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감시센터 기타(aw) 1998-06-08   703

[김대중정부 100일 평가] 정치분야(1)

[한겨레신문] [참여연대] 공동기획 대토론회 (6월 8일)

“김대중 정부 100일을 진단한다”

김대중정부 100일 평가

– 국회 정당 선거 행정개혁 및 인사정책

1부 정치분야 : 국회, 정당, 선거, 행정 개혁 및 인사정책

사회 : 손혁재(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정치학 박사)

발제 : 정영태 (인하대 정치학)

토론 : 정균환(국민회의 사무총장)/김중위(한나라당 국회의원)/정용덕(서울대 행정대학원)/정대화(상지대 정치학)

[발제문]

인하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정영태

1. 김대중정권의 정치 행정개혁의 내용

김대중정부가 출범 이후 100일동안 추진한 정치 행정개혁의 내용을 간략히 정리해 보자.

첫째, 정책적 목표 또는 개혁방향은 크게 민주주의의 발전과 시장경제의 정착, 이 두가지로 요약된다. 여기서 민주주의는 참여의 정치, 견제와 균형의 정치, 인권의 정치 등으로 세분화되고, 시장경제는 탈규제, 민영화, 시장개방으로 구체화된다. 국회, 정당, 선거, 행정 등의 개혁과 인사정책은 모두 이 두가지 정책적 목표의 실현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둘째, 그러나 위의 정책적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정책들은 민주주의의 실현과 시장경제의 정착이라는 두 가지 정책적 목표 중에서 후자, 즉 ‘돈 안드는 정치구조’를 만드는데 더 큰 비중이 주어져 있다. 그리고, 이 두 가지 정책적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정책적 대안들에 대해서 논의는 많이 이루어졌으나, 아직까지는 입법화된 것은 그리 많지 않다. 그나마 입법화된 것은 대부분 정부구조, 선거, 지방자치, 정치자금과 관련된 것이고, 그것도 대부분 민주주의의 실현보다는 ‘돈 안드는 정치구조’의 정착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정책영역별로 간략히 정리해 보자.

먼저, 국회가 본래적 기능을 충실히 하고, 비용을 줄이기 위한 제도개혁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의회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정책적 대안으로 국정조사권의 발동요건 완화(재적 1/3이상의 의결에서 1/5 이상의 의결로, 또는 본회의를 거치지 않는 방안), 인사청문회의 점진적 확대실시(자민련의 반대로 실시유보), 법안 심의기간의 연장(최소 3일에서 1개월로), 복수상임위제도 개선, 국회옴부즈맨제도 도입(여기까지는 기능강화와 관련된 정책대안), 선거구제 조정과 국회의원 정수의 축소(여기까지는 비용절감을 위한 정책대안) 등에 대해서 집권당 내에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으나, 아직 법개(제)정으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국민들의 정치비용절감에 대한 강력한 요구를 외면하기가 어려웠던지 지방의원수를 축소하는 것으로 대충 넘어가는 듯한 인상이다.

다음, 정당의 민주화와 슬림화(slim)방안으로 공직자 후보공천방식의 민주화(지구당의 공천을 인정), 주요 당직의 경선제, 공무원과 교원의 정당가입금지 조항 개정, 당원의 당비납부 의무화(여기까지는 정당민주화와 관련된 정책대안), 법인세의 1% 정치자금화, 지구당의 유급당직자 인원감축, 당비-보조금 연계제도인 매칭펀드시스템의 도입, 정당이 설립한 정책연구소에 대한 국가지원(여기까지는 비용절감 또는 정경유착근절을 위한 방안) 등이 제안되었으나, 이 중에서 법제화되거나 그대로 실천되고 있는 것은 거의 없다. 지방선거 후보자 공천과정에서 집권당인 국민회의가 보여준 모습을 상기하는 것으로 충분하리라. 정당운영비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지구당의 연락사무소로의 전환 등이 논의되기도 했으나, 정당의 유급사무원 수를 줄이는 것 이외에는 실현된 것이 없다. 비용절감이나 정경유착 또는 정치부패를 철결하기 위한 조치들은 선거운동과 관련된 것들이다.

