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감시센터 기타(aw) 1998-06-08   576

[김대중정부 100일 평가] 정치분야(2)

②시장경제는 정확하게 어떤 경제체제를 의미하는가 하는 것이다. 대기업이 ‘기업의 투명성, 상호지급보증의 금지, 건전한 재무구조, 핵심기업의 설정과 중소기업에 대한 협력, 그리고 지배주주와 경영자의 책임성’을 준수하고, ‘정부가 기업의 자율성을 철저히 보장’하며 외국자본의 자유로운 국내투자가 보장되는 시장경제, 보다 정확하게는 신자유주의적 주주중심 자본주의시장경제(neo-liberal stockholder capita.lism) – 줄여서 신자유주의 – 를 의미한다. 신자유주의에서는 무엇보다도 자본의 자유를 최대한으로 보장하는 것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국내외 자본에 대한 국가 노동의 간섭을 최대한 배제하려고 한다.

김대통령이 생각하는 신자유주의는 경제영역과 정치영역의 두 영역에서 동시에 추진되고 있다. 경제영역에서는 노동시장의 경직성이나 환경기준 등을 강제하는 정부의 각종 규제를 제거하고, 국공영기업체를 민영화하며, 외국인 투자가와 기업에 대해 국내시장을 완전히 개방하고 있다. 다른 한편, 정치영역에서는 고비용정치를 개선하여 저비용정치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정부기구와 인원의 축소, 정치비용의 축소, 국민대표의 수 감축, 지구당의 인원감축 등을 추진하고 있다.

③위의 두 문제보다 심각한 것은 국민의 참여확대를 지향하는 참여민주주의와, (국내외) 기업과 시장의 자율성을 철저히 보장하는 시장경제(신자유주의)가 과연 병행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우리보다 앞서 신자유주의정책들을 추진한 남미 등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신자유주의적 개혁은 환경파괴와 대량실업은 물론 노동조합의 기반을 약화시키고, 국가와 시민사회가 접촉하는 지점을 더욱 축소함으로써, 재벌개혁을 뒷받침할 국내지지기반을 와해시키고 소수의 정치인들이 정치와 정책결정을 독점될 가능성을 더욱 높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뿐만 아니라, 김정권의 경제개혁방식은 재벌의 취약성으로 말미암아 외국인 투자가와 기업들이 국내경제를 지배할 가능성을 높여, 이미 약할대로 약한 한국의 대외자율성을 더욱 약화시키게 될 것이다. 다시 말하면, 김대통령이 생각하는 신자유주의적 개혁은 국민의 정치참여를 유도 확대하기보다는 국민의 참여를 국회의원 등 국민의 대표를 선출하는 선거에서의 투표에 한정시킴으로써, 중앙당지도부 등 소수의 상층엘리트들과 재벌, 외국의 투자가나 국제기구 등의 국내외 엘리트집단이 실제로는 선거후보자의 공천이나 경제정책 등 거의 모든 결정을 독점하는 다두제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그것은 신자유주의적 경제개혁은 필연적으로 대량실업과 소득감소 그리고 빈부격차의 심화를 초래하여 국민들의 불만이 높아질 것이고, 그럴 경우 신자유주의적 개혁을 계속 추진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정치참여를 억제해야 하기 때문이다.

참여민주주의와 (신자유주의적) 시장경제간의 이러한 모순적 관계 때문에, 이 둘을 병행한다는 것은 쉽지가 않다. 그래서인지 김대중과 국민회의는 집권 전까지는 민주주의를 강조하다가 집권 이후에는 신자유주의를 강조하고 있다.

④김대중정부의 정책목표와 관련해서 덧붙일 점은 김대통령과 국민회의가 집권 전까지 끊임없이 강조했던 대통령(과 청와대비서실)의 전횡 견제라는 민주주의적 목표(인사청문회와 특검제 도입, 국정조사권 발동요건 완화, 국무총리의 권한강화, 국회의 대통령 견제기능강화 등)와 상충되는 대통령의 내각 및 직속기관에 대한 통제력 강화(대통령직속의 기획예산처 신설, 인사위원회 신설, 비서실의 위상 약화, 각종 조정회의 직접 주재 등)라는 목표를 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대통령의 행정부에 대한 통제력강화라는 목표는 돈안드는 정치구조, 정부의 기구 인원 기능 축소 등과 같은 신자유주의적 목표’와 함께 추구되고 있다. 다시 말하면, 김대중정부는 집권 이전에는 대통령과 청와대의 권력남용에 대한 견제라는 민주주의적 목표와 정부의 기구 인원 기능축소라는 신자유주의적 목표를 강조하다가, 집권 이후에는 이러한 정책목표와 상반되는 듯한 대통령의 내각 직속기관에 대한 통제력강화를 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⑤돈안드는 정치구조의 정착은 단지 비생산적인 비용을 절감하고 정치부패를 근절하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를 심화시키기 위해서도 반 그나마 부패방지의 효과가 있던 금융실명제마저도 경제위기극복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유보해 버렸다.

