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전 헌재 결정으로 어떤 결정이든 그에 따른 정치적 책임 물어야”

임지봉 건국대 헌법학 교수 인터뷰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총선 전 내려질 수 있을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헌재는 18일 1차 평의를 갖고, 1차 변론기일을 30일로 잡았다. 또한 총 3차례 변론기일 중 한 번은 대리인이 아닌 대통령 본인의 출석을 요구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오는 30일 1차 변론기일에 대통령의 직접 출석을 시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탄핵무효 부패정치청산 범국민행동’은 헌재의 조속한 기각 결정을 거듭 촉구한 바 있다.

총선 전 헌재 결정의 가능성을 타진해보고, 그 당위성을 알아보기 위해 임지봉(참여연대 사법개혁센터 실행위원) 건국대 헌법학 교수와 긴급 전화인터뷰를 가졌다. 임 교수는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탄핵소추로 인한 국정공백과 혼란을 조기에 종식시키기 위해서는 집중심리제를 도입해 총선 전에 신속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번 탄핵소추안 국회 의결의 절차상 문제 역시 본안 변론기일 확정 여부와는 별개로 헌법재판소가 충분히 각하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헌법재판소가 30일을 1차 변론기일로 잡은 것과 관련, 임 교수는 “대통령이 직접 출석해 헌재의 조속한 결정에 협력하는 것이 올바르다”고 지적했다. 또한 “헌재가 총선 전에 결정을 내리면 총선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총선 이후에 결정해야 한다는 주장은 헌재에 또 다른 정치적 결정을 주문하는 것으로서, 오히려 총선 전에 결정해서 탄핵안을 가결한 야당과 이에 반대한 여당이 헌재 결정에 맞는 정치적 책임을 지게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집중심리제란 헌재가 계류된 다른 사건의 진행을 보류하고, 대통령 탄핵소추안만 집중적으로 심리해 조속한 결정을 내리기 위한 수단으로 거론되는 것으로 민사소송법이 규정한 제도다. 탄핵심판 일정은 형사소송법 절차를 준용하는데, 현행 형사소송법은 집중심리제를 규정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민사소송법에 규정된 집중심리제를 헌재가 도입할 수는 있다.

헌재는 집중심리제 도입 여부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 발표는 하지 않았으나, 이 제도를 도입할 경우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대한 총선 전 결정’도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에 탄핵정국의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또한 탄핵소추안 1차 변론기일이 30일로 잡힌 상황에서 헌재는 3차례의 변론 중 최소한 한 번은 대리인이 아닌 대통령 본인의 출석을 요구하고 있어, 대통령의 직접 출석 여부도 헌재의 결정 시점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19일 대통령의 직접 출석을 시사하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지봉 교수와의 전화 인터뷰를 일문일답식으로 정리했다.

헌재가 1차 변론기일을 30일로 잡은 것을 놓고 조속한 결정 의지로 해석하는 입장과 신중한 결정으로 해석하는 입장이 나뉘고 있다. 이를 어떻게 보는가?

“현재로선 양쪽 입장 모두 가능한 추정이다. 원래 헌법재판소는 1주일 중 목요일을 변론기일로 잡는다. 그런데 이번에 변론기일로 잡힌 30일은 화요일이다. 헌재가 이 날을 변론기일로 잡은 것을 신속한 결정 의지로 해석하는 입장은 헌재가 30일(화요일)에 대통령이 직접 출석하지 않을 경우를 상정해 4월 1일(목요일) 다시 변론기일을 잡기 위해 3월 30일로 잡은 것이 아닌가 이렇게 해석하는 입장인 것 같다. 헌재가 신속한 결정보다는 신중한 결정에 무게를 싣고 있다고 보는 주장은, 어제 18일 1차 평의를 하고 1차 변론기일 30일까지는 12일이나 기간을 둔 것을 그렇게 해석하는 것이다.”

집중심리제 도입하여 총선 전 결정해야

청와대에서 대통령의 직접 출석을 시사하는 발언이 나왔다. 대통령이 직접 출석해야 한다고 보는가?

“직접 나가야 한다. 나가서 할 말 하고, 무엇보다 헌재가 가능한 빨리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협조하는 것이 옳다.”

헌재 결정 시기와 관련, 집중심리제 도입이 관심사다. 집중심리제란 무엇이고, 헌재가 이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보는가?