그 다음, 선거와 관련된 조치들이다. 여기가 아마도 가장 많은 조치들이 취해진 영역일 것이다. 모든 선출직 공무원과 후보예정자 그리고 지구당위원장의 주례금지와 위반시 벌칙부과, 관혼상제 축 부의금 제한, 명함 현수막 금지, 공직사퇴시한 단축(90일에서 60일로) 등 정치비용절감이나 정치부패척결을 위한 조치들이 새로이 취해졌다. 그러나, 노조의 정치활동을 허용하도록 법개정을 한 것 이외에는 민주주의의 실현, 또는 시민의 정치참여확대를 위한 조치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노조의 정치활동허용도 노동시장의 유연화정책과 맞바꾼 것이기 때문에, 정치민주화에 대한 강한 의지의 산물이라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기존 정당들의 기득권을 보호 확장하는데 급급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예, 후보기탁금반환요건의 강화, 단체장의 임기 중 다른 공직선거출마 금지 등). 그리고, 정치비용절감이나 정치부패척결이라는 정책적 목표도 일관되게 적용되지 않았다. 예를 들면, 주례금지나 경조품 제공을 제한하는 법규를 위반할 경우의 벌칙이 ‘1년 이하의 징역과 200만원 이하의 벌금'(초안)에서 ’50만원 이하의 벌금'(입법화된 것)으로 크게 완화되어, 이 입법의 취지를 지킬 의지가 없음을 드러냈다. 그리고, 사람동원을 최소화하여 정치비용을 줄이겠다는 취지에 어긋나게 합동연설회와 정당연설회를 다시 허용하였다. 물론 이에 대한 책임이 반드시 집권당에게 있다는 뜻은 아니다.

네 번째, 행정개혁을 보기로 하자. 행정개혁은 정부기구와 인원의 축소, 정부의 규제완화, 공기업의 민영화 등의 ‘시장경제의 정착’을 위한 개혁과, 행정부의 대국민(또는 국회)에 대한 책임성과 공정성(또는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개혁으로 나누어진다.

지난 2월 17일 임시국회에서 개정된 정부조직법, 지난 5월에 취해진 그린벨트 전면 재조정조치와 외국인투자에 대한 규제완화조치 등은 바로 이러한 정책적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다. 다만, 여기서는 세 가지만 지적하고자 한다. ①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규제완화 조치(민영화 포함)는 상대적으로 잘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외국인투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규제조치는 신속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IMF나 선진국의 요구가 강하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그러나 ②정부기구(국가연구기관 포함)의 통폐합을 통한 기구와 인원의 축소는 상대적으로 더디고, 원래의 의도가 충실히 실천되지 않고 있다. 물론, 청와대 비서실의 권한은 크게 약화되어 이전과 같은 ‘비서실 정치’는 청산할 수 있게 되었다. 자민련과의 배분문제, 한나라당과 관료들의 저항, 김대통령과 국민회의의 정치력 부족 등도 원인이겠지만, 이에 대한 IMF나 선진국의 요구가 그리 강하지 않은 점도 중요한 원인 중의 하나라고 추측된다. ③국가기구의 민주화라는 측면에서의 행정개혁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특히, 그동안 인권유린이나 정치적 편파성 또는 부당한 정치개입 등으로 문제가 된 안기부나 검 경찰의 기능을 축소하거나 민주적으로 견제하기 위한 제도개혁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물론, 안기부의 정치개입과 인권유린을 방지하기 위한 개혁안이나 “상해, 폭행 등 단순 경미한 범죄에 대해 경찰의 독자적인 수사권을 인정하기 위한” 법개정, 또는 지방경찰청의 권한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 등을 모색하고 있으나, 아직 법개정으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마지막으로, 인사정책에 대해서 간략히 정리해 보자. ‘인사는 만사’라는 말이 있듯이, 대통령이 의도하는 정책적 목표를 효과적으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물론, 과거의 부정부패와 탈법행위의 장본인들을 엄격히 처벌함으로써 새로운 인사들이 그런 행위를 반복하지 않도록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도 인사정책은 바르게 서야 한다. 먼저, 과거 탈법공직자 또는 비리공직자에 대한 처벌현황을 보면, 북풍수사, 비자금수사, 환란책임자수사 등을 통해서 알 수 있듯이, 새정부의 의지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소극적이며 철저하지 못하다. 정치적 판단에서 또는 정치권의 공멸을 두려워해서가 아닌가 생각된다. 다음, 새로운 인사에 대해서 비슷한 결론을 내릴 수 있다. 각료 및 검경찰 인사, 군인사, 산하기관장 인사 등에 대해서 정부에서는 도덕성, 개혁성, 전문성, 참신성, 지역안배 등을 기준에 따랐다고 하지만, 이러한 원칙들이 얼마나 지켜졌는지 의심스러운 인사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지역안배의 원칙은 거의 지켜지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정치적 정책적 성향도 워낙에 이질적이라 손발이 잘 맞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의 소리가 높다. 이에 대해서 김대통령이나 국민회의에서는 (특정지역편중에 대해서는) 지난날의 불균형을 시정하려고 하다가 보니까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하거나, (이질성이나 부적격한 인사에 대해서는) 자민련과의 공동정권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하거나 대통령이 직접 챙길 것이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고 한다. 그러나, 이것은 단견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렇지 않아도 비판의 빌미를 찾고 있는 한나라당이나 영남주민에게 비판의 빌미를 주었고, 대통령이 모든 일을 직접 챙긴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2. 원인분석

