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감시센터 칼럼(aw) 2011-09-19   2566

[정치 표현의 자유를 위한 연속기고①] 정치후원금 무더기 기소는 코미디

※ 편집자 주

지난 8월, 검찰은 정당에 소액 후원을 했다는 이유로 1600명이 넘는 교사, 공무원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검찰의 무리한 기소에 대한 비판 여론과 함께 교사, 공무원의 정치적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법개정 요구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참여연대는 지난 8월 4일, 교사 공무원의 후원회 가입 허용과 중앙당 후원회 허용 등을 골자로 한 정치자금법 개정 의견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습니다. 또한 참여연대가 참여하고 있는 ‘표현의 자유를 위한 연대’에서는 시민들에게 교사, 공무원의 정치적 기본권 보장 필요성을 알리기 위해 3회에 걸쳐 경향신문을 통해 ‘정치 표현의 자유를 위한 연속기고’를 게시하였습니다.

 

이에 경향신문에 게시되었던 기고를 참여연대 홈페이지에도 동시 게재합니다. 참여연대는 향후 교사, 공무원의 정치 기본권 보장을 위한 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하겠습니다.

  

 

[정치 표현의 자유를 위한 연속기고①] 정치후원금 무더기 기소는 코미디

 

중수부 폐지를 위시한 검찰개혁 논의가 국회에서 흐지부지되자마자 검찰은 기다렸다는 듯 전교조 교사들과 전공노 공무원들을 향해 칼을 빼들었다. 민노당에 5000원에서 2만원씩 후원금을 냈다는 이유로 1600명이나 되는 교사와 공무원을 기소한 것이다. 그리고 수사를 지휘하던 서울중앙지검장은 이제 검찰총장이 되어 “공안역량을 정비하고, 일사불란한 수사체제를 구축하여 적극적인 수사활동을 전개”해 “종북좌익세력과의 전쟁”을 수행할 것을 취임일성으로 내뱉었다.

 

권위주의체제는 시종일관 일반대중들을 정치로부터 배제한다. 민주적인 정치과정은 철저히 탄압하며 사회질서 확립과 경제성장을 국정의 최대과제로 내세우면서 국민들을 통치 대상으로만 여긴다. 두명만 모여도 불법집회로 처벌하고, 불법적인 정리해고를 비난하는 것조차 처단의 대상이 된다. 정치가 사라지고 통제의 논리만이 판을 치는 이 폭력의 현장을 법이 은폐와 엄폐의 역할을 감당한다.

 

최근 검찰이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군림하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 20여년간 어렵사리 일군 민주화 성과들이 법치의 이름 아래 사법권력 특히 검찰권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왜곡되면서 이제 명실상부한 검찰공화국의 시대가 열리게 됐다. 그들은, 이쪽 저쪽으로 나뉘어 한쪽의 권력이 다른쪽의 비판을 일방적으로 압도하는 사회의 양극화 현상을 틈타, 그 절대권력의 이익에 철저하게 봉사함으로써 자기 권력에 대한 보신에 전념한다. 평검사회의든 검찰간부들의 줄사표 행진이든 그들이 일관되게 주장하는 것은 국민의 이익과 법적 정의의 실천이 아니라 자신들과 조직의 안위와 권력강화이다. 이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국회의 어떤 정파라도, 어떤 대통령이라도, 어떤 재벌이라도 그 편에 서서 그들의 요구에 종사할 각오가 돼있다.

 

최근 교사와 공무원들의 정치후원금에 대한 무더기 기소행위는 이런 맥락에서 드러난 행태다. 내년의 양대 선거에 대비해 잘 정비된 ‘공안역량’과 ‘일사불란한 수사체제’를 통해 ‘체제수호자’로서 검찰의 본때를 보여주고자 한다. 민주주의를 향한 헌법이념이나 정의와 형평과 공정을 추구하는 법원칙은 고려사항이 되지 못한다. 교원의 정당가입에 대해 무죄판결을 내린 법원의 판단도 이들에게는 무의미하다. 어느 일방의 요구가 감지되고 다른 일방에 대한 통제가 필요하다고 느껴지는 것만이 중요할 따름이다. 그러기에 후원금을 보낸 방향이 보수쪽이냐 진보쪽이냐에 따라 검찰의 처리가 달라지고, 후원회 탈퇴나 준법서약과 같은 사상전향의 여부에 따라 기소여부가 결정된다. 그들은 자발적으로 정치의 한복판에 뛰어들어 스스로 어느 일방의 통치기구가 되기를 자청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역사는 반복된다. 한번은 비극으로 또 한번은 희극으로”라는 명제는 빈소리가 아니다. 박정희정권은 국가공무원법을 새로 만들면서 최대의 지성인집단이자 민주적 비판세력이었던 공무원과 교원들에 대한 정치활동을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이를 바탕으로 전대미문의 권위주의 억압체제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 비극은 지금 민주화 시대에 와서도 검찰의 전교조 교사와 전공노 공무원들의 정치후원금을 빌미로 무더기 기소하는 코미디로 반복되면서 전 세계 사람들의 웃음을 사고 있다. 정작 비난받아야 할 것은 점심값 아껴서 정당후원금 내는 교사나 공무원이 아니라 그들을 기소하고 스스로 정치세력이 되어 국민 위에 군림하는 검찰 자신이다.

 

한상희 | 건국대 교수·법학

 

2011.08.27에 경향신문에 게재된 글입니다

 

>> 연속기고 더보기  

[정치 표현의 자유를 위한 연속기고②] 공무원·교사도 대한민국 국민이다 – 인하대 정영태 교수
[정치 표현의 자유를 위한 연속기고③] 정치적 무지가 교육의 정치화보다 위험하다 – 배경내 인권교육센터 ‘들’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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