. 

 

보장받은 권리를 어떻게 할지는 노동자인 유권자가 결정할 문제다. 또 그 유권자들을 투표장으로 발길을 돌리게 만드는 건 정당과 정치인의 책임이다.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를 누릴 수 없는 현재의 상황과, 보장받은 권리를 어떻게 할 것인가는 다른 문제다. 

 

또 유권자의 압도적 다수이며 한국경제를 책임지는 노동자들의 참정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문제는, 한국사회의 철학과 규범에 관한 것이다. 투표할 권리까지 시장에서의 지위 여부에 따라 좌우되는 현재 상황은, 민주주의의 규범에 한참 어긋나 있다. 

 

대선을 앞두고 어느 후보나 가릴 것 없이 일하는 사람이 대접을 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맞다. 우선 노동자의 참정권을 보장하는 입법부터 추진할 수 있도록 소속정당에 요구하라. 유권자의 당연하고 정당한 권리를 보장하는 입법에, 여와 야가 있을 수 없다. 하루빨리 국회를 통과해, 올 12월 대통령 선거에서부터 시행이 가능하기를 바란다.

 

서복경 /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실행위원

이 글은 2012/9/19 내일 신문에 게재된 기고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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