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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치자금(법)
  • 2001.06.28
  • 1271

지구당 회계보고서에 드러난 '사전선거운동' 실태



각 정당이 선관위에 허위 회계보고서를 제출하는 등 그간 정치자금을 편법으로 사용해왔다는 사실이 시민사회단체들의 최근 실사 과정에서 밝혀진 가운데 현역의원들의 의정보고회가 사실상 사전선거운동으로 편법운용돼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간 선거를 앞두고 현역의원들이 앞다투어 개최하는 의정보고회가 사실상 사전선거운동이라고 지적돼왔지만 각 지구당의 회계보고서를 통해 구체적으로 확인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시민단체연대회의 정치개혁위원회(위원장 지하은희)는 지난 25일 서울지역 지구당 정치자금 실태를 발표하면서 "현역의원들이 의정보고회를 이용해 사실상 사전선거운동을 벌이고 있다"며 "사전선거운동금지 규정의 폐지 등 원내와 원외의 차별을 철폐할 수 있는 방안이 강구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정보고회 명목으로 '사랑방좌담회' 벌여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현역의원이 선거에 임박해 수백차례 의정보고회를 개최하는 등 법조항을 교묘히 이용해 사전선거운동을 벌이고 있다"고 문제제기했다. 각 지구당이 선관위에 제출한 회계보고서에 따르면 의정보고회는 4·13 총선 직전인 1-3월달에 집중되어 있었다.

지난해 총선 때 서울 한 지역구 의원의 선거운동원이었던 김아무개(27. 여) 씨는 "의정보고회는 사실상 사전선거운동"이라며 "많은 돈을 들여 제작하는 의정보고회 자료집은 의원 홍보물이고, 의정보고회 자리에서 현역의원들은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자신의 업적 등을 선전 ·교육하고 있다"며 고 말했다.

김씨는 "선거운동기간 전에 당원들의 집에 10-20명의 유권자들을 모아 놓고 의정보고회라며 사실상 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사랑방좌담회를 벌였다"며 "다른 현역의원들도 이와 비슷한 형태로 의정보고회를 개최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또한 "유료 아르바이트생들까지 동원해 지역 주민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의정보고회를 홍보했다"며 "이 과정에서 몇몇 유권자들은 '사전선거운동이 아니냐'며 비난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마포을 지구당(위원장 박주천 의원)의 한 관계자도 "의정보고회는 현역의원들의 일종의 프레미엄"이라고 인정했다. 한나라당 마포을 지구당은 지난 2000년 1월 6일부터 4·13총선이 있기 전인 3월 27일까지 82일간 총 451회의 의정보고회를 개최해 매회 5만원씩 총 2225만원을 지출했다. 반면 선거 후에는 단 한차례도 의정보고회를 개최하지 않았다.

지구당 관계자는 "의정보고회는 야외에서는 개최할 수 없기 때문에 실내에는 지역주민들이 대규모로 모일 만한 적당한 장소가 없었다"며 "5-10명 소규모로 진행하다보니 횟수가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지역구들도 마찬가지인데 횟수를 줄여서 보고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그는 '선거 후에는 왜 의정보고회를 개최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우리 지역구는 2년마다 의정보고회를 개최한다"고 대답했다.

의정보고회 이용, 현역의원은 4년 내내 선거운동?

민주당 강서갑 지구당(위원장 신기남 의원)도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의정보고회 비용으로 1800만원을 지출했다. 한나라당 대구 남구 지구당(위원장 현승일 의원)은 조직활동비의 89.4%에 달하는 1690만원을 2000년 4월말 이전까지 지출했다. 한나라당 대구 수성갑 지구당(김만제 의원)도 조직활동비의 87.5%에 달하는 2514만원이 4월말 이전에 지출됐다.

이에 대해 송영길 민주당 의원 보좌관인 손정주 씨는 "현역의원과 신인 정치인과의 형평성 문제를 고려해 사전선거금지 규정이 완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 보좌관은 "의정보고회는 횟수, 대상, 시기 등에 대한 제한이 없다"며 "현역 의원은 이를 이용해 사실상 4년 내내 선거운동이 가능하지만 원외 정치인들은 후보 등록 후 단 17일 동안만 선거운동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신인 정치인 등은 선거에 임박해 명함을 돌리는 것도 불법인 반면 현역의원은 의정보고회 자료로 다양한 홍보물을 제작해 무한대로 배포할 수 있다"며 "원외 정치인들도 자기 홍보활동이 가능하도록 사전선거운동금지 규정을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송석윤 교수(성신여대 법학과)는 최근 7일 민주노총 등에서 주최한 정치관계법 개정토론회에서 "사전선거운동 금지로 인해 우리나라 고비용 정치구조의 주요원인인 동원형 정당구조가 존치된다"고 주장했다.

송 교수는 "정당과 일반 유권자의 일상적인 접촉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는 사전선거운동금지조항 때문에 돈을 쓰면서까지 당원들을 모집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정당들은 선거운동기간 이전에는 일반유권자와는 접촉할 수 없지만 당원들과는 자유로운 접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송 교수는 "우리나라 정당은 당원들이 많을수록 정치자금이 많이 걷히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자금이 많이 지출되는 전도된 상황"이라며 "이처럼 많은 정치자금을 필요로 하는 정치는 부패정치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전홍기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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