지금까지 김대중정부가 출범 이후 100일 동안 추진한 정치 행정개혁의 내용을 간략히 살펴 보았다. 이제, 김대중정부가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의 병행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정치와 행정 분야에서 추구한 한 정책들이 그리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한 요인이 무엇인지 살펴보기로 한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김대통령과 국민회의는 인위적으로라도 정계를 개편하지 않고서는 개혁을 추진할 수 없다고 주장해온 것으로 미루어 볼 때, 개혁이 제대로 추진되지 못한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의회다수당인 한나라당의 반대로 보는 듯하다. 물론 이외에도 자민련과의 공동정권이라는 조건이 가하는 제약, 국민들의 보수화와 낮은 정치의식수준, 재벌과 관료집단의 저항과 로비 등도 개혁이 부진한 요인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는 듯하다.

발표자는 이러한 진단에 기본적으로 동의하면서, 정치 행정분야에서의 개혁이 부진한 요인을 여기서만 찾아서는 안된다고 본다.

개혁부진의 원인분석은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측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첫째, 김대중 대통령이 추구하고자 하는 정책적 목표(또는 통치이념)와 구체적인 프로그램이 명확한가 그리고 이것들을 추진하려는 실천의지가 얼마나 투철한가? 둘째, 집권 중 추진하려고 하는 국정목표와 구체적인 정책대안들을 실제로 입법화 또는 정책화할 수 있는 능력(정치력과 정책수단)을 가졌는가?

(1) 통치이념(정책목표 또는 국정지표)

우선, 김대중 대통령의 정책적 목표 또는 통치이념이 얼마나 명확하고 일관성을 가졌는지에 대해서 살펴보자. 앞에서 보았듯이, 김대통령의 국정목표는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입각한) 경제발전의 병행’이다. 여기서 민주주의는 ‘국민에 의한…. 국민이 주인되는 정치’, 즉 참여민주주의를 의미하고, 시장경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똑같이 중시하되 대기업은 자율성을 보장하고 중소기업은 집중적으로 지원하며’ 동시에 ‘철저한 경쟁의 원리’가 적용되는 경제를 의미한다. 여기서, 우리는 다섯가지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①참여민주주의는 정확하게 무엇을 의미하는가 하는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이 염두에 두고 있는 참여민주주의는 크게 세 가지 정책영역에서 구체화되고 있다.

첫째, 지방자치제와 관련된 정책영역으로서, 주민자치를 확대하기 위해 주민발안제와 주민소환제 등을 도입한다는 것이다.

