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은 선거 의식한 정치공세”

시민사회단체, ‘탄핵 철회’ 긴급 기자회견

“야당은 그동안 대통령에 대해 열린우리당에 빨리 입당하라는 요구를 해왔다. 몸으로 하는 입당행위는 문제가 안되고, 말로 하는 (열린우리당 지지는) 탄핵사유라는 것인가?”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대통령 탄핵 발의안 철회를 요구하는 시민사회단체의 기자회견에서 김기식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중앙선관위의 위법 결정 자체가 논란의 대상이 되는 마당에, 그것을 빌미로 한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탄핵발의는 전혀 정당성을 갖추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교수노조, 민변, 참여연대, 환경연, 여성연합 등 15개 단체가 참여했다. 최열 환경연 공동대표는 ‘나라와 국민을 도외시한 두 야당의 대통령 탄핵발의를 즉각 철회하라!’는 성명서 낭독을 통해 “야당 스스로도 대통령이 사과하면 탄핵을 철회하겠다고 언급하고 있는 것은 대통령의 사과 한 마디면 끝날 정도의 사안으로 탄핵을 추진한다는 자기모순을 드러내고 있다”면서 “국정의 불안과 대외신인도 추락으로 이어질 대통령 탄핵은 나라와 국민의 안위를 아랑곳하지 않는 무모하고 무책임한 정치공세일 뿐”이라고 두 야당의 탄핵 발의를 성토했다.

김선수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무총장은 이번 탄핵안 발의의 모순을 법리적으로 설명했다. 김 사무총장은 “헌법은 대통령 탄핵 사유로 ‘그 직무집행에 있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경우로 규정하고 있고, 이는 헌법의 기본가치를 침해하는 심각하고 중대한 위법행위로 제한해야 타당하다”고 운을 뗐다.

김 총장은 “야당의 탄핵 사유로 내세우는 선거법 위반은 정무직 대통령의 정치행위 자체가 금지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해석의 논란이 있다”면서 “선관위 결정을 존중하지만 납득하기 어렵다고 한 대통령의 발언은 정무직 공무원의 정치행위의 한계규정이 모호하다는 주장이지 선관위 결정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더욱 탄핵사유가 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또한 “대통령 본인과 참모들의 부패혐의에 대해서는 현재 수사 중인 사건으로, 직무상 법률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고 해석했다. 김 총장은 “헌법상 대통령의 지위, 그리고 대통령에 대한 형사상 소추 제한 등의 규정으로 볼 때 이번 탄핵안 발의는 성사되기 어렵다”고 밝혔다.

김상희 한국여성연합 공동대표는 “선거를 앞두고 16대 국회가 이성을 잃어가는 것을 지켜봤지만 이렇게까지 국민을 끌어안고 자살하려는 것까진 상상도 못했다”면서 “내일 한나라당과 민주당을 방문해 탄핵안 철회를 강력하게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도 일정한 잘못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는 의견에 대해 김기식 사무처장은 “대통령 사과와 탄핵안 철회는 논리적으로 전혀 별개의 문제”임을 강조했다. 기자회견 말미에 김 처장은 “결국 탄핵안은 가결되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탄핵 사유나 탄핵 조건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왜 이렇게 국민을 피곤하게 만드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한-민 공조에 의한 탄핵안 발의를 비판했다.

다음은 성명서 전문이다.

나라와 국민을 도외시한 두 야당의 대통령 탄핵발의를 즉각 철회하라!

대통령 탄핵발의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하여 긴급회동을 갖은 저희 시민사회단체의 대표자들은 나라를 망치고 있는 두 야당의 대통령 탄핵발의를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하며 다음과 같이 입장을 밝힙니다.

첫째,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대통령 탄핵이 과연 합당한 명분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대통령이 기자간담회에서 행한 발언의 위법성을 지적한 선관위의 유권해석에 대해 노대통령의 대처가 적절치 못했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선관위의 유권해석이 법률적으로 옳은 것인지, 대통령의 정치적 행위가 어디까지 가능한지 논란의 여지가 많지만 일단 대통령 이 그 결정을 존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대통령 자신의 언행이 정쟁의 빌미가 되지 않도록 신중하게 처신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대통령의 발언이 문제가 되어 불거진 선거법 위반논란이 과연 탄핵의 사유가 될 수 있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야당 스스로도 대통령이 사과하면 탄핵을 철회하겠다고 언급하고 있는 것은 대통령의 사과 한마디면 끝날 정도의 사안으로 탄핵을 추진한다는 자기모순을 드러낸 것으로 스스로 정치공세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점을 자인하고 있는 꼴입니다.

법조계도 한결같이 야당의 주장이 헌법적으로 탄핵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국민들 대다수도 이와 같은 명분으로 대통령을 탄핵하자는 것에 전혀 공감하지 않습니다. 만약 이 문제가 대통령 탄핵사유가 된다면 온갖 불법과 탈법으로 구속되거나 유죄판결을 받은 국회의원들, 온갖 무책임한 폭로와 저질발언을 일삼고 있는 국회의원들 먼저 의원직을 박탈하는 것이 마땅할 것입니다. 두 야당의 대통령 탄핵발의는 온당한 명분도, 헌법과 법률의 취지도, 국민적 공감대도 전혀 고려하지 않는 오직 총선을 겨냥한 정쟁의 도구로 활용되고 있을 따름입니다.

둘째, 대통령 탄핵발의는 나라와 국민의 안위를 아랑곳하지 않는 무모하고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정치공세입니다.

대통령 탄핵이 무엇을 의미합니까? 탄핵소추안 결의와 동시에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이뤄질 때까지 대통령의 유고상태를 불러오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하고 국정을 통괄하는 국가수반이 없는 상태가 수개월동안 지속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국정 불안이 야기될 것임은 너무도 명백하며, 국정의 불안은 국제적 신인도의 추락으로 이어져 가뜩이나 어려운 한국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입니다. 국민 모두가 이와 같은 어려움을 감내해야 할 만큼 현대통령의 직무를 정지해야할 명백하고도 화급한 이유가 무엇입니까? 국민의 불안감은 아랑곳하지 않고 오로지 정치공세를 통한 반사적 이익만을 쫓는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과연 대한민국의 공당인지, 나라의 안위는 안중에도 없이 자당의 이해만을 쫓아 대통령 탄핵발의에 서명한 의원들이 과연 대한민국의 국회의원인지 묻고 싶습니다.

두 야당은 부정부패와 정쟁으로 얼룩진 16대 국회가 도대체 임기 마지막에 대통령 탄핵을 추진할 자격이 있느냐는 국민의 비판을 직시해야 할 것입니다. 정치공세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도를 넘어선 무모하고 무책임한 정치공세로 나라를 망치는데 앞장서고 있는 민주당과 한나라당, 그리고 그 소속의원들은 비판받아 마땅합니다. 신성한 국회의사당에서 국민들 앞에 선서한 국회의원의 본분과 책무를 되새기십시오. 조금이라도 나라와 국민을 생각한다면 탄핵안 발의를 즉각 철회하십시오.

참가단체 : 교수노조·녹색연합·문화연대·민주화를위한교수협의회·민족문학작가회의·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스크린쿼터문화연대·참여연대·학술단체협의회·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한국여성단체연합·한국여성민우회·함께하는시민행동·환경운동연합(가나다순), 총 15개 단체

2004년 3월 10일 참가단체 일동

장흥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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