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감시센터 기타(aw) 1998-02-17   1005

[성명] 김종필씨 총리임명 반대성명 발표

우리가 김종필씨의 총리임명을 반대하는 이유

새시대에는 새인물이 필요합니다

지난 대통령선거 개표 직후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을 균형있게 해 나가겠다’는 당선자의 첫 일성은 ’50년만에 이루어진 정권교체’에 적지 않은 기대를 갖게 했습니다.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경제적 위기상황에서 ‘민주주의’의 중요성을 역설했다는 점에서 과거 정권이 단지 상투적으로 민주주의를 언급했던 것과는 실로 다른 의미로 전달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최근의 정권인수 과정과 각종 개혁의 추진상황을 지켜 보면서 우리는 한편의 우려를 금할수 없습니다.

김당선자측은 누차에 걸쳐 새 정부는 ‘국민의 정부’가 될 것임을 밝혀 왔습니다. 이는 말그대로 ‘국민이 주인인 정부’이며, ‘참여의 민주주의’를 구현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같은 공언과는 달리 아직 정권이 출범하지도 않았는데 국민과의 공약을 져버리거나 국민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어 심히 우려스럽습니다. 특히 새 정권을 담당할 조각을 앞두고 애초 약속과는 달리 ‘인사청문회를 통한 국민적 검증’을 유보한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수 없습니다. 게다가 지난 대통령선거의 결과에서 검증 되었다는 논리로 김종필씨 총리임명을 기정사실화 하려는 것은 ‘정권교체’의 새로움과 기대감마저 무색케 합니다.

우리는 김종필씨의 총리임명을 명백히 반대합니다. 국민이 원한 것은 ‘정권교체’이지 ‘총리 김종필’은 아니었습니다. 선거에 의한 김대중정권의 출범이 곧바로 김종필씨의 총리임명을 의미하는 것 일수는 없습니다. 김종필씨는 새로운 정부의 총리로서 적합하지 않은, 국민의 기대에 전혀 부합할 수 없는 사람입니다. 그는 너무 구태의연하며 얼룩진 과거를 지닌 사람입니다. ’50년만의 선거를 통한 명예혁명’으로 출범한 이번 정권에, 그것도 초대 국무총리로 이같은 사람이 참여한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습니다. 이에 우리는 다음과 같이 그 뜻과 이유를 밝히는 바 입니다.

첫째, 김종필씨의 국무총리 임명은 개혁의 뒷걸음질을 가져올 것이기 때문에 반대합니다.

지금과 같은 경제위기의 국면에는 그동안 이러한 사태를 초래한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총체적인 개혁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것만이 우리의 살길입니다. 그런데 김종필씨와 그가 이끌고 있는 자민련은 어느 면으로나 개혁과는 거리가 멀다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김종필씨와 많은 자민련 소속 인사들은 개혁의 대상인 기득권세력과 밀접했거나 그들을 옹호했던 과거를 갖고 있습니다. 이들이 새정권의 출범에 참여했다해서 어느날 갑자기 개혁적인 인사가 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실제로 최근 주춤거리고 있는 재벌개혁도 이같은 반개혁적 인사들의 영향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우리는 갖고 있습니다. 새술은 새부대에 담아야 합니다.

둘째, 참신함과 신선함으로 가득차야 할 새정부의 출발을 흐리게 할 뿐만 아니라, 21세기의 약동하는 정부를 이끌어갈 수 없기 때문에 반대합니다.

다수 국민이 야당에 의한 평화적 정권교체를 실현한 진정한 이유는 50년간의 여당독주와 지배를 청산하고 새로운 시대를 열라는 국민의 열망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김종필씨는 모든 면에서 이 새로움과는 거리가 멉니다. 우선 인준청문회와 같은 제도를 도입하여 명실상부한 ‘국민정부’로 산뜻하게 출발하여야 하는 마당에 김종필씨 때문에 무산되어야 했습니다. 우리가 맞아야 하는 새로운 시대, 21세기를 열어가는 국민정부의 내각은 젊음과 패기로 구성되어야 합니다. 우리의 판단으로는 김종필 총리가 이끄는 한 새정부의 초대내각이 그러한 자질과 능력을 펼칠 수는 없다고 봅니다. 그러므로 김종필씨의 국무총리 임명은 용납될 수 없습니다.

셋째 새정부가 지향하고 있는 민주주의의 회복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에 반대합니다.

김종필씨는 과거 5.16군사쿠데타, 유신독재등 불행한 우리 현대사 굽이에서 민주주의를 짓밟았습니다. 또한 용공조작과 정치사찰, 권력남용과 민주탄압의 총본산 중앙정보부의 창시자로서 오늘날 민주주의의 지체를 초래한 장본인입니다.

넷째, 깨끗하고 투명한 정부를 통하여 국민의 정부로 만들겠다는 새정부의 의지와 거리가 멀기 때문입니다.

김종필씨는 5.16군사쿠데타 직후 당시 엄청난 파문을 일으킨 바 있던 새나라자동차사건, 빠징고사건, 워커힐호텔사건, 증권파동사건 등 이른바 ‘4대 비리사건’과 밀접히 연관된 장본인입니다. 사건의 진실은 묻혔지만 의혹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1980년 5.17 당시 부패정치인으로 몰렸을 당시 신군부에 의해 압수된 거액의 예금이 입금되어 있는 통장과 금붙이는 무엇을 말하고 있습니까. 뿐만 아니라 그가 이끌고 있는 자민련의 주요 당직자 가운데는 부패비리로 사법판결까지 받은 사람도 적지 않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정말로 새로워야 할 새정권의 첫 조각이 정치세력간의 약속이라는 소아적 명분이나 눈앞의 정치적 역관계에 연연하여 그 새로움과 국민적 정당성을 상실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우리는 김대중 당선자가 이같은 대의에 입각하여 올바른 판단을 내리기를 기대합니다. 아울러 김종필씨 또한 ‘정권교체’에 기여한 것으로서 보람과 명예를 지키는 모습을 보여줄 것을 당부합니다.

우리는 앞으로도 이같은 의견을 광범위한 사회적 여론으로 모으고 뜻을 같이하는 모든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행동할 것을 천명하는 바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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