둘째, 당내민주주의의 확대와 관련된 분야로, 당원의 당비납부를 의무화함으로써 ‘책임감있는 민주당원’을 양성하고 후보공천권을 지구당(주로 대의원대회)으로 이양하겠다는 것이다.

셋째, 노동조합이나 시민단체의 국가정책결정과정에의 참여와 관련된 정책영역으로서, 노조의 정치참여, 노 사 정위원회와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 등을 제도화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노 사 정위원회는 노동단체와 사용자단체 그리고 여야 각당은 물론 시민단체와 각계 전문가들도 참여하는 명실상부한 사회적 협약기구로 상설화하고, 자문기구로서의 위상을 넘어서는 집행력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김대중대통령이 생각하는 참여민주주의는 60년대 서구의 신좌파들이 추구했던 급진적 참여민주주의와는 근본적으로 다른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김대중정부는 참여민주주의의 핵심적 요소인 작업장에서의 민주주의를 배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참여민주주의의 핵심적 요소는 작업장수준에서의 민주주의, 특히 노동자의 경영참가라고 할 수 있다. 작업장민주주의는 경영자의 의사결정에 대한 전권(전권)의 변경을 통한 ‘권력의 공유'(power sharing)를 지향하는 것으로, 여기서 권력은 단순히 작업장 내의 권력만이 아닌 기업조직 전체의 권력을 말한다. 노동자가 기업경영의 의사결정에 참여하여 이익의 분배는 물론 경영계획을 비롯한 일상적인 업무에 대해서도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이러한 작업장민주주의가 참여민주주의의 핵심적 요소인 것은 작업장이 일상생활공간에서 가장 중요하고 (소모하는 시간이나 에너지의) 비중이 가장 높고, 작업장에서의 일(work)은 외재적 가치(교환가치를 생산하는 노동)만이 아니라 내재적 가치(자아실현의 과정)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작업장민주주의가 참여민주주의의 실현에 있어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또 다른 이유는 자본의 세계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즉, 자본의 세계화로 말미암아 국가가 직접 시장에 개입하거나 자본을 통제할 명분과 정책수단을 점차로 잃어가고 있기 때문에, 작업장수준에서의 노동자 직접 참여가 없이는 자본을 통제하기가 어렵다. 간단히 말해서, 작업장은 자아실현의 장(장)일 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세계화시대의 도래에 따라 국가가 직접 자본을 통제할 명분과 수단을 잃어가고 있기 때문에, 작업장수준에서의 참여민주주의를 실현한다는 것은 곧 민주주의의 외연적 확대인 동시에 핵심이요, 필요불가결한 요소라 할 수 있다.

혹시 ‘노 사 정위원회’나 ‘국민과의 대화’는 이해당사자나 국민의 직접 참여를 확대하는 참여민주주의적 제도라고 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들 제도는 실질적인 결정권을 보장하지 않거나 (노.사.정위의 경우)참여의 대상을 사회 시민단체의 대표들에게 한정시키는데다가 (국민과의 대화의 경우)참여자를 결정하는 기준이 자의적이라는 점에서 참여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이러한 제도들은 국가정책을 부과하거나 정당화하기 위한 장치로 작동하고 있다.

따라서, 김정권이 주민자치를 확대하기 위한 제도를 대폭 도입한다하더라도, 작업장민주주의를 배격하는 한, 서구의 급진적 참여민주주의와는 본질적으로 다르고 또한 진정한 참여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없다.

(김정권의 문제점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작업장민주주의를 배격하는 것보다 더욱 심각한 문제점은 국민의 직접 참여를 확장하기 위해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던 주민발안제나 주민소환제 등 주민자치적 제도조차도 입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으며, 당내민주주의를 확대하기 위해 도입하기로 했던 지구당의 대의원대회에 의한 후보공천마저도 중앙당이 자의적으로 무시하거나 실질적인 공천권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김정권의 이러한 행태는 국민이나 지구당 당원들의 낮은 정치의식수준이나 자민련과의 공동정권이라는 이유로 정당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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