“집중심리제는 헌재가 다른 사건을 보류하고 한 사건만 집중적으로 다루는 것이다. 매일 회의가 열리고, 변론도 1주일에 2번 이상 잡을 수 있다. 대통령 탄핵으로 인한 공정혼란과 공백이 크기 때문에 헌재는 가능한 빨리 결정을 내려야 하며, 따라서 집중심리제 도입이 바람직하다.”

탄핵소추안 가결 절차는 국회법 위반

헌재는 본안심리와 별도로 탄핵안 가결의 절차상 하자도 다루고 있다. 헌재가 탄핵안 가결의 절차상 불법을 인정하면 본안심리와 관계없이 각하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이번 탄핵안 가결에 절차상 문제가 있었는가?

“국회법에 따라 충분히 각하 사유가 된다. 국회법 72조는 국회 평일 본회의는 오후 2시에 열리고, 시간이 바뀌면 교섭단체와 협의키로 했다. 그런데 협의도 합의도 없었다. 또한 국회법 93조는 상임위원회 심사를 거치지 않은 사안이 바로 본회의에 상정될 때는 질의와 토론절차를 규정하고 있는데, 국회는 이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야당은 이에 대해 관행을 주장하고 있으나, 관행과 법률 중에서 어느 것이 우선인가? 당연히 법률이 우선이다. 또 하나, 탄핵사유는 이번 국회가 의결한 것처럼 뭉뚱그려 한꺼번에 의결할 수 없고, 사유 하나 하나에 대해 개별 의결을 거쳐야 한다. 이런 상황을 종합하면 탄핵안 가결 절차는 헌재가 각하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충분한 불법요소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미 본안심리를 위한 변론기일이 잡힌 상황에서 각하 결정을 할 수 있는가?

“관행대로 한다면 먼저 탄핵소추안의 절차상 문제를 따져 각하 여부를 결정하고, 각하되지 않은 사안만 본안심리를 하게 된다. 그런데 헌재는 이미 대통령 재신임 국민투표의 위헌성 여부에 대한 심리를 하면서 본안심리를 다 하고서도 (기각이나 인용 결정 대신에) 각하 결정을 내렸다. 따라서 각하 결정이 반드시 본안심리 이전에 이뤄져야 할 법리상 강제력은 없다. 본안심리 하면서 절차상 불법이 뒤늦게 발견되면 충분히 각하 결정을 할 수 있다.”

총선 전 헌재 결정따라 총선에서 정치적 책임 물어야

야당은 탄핵소추안을 헌재에 접수시킨 이후 새로운 공소사실을 추가한다고 한다. 가능한가?

“불가능하다. 어떤 이는 형소법상 공소사실 추가 규정을 들어 이것이 가능하다고 하는데, 공소사실 추가는 기존의 공소사유와 추가되는 공소사유 사이의 동일성을 유지해야 한다. 그런데 이번에 야당이 새롭게 추가하려는 공소사유는 기존 3가지 공소사유와 동일성이 없다. 이 경우에는 ‘공소사실 추가’가 아니라 새로운 공소를 제기하는 ‘추가공소’가 이뤄져야 하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국회에서 새로운 탄핵소추안을 의결해야 한다.”

총선 전 헌재의 결정이 너무 정치적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총선 이후에 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타당성이 있는 주장인가?

“헌재의 탄핵소추안 결정 시기는 총선 전이든 후이든 정치적인 것은 마찬가지다. 바로 그 이유 때문이라도 반드시 총선 전에 결정을 내려야 한다. 국회가 탄핵소추권을 가지고 있지만 문제는 남용되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번 탄핵소추안 가결이 국회의 권한남용인지 아닌지는 헌재 결정이 이뤄지면 알 것이다. 그런데 국회가 권한을 남용해 탄핵소추안을 가결해도 권한남용으로 인한 국정혼란과 공백에 대한 책임을 묻는 법적, 제도적 장치가 없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총선 전에 결정을 내려 정치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헌재가 각하 결정이나 기각 결정을 내린다면, 국민들은 야당에 그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물으면 된다. 국회 절차를 무시했거나, 탄핵사유에 해당되지 않은 사유로 탄핵안을 가결시켜 국정공백과 혼란을 초래한 권한남용에 대해 마땅히 정치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반대로 헌재가 인용 결정을 내린다면, 탄핵을 받을 정도로 불법을 저지른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을 막은 열린우리당이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헌재가 인용 결정을 내릴 가능성은 1%도 안된다고 본다.”

장흥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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