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혈세로 ‘이웃돕기성금’ 생색

‘거짓 영수증’ ‘사적유용’… 국고보조금 유용 백태

‘거짓 영수증 남발’, ‘정당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국민 혈세로 충당’, ‘정책개발비로 식대, 신문구독’….

여야 3당의 국고보조금 사용 실태는 부실기업을 능가한다. 시민단체 연대회의가 3개월동안 조사한 바에 따르면 여야 3당이 신고한 지난해 국고보조금 회계보고 증빙서류 중 75.5%가 부실 증빙서류다.

그러나 ‘세법상 인정되는 영수증, 또는 영수증 생략 가능한 경우’는 전체의 24.5%에 불과해 국민의 혈세인 국고보조금이 정치인들의 ‘쌈짓돈’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민주당 국고보조금 회계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9월 20일 242개 지구당에 대의원대회 행사비로 총 7290만원을 지급했다. 그러나 각 지구당 회계보고서에는 이 금액이 누락되어 있었다. 중앙당에서 지구당에 지급한 금액이 지구당 수입으로 잡혀 있지 않은 것이다.

자민련은 지난해 9월 16일 ‘경의선 복원 침목마련 성금’ 100만원을 국고보조금에서 지출했다. 자민련은 이외에도 대변인 결식아동돕기 성금 20만원, 삼성농아원 방문 후원금 200만원, KBS 연말 불우이웃 돕기 생방송 성금 100만원을 국고보조금에서 지출했다. 민주당도 지난 12월 국고보조금에서 500만원을 불우이웃돕기 성금과 민생지원금으로 냈다. 이처럼 각 당은 국민의 세금인 국고보조금을 받아 각종 성금을 내면서 생색을 내고 있었던 것이다.

지구당에 지급한 행사비, 지구당은 받은 적 없어

한나라당은 지난해 12월 4일 전기요금으로 하루에 2920만310원씩 두 차례, 즉 5840만620원을 지출했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한전 영등포지점에 확인한 결과, 당일 한나라당이 한전에 납부한 전기요금은 2892만1110원(3개월치)이 전부였다. 선거관리위원회가 이를 지적하자 한나라당은 소명을 통해 “3개월분 연체된 전기요금의 납부내역을 전산 입력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했다”고 인정했다.

한나라당 또한 작년 6월8일 서울 송파구의 M꽃집에 화환대금으로 1300만원을 지급한 것으로 보고하고 해당업소 주인이 사인한 수기입금표를 증빙서류로 첨부했다. 그러나 당시 해당업소에 국민은행 계좌를 통해 송금된 돈은 1000만원. 업소 관계자는 “지난 1월 중순 당에서 1300만원 받은 것으로 입금표를 보내 달라고 요청해 그대로 써 팩스로 보내줬다”고 말했다(세계일보 4월 2일자 보도). 해당업소 관계자는 세계일보 보도 후 “1000만원만 수표로 받고 3백만원은 현금으로 받았는데 잠시 착각했다”고 해명했지만 그 말을 전적으로 믿기는 힘들다.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가 실사한 결과 부실 영수증의 61.1%는 각 정당이 당직자에게 지급한 급여명세서였다. 각 정당은 자체적으로 발행한 지급명세서를 증빙서류로 제출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재정국 봉종근 부장은 “당직자들의 급여가 지급되는 계좌번호와 그 액수를 기재한 자체 서류를 증빙서류로 제출하고 있다”며 “어느 회사가 모든 직원들의 입금확인증을 일일이 첨부하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정당 국고보조금 회계 조사 작업에 직접 참여했던 김태우 씨(참여연대 자원활동가)는 “한나라당에서 자체 발급한 서류를 일일이 대조해본 결과 실제 급여를 지급한 당직자 중 일부가 누락되어 있었다”고 말했다. 김태우 씨는 또한 “은행에 요청하면 대량 송금시 별도의 입금내역 확인증을 발급하는데 왜 의심받을 일을 자초하냐”고 반문했다.

이 외에도 각 당은 50만원 미만의 금액은 증빙서류를 생략해도 가능하다는 규정을 악용해 부실 회계보고를 하고 있다. 민주당은 작년 12월 27일 당정법안심사간담회 명목으로 D 음식점에서 총 115만2000원을 지출했지만 회계보고서에는 5번으로 나눠 결재해 영수증을 모두 생략했다. 한나라당도 지난해 12월 7일 S 관광회사에서 버스를 임대하면서 총 354만원을 지출했으나 252만원만 증빙서류를 제출하고 나머지 102만원은 4번으로 나눠 결재해 영수증을 생략했다.

정책개발비는 식대와 신문대금?

관련 규정을 악용해 국고보조금을 유용하는 사례는 각 당에서 보고한 정책개발비 사용 실태에서도 명확히 드러난다. 정치자금법 제 19조 2항에 따르면 각 당은 보조금 총액의 20% 이상을 정책개발비에 사용해야 한다. 그러나 각 당의 회계보고서를 꼼꼼히 살펴보면 실제 정책개발비로 인정할 수 있는 항목은 극히 드물다.

자민련은 지난해 5월부터 12월까지 정책개발비로 신고된 항목 중 정책 회의비는 단 두 차례, 자료집 발간비는 단 한 차례로 총 163만원에 불과했다. 나머지 정책개발비는 각종 일간지 및 잡지 구독료, 전화비, 통신비, 생수비, 사무집기비, 식대 등 정책연구실 운영비와 정책운영위원들의 급여로 쓰였다.

한나라당은 정책개발비 중 정책간담회 식대로만 한 달에 1천만원씩 5차례 총 5450만원을 사용했다. 이 외에도 국회의원 연찬회, 지구당위원장 연찬회 등으로 2043만원을 썼다.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정치개혁위원회는 “한나라당이 정책개발비로 신고한 총 51억 9230만원 중 사무처 당직자들에게 편법으로 지급된 급여 12억원을 포함해 각종 식대, 정강정책 인쇄비, 총재 원광대 특강 등 총 38억원은 정책개발비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역시 정강정책 공고 비용으로 9억5859만원을 지출했으며 정책개발비로 신고한 총 41억원 중 9억5968만원은 정책개발비라고 보기 힘들다.

이에 대해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측은 “정당에 대한 보조금 지급 중단 및 감액에 관한 규정(대통령령 제 15,570호)에 따라 정책 개발비를 다른 용도로 사용한 경우 그 두 배를 감액해 지급하도록 되어 있다”며 “각 당에서 신고한 정책개발비 중 상당금액이 내년 국고보조금에서 삭감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각 당의 정책개발비 사용에 대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정치자금과 임호근 사무관은 “규정상 정책개발비에서 인건비, 활동비, 운영비 등 정책개발부서의 기본경비를 지출하도록 하고 있다”며 “어디까지 정책개발부서의 운영비인지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임 사무관은 “신문대금이나 식대를 정책개발비에서 지출하는 것이 규정위반은 아니지만 각 당의 이러한 행태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전홍기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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