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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2012.09.28
  • 2189

 

“나도 투표하고 싶다”는 이들을 위해

[기고]투표시간 연장에 대한 시민사회의 입장

 

참여연대 황영민 간사

 



급격히 낮아지는 투표율, 이대로 방치해도 좋을까

 
올해 대통령 선거의 투표율은 얼마나 될까? 지난 97년 15대 대통령 선거에서 80%를 기록한 이후, 16대 대선 70%, 17대 대선 63%로 투표율은 앞자리가 하나씩 낮아질 만큼 급격한 하락세를 보였다. 총선과 지방선거의 경우는 더욱 낮게 나타난다. 지난 2008년 18대 국회의원 선거는 46.1%로 50%에도 미치지 못했고, 지방선거의 경우 2010년에 54.5%를 기록하기도 했으나 97년 이후 단 한번도 50% 중반을 넘기지 못했다. OECD가 2011년 발표한 ‘OECD사회지표’에 따르면, 조사대상국 39개 국가 중, 한국은 슬로바키아를 제외하고 지난 1980년 이후  투표율이 가장 크게 하락한 나라였다(32%P하락).

50%를 전후한 투표율에, 그 절반을 조금 넘는 선거로 당선된 이의 대표성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1인1표’ 보통선거권의 행사로 표상되는 현대 민주주의의 토대가 조금씩 흔들리고 있다.

 

 

투표하고 싶어도 투표하지 못하는 유권자

 

 

상황이 이러하지만, 정작 투표하고 싶어도 투표하지 못하는 유권자들이 있다. 최근 많이 인용된 내용이지만, 지난 2011년 한국정치학회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의뢰로 비정규직 84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를 살펴보자. 설문 대상자 중 18대 총선 당시 비정규직은 678명이었고, 그 중에서도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답한 사람 256명 중,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비자발적으로 투표에 참가하지 ‘못했다’고 응답한 사람은 164명, 즉 64.1%에 달했다. 우리나라 비정규직 수가 계산 방식에 따라 850만에서 1000만을 상회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아무리 적게 추산해도 1-2백만은 고용계약상의 불이익 때문에 투표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선거관리위원회가 매 선거 시기에 실시하는 ‘유권자 의식조사’를 보면 유권자들의 투표 불참사유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선거관리위원회는 매 선거 전에 2회, 선거 후에 1회, 총 3회의 유권자 의식조사를 실시한다. 그러나 이 가운데 실제 투표에 불참한 원인을 파악하는 데는 선거후의 유권자 의식조사(3차)를 살펴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통상 선거 이전에 실시하는 1, 2차의 의식조사에서는 ‘투표를 해도 바뀌는 것이 없어서’ 혹은 ‘찍고 싶은 후보자가 없어서’ 등 정치무관심과 관련된 대답이 ‘투표할 의향이 없는 이유’에서 1, 2위를 차지한다. 그러나 정작 선거 이후에 조사한 유권자 의식조사에서는 ‘개인적인 일/출근 등으로’ 참가하지 ‘못했다’는 응답이 1위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투표에 참가하지 않은 이유를 조사한 결과, 지난 19대 총선에서는 39.4%, 2010년 지방선거에서는 36.6%, 18대 총선에서는 27.8%의 유권자가 ‘정치무관심’이 아니라 ‘개인적인 일/출근 등으로’ 참가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올해 4월 민주노총이 실시한 참정권 캠페인에서도 ‘콜센터, 마트, 고속도로 휴게소, 소규모 병원, 건설현장’ 등 다양한 산업현장과 직종에서 선거일에 제대로 투표시간을 보장받지 못하는 사례가 확인된 바 있다.

 

현행 근로기준법이 ‘노동자가 투표할 시간을 요구하면 사용자가 거부하지 못하고, 만약 이를 위반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조항을 규정하고 있지만, 이 조항으로 처벌받은 사업주는 단 한 명도 없다. 역시 법은 멀고 현실은 엄혹하다.

 

 

‘선거일 유급휴일 지정, 투표시간 연장’으로 투표권 보장해야

 

 

우리는 흔히 선거일이 ‘공휴일’이라고 알고 있지만, 이 날은 ‘관공서와 공무원’에게만 법정공휴일이다. 많은 기업들이 단체협약에서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대통령령)>에 근거해 공휴일을 적용하고 있지만, 엄격히 말하면 선거일은 국민 모두에게 적용되는 법정공휴일은 아니다. 따라서 상당수의 유권자들이 선거일에 정상적으로 출근한다. OECD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2010년 기준으로 OECD 평균 1,692시간을 훨씬 상회하는 2,111시간의 최고수준의 노동시간을 기록하고 있다. 상당수의 노동자들이 법정공휴일도 아닌 선거일에 출근해야 하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지난 9월 17일, 새누리당 윤상현 의원은 ‘공휴일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하며 “우리나라는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을 통하여 공휴일을 규정하고 있으나 기본적으로 휴무에 관하여는 개별 기업에 맡겨놓고 있는 까닭에, 사회적 약자에 속하는 근로자의 경우 공휴일을 주장하기가 쉽지 않고 기업 방침에 일방적으로 따르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지적하며 ‘대체휴일제’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윤상현 의원안에는 ‘임기만료에 의한 선거의 선거일’도 공휴일로 포함되어 있다. 이처럼 대체휴일제까지 논의되는 상황에서, OECD 최장 노동시간에 억눌린 투표권을 보장하기 위해 조속히 ‘선거일을 유급휴일로 지정’하는 것이 어떤가. 참정권을 하는 ‘선거일’ 하루를 휴일로 지정해서 ‘놀며, 쉬며, 투표하는 민주주의의 축제일’을 만드는 것이 좋지 아니한가.

 

물론 선거일이 유급휴일이 되어도 출근하는 노동자들이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투표시간 연장은 참정권 보장을 위한 또 다른 한 축이다. 주휴일을 제외하고 근로기준법상 유일한 ‘법정 유급휴일’인 ‘근로자의 날’에도 상당수의 노동자들이 출근하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선거일이 유급휴일로 지정되어도 업종별 특수성에 따라 일부 근무하는 사업장도 생길 것이다. 이들을 위해 투표시간을 연장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임기만료 선거보다 마감시간이 2시간 늦은(오후 8시) 재보궐 선거의 경우 많게는 10%이상의 유권자가 오후 6시에서 8시 사이에 투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투표율 제고와 참정권 보장을 위한 제도 개선은 그리 많은 고민이 필요한 문제가 아니다.

 

 

참정권으로 셈하지 말고, 조속히 법안 처리해야

 

 

지난 9월 1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새누리당 고희선 위원장의 고의적인 회의 지연으로 ‘투표시간 연장안’ 처리가 무산되었고, 여론은 부글부글 끓고 있다. 대선을 80여일 앞둔 지금, 모든 대통령 후보들이 ‘정치쇄신’, ‘정치개혁’을 외치고 있다. 그렇다면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중의 기본, ‘투표권 보장’부터 하자고 해야 하는 것 아닌가. 누군가는 투표율의 등락을 정치적 셈법으로 열심히 주판알을 튕기고 있겠지만, 국민의 참정권을 계산대 위에 올려놓아서는 곤란하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대통령 후보들과 여야 정당이 국민의 투표권 보장을 위해 ‘선거일 유급휴일 지정’, ‘투표시간 연장’에 조속히 합의하고 결단할 것을 촉구한다. 올해 대선이 “나도 투표하고 싶다”는외침이 사라진 첫 번째 선거가 되기를 기대한다.

 

 


※ 이 글은 2012년 9월 27일자 미디어스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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