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감시센터 2004총선연대 2004-04-16   3478

17대 총선 결과, 한국정치의 근본적 변화 예고

진보정당의 첫 원내진출-여성 정치진출 수직 상승

총선연대, “탄핵ㆍ부패에 대한 국민의 심판”

17대 총선은 한국정치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냈다. 한국정치사상 최초로 이뤄진 진보정당의 원내진출, 여성정치인 확대의 수직적 상승 그리고 현존하지만 완화의 기미를 보여준 지역주의 현상 등이 구조적 변화의 증거들이다. 낙선명단을 발표해 부패정치 퇴출을 주장했던 2004총선시민연대(이하 총선연대)부터 민주노동당, 여성계 등의 반응을 살펴본다.

총선연대, “탄핵과 부패에 대한 국민 심판”

안국동 느티나무 까페에 상황판을 마련한 총선연대는 개표 2시간 후인 8시 경, 낙선이 확실시되는 후보들에 대해 레드카드를 붙이기 시작했다.

총선연대 대표진은 먼저 이번 총선결과에 대해 “국민의 뜻을 무시한 탄핵과 차떼기로 대표되는 정치부패를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는 국민들의 의지를 보여준 것이며, 열린우리당의 압승은 국민적 지지라기보다는 탄핵과 부패에 대한 심판으로 반사이익을 본 것”이라고 평가했다.

총선연대는 또 206명의 낙선명단 중 70%가 넘는 높은 낙선율에 대해 “낙선운동의 효과만은 아니다” 라면서도, “낙선명단이 복잡한 정황에서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은 되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탄핵가결 의원 전원을 낙선명단에 포함시켜 “이번 총선이 탄핵에 대한 심판”임을 분명히 각인시킨 점이 큰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기식 총선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은 이번 총선결과에서 가장 유의미한 것을 민주노동당의 원내진출이라고 꼽았다. 김 집행위원장은 “한국정치사상 획기적인 변화이며, 정책중심 정치 등 우리 정치가 근본적으로 변화할 단초가 마련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민주노동당 첫 원내진출 “위대한 민중, 거대한 소수를 탄생시켰다”

민주노동당은 홈페이지를 통해 “위대한 민중, 거대한 소수 탄생시키다”라는 제목의 글로 한국정치사상 첫 진보정당 원내진출의 감격을 표현했다. 민주노동당은 이 글에서 “오늘은 역사를 독점하고 정치를 독점해왔던 역사적 수구보수세력의 간담이 서늘해진 날”이라며 “민중들이 정치적 감옥을 뚫고 50년 보수 독점 구조를 깼다”고 평가하고, “민주노동당은 보수라는 빙하를 깨는 ‘송곳’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김성희 민주노동당 부대변인은 “진보정당의 첫 원내진출은 그동안 제도정치로부터 소외되고 사회적 발언권을 갖지 못했던 노동자, 농민, 서민들이 정치의 일 주체로 일어나는 정치적 독립선언”이라며 “보수 일색이던 한국 정치구조가 이제 진보와 보수가 경쟁하는 진일보한 상황으로 가는 첫 걸음을 내딛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부대변인은 “할 말이 잘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감격스러운 상태라고 말하면서 동시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김 부대변인은 “국민들이 보내준 애정과 지지를 생각하면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 국민들이 실망하지 않도록 우리사회 개혁을 위해 민주노동당은 최선의 노력을 다 할 것”이라는 다짐을 전했다.

여성정치인 대거 원내진입 “비례대표 중심 한계, 다음에는 지역 통해 진출하길”

17대 총선으로 여성의 원내 진출도 비약적으로 확대됐다. 5% 수준이었던 여성 국회의원 비율은 이번 총선으로 12-13%대의 수준이 될 전망이다. 두배 이상 수직상승한 것이다.

조영숙 한국여성단체연합 사무총장은 “숫적으로 확대된 것은 분명하지만, 그것만으로 여성정치가 실현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평가한 뒤, 실질적인 여성정치 실현을 위해서는 두가지 선결과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우선 이번 총선시기에 각 당이 차용한 여성 이미지를 실제로 체현하라는 것이다. 조 사무총장은 “각 정당이 선거운동에 돌입하면서 깨끗한 정치, 연고나 부패와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여성 이미지를 차용해 수구부패 정치와의 단절인양 보이려 애썼다. 이렇게 차용한 이미지를 현실화해야 한다”고 강조한 뒤 “그렇지 않으면 사기꾼 정당”이라고 경고했다.

더불어 이번에 의회에 진출한 여성 정치인들에게 “여성들이 보내는 많은 기대를 잊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하며 “여성의 정치세력화, 성주류화는 흙탕물 흐름에 나도 끼어들겠다는 것이 아니라 여성이 들어가 깨끗하게 만들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잊지 말고 이루길 바란다”고 충고했다. 구체적으로는 “과도한 정치중심으로 주변화된 여성, 환경, 인권, 평화 등의 의제와 소외지역 등을 고려해 결과적으로는 상생, 조화, 포용의 정치 흐름을 만들어가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어 “이번 총선에서 주로 비례대표를 통해 진출한 여성 정치세력이 다음 총선에서는 지역을 기반으로 진출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희망도 덧붙였다.

지역주의, 이미 약화되기 시작했다

김민전 경희대 교수는 이번 총선결과에 대해 “국민은 변화를 선택했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변화의 기준으로 도덕성과 개혁성이 중요했고 그 판단근거로 총선연대의 낙선명단이 활용되었다”고 진단했다.

이번 총선에서도 여전히 문제로 드러난 지역주의에 대해 김 교수는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이지만 성급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일단 하나의 구도가 만들어지면 깨지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이번 총선으로 이미 약화되고 있다는 것이 증명되지 않았나”라며 낙관적인 전망을 내 놓았다.

최현주 기자
첨부파일: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실시간 활동 SNS

텔레그램 채널에 가장 빠르게 게시되고,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