한가지만 덧붙인다면, ‘돈 안드는 정치구조’를 정착시키겠다고 하지만, 그래서 대중동원을 피하고 매스미디어에 의존하는 선거운동방식으로 대체하지만, 이 방식이 전통적인 방식보다 돈이 적게 드는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다. 어떤 연구에 의하면, 그리고 미국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선거비용이 점차로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⑥이상에서 본 것처럼, 김대중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중에서 개혁의지는 가장 강함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우리 사회가 직면한 총체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정치 행정분야에서 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취임식에서의 국민과의 약속에도 불구하고, 그 성과는 미미하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발표자는 김대통령이 정책목표에 있어서 일관성이 약하거나 상충된 목표를 추구하는 것도 중요한 요인 중의 하나라고 본다. 아니, 어쩌면 김대중정권이 영국의 대처가 추구한 대중주의적 권위주의(populist authoritarianism)를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것은 위의 논의와 지난 6월초 지방선거 직후 김대통령의 정계개편 강력추진의사 발언을 함께 고려할 경우 김대중정권이 대통령의 권한을 강화하면서 야당과 시민 사회단체 그리고 일반국민들의 정치참여는 사실상 배제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그렇다면, 김대중정부는 앞으로도 정치 행정분야에서의 개혁을 성공시킬 가능성은 그리 크지가 않을 것이다.

(2) 정책능력(정치력과 정책수단)

지금까지 정치 행정분야에서의 낮은 개혁성과와 관련해 김대중대통령의 정책목표를 살펴 보았다. 이제, 정책목표를 실현할 수 있는 능력과 관련된 것들을 살펴보기로 하자. 정책실현능력은 정치력과 정책수단, 크게 이 두 가지로 구성된다. 정치력은 인적 물적 자원을 의도하는 방향으로 동원할 수 있는 능력, 다르게 표현하면 정책목표를 실현하는데 필요한 지지자를 동원하고 반대자를 설득하거나 또는 저항을 극복할 수 있는 기술을 의미한다. 정책수단은 정책적 목표를 실현하는데 필요한 인적, 물적, 제도적 자원을 의미한다. 이러한 것들을 염두에 두고, 김대중정부의 정책능력에 대해서 살펴보기로 한다.

첫째, 김대중정부는 ‘자율의 원칙’을 강조함으로써, 앞에서 살펴본 정책적 목표를 추진하기 위해서 동원할 수 있는 정책수단을 스스로 제한해 버렸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즉, (재벌은 물론) 정치권과 관료들이 스스로 개혁에 필요한 조치들을 취하도록 맡겨두는 방법을 선언하였기 때문에, 법에서 정해진 제재조치(탈법비리행위에 대한 수사 및 처벌) 이외 달리 강제할 수단을 미리 제외시켜 버렸다. 게다가, 정부의 정책에 충실한 집단에게 제공할 물질적 혜택도 경제위기로 말미암아 지극히 제한되어 있다. 그래서인지, 새정부는 대화와 설득의 방식을 많이 활용하고 있는 듯하다. 2차례의 ‘국민과의 대화’와 ‘노사정위원회’, 자민련과의 정책협의회, 국회에서의 야당과의 협상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만으로는 개혁대상들이 생존권이나 기득권이 걸린 문제에 대해서 쉽게 설득되지는 않을 것이며, 실제로 지금까지 그랬다.

둘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정권이 개혁의 목표가 뚜렷하고 개혁의지도 강하다면, 개혁을 강제할 정책수단이 없는 것은 아니다. 김대통령이 정치개혁과 행정개혁을 추진하기 위해 동원할 수 있는 정책수단은 개혁대상에 따라 다르다. 예를 들면, 집권당인 국민회의에 대해서는 공천권과 정치자금배정권 그리고 공직임명권 등을 수단으로 당내 민주화와 비용절감, 그리고 국회기능강화를 위한 개혁조치를 강제할 수 있다. 공동정부의 다른 축을 이루고 있는 자민련에 대해서는 공직임명권, 야당의 비판이나 국민여론 등을 정책수단으로 당내개혁과 국회기능강화를 위한 개혁을 요구할 수 있다. 한나라당에 대해서는 과거의 정경유착이나 부패행위에 대한 처벌이나 국민여론에 의한 압박 등을 동원할 수 있다. 안기부와 검경찰 그리고 관료에 대해서는 인사권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김대통령이 지금까지 이러한 정책수단은 적절하게 사용하지 않거나 못하는 것 같다.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개혁목표(당면한 경제위기극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은 것)와도 관련이 있을 것이고, 김대통령이나 국민회의의 과거 행위로 인한 제약도 작용했을 것이며, 우리 사회의 거의 모든 집단을 개혁대상으로 해야 하는 조건에서 오는 제약도 작용했을 것이고, 또한 김대통령이 개혁대상으로부터 도구적으로 자율적이지 못한데서 오는 제약도 작용했을 것이다. 어쨌든, 현재까지 김대중정권이 정치 행정개혁을 추진하기 위해 활용해온 정책수단은 제재나 강요보다는 대화와 타협 및 국민여론에 의한 압박이었다. 그러나, 조금 전에도 지적했듯이, 대화와 타협 또는 국민여론에 의한 압박의 방식만으로 개혁대상을 굴복시키기는 어렵다. 특히 국민여론이 개혁수단으로 효과를 갖기 위해서는 시기가 중요하다. 선출직 공직자들은 ‘표’가 가장 큰 압력수단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입법주체인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선거는 아직도 2년 가까이 남았다.

셋째, 김대통령과 국민회의가 애초에 구상했던 정치 행정개혁을 뒷받침할 수 있는 집단은 현재로서는 국민회의와 자민련일 것이다. 특히 국민회의에 속해 있는 의원들과 대통령의 통제하에 있는 각료들이다. 자민련과의 이질성은 물론 국민회의 내부의 이질성도 김대통령이 정치 행정개혁을 효과적으로 추진하는데 작지 않은 걸림돌이 되고 있다. 각료나 고위공직자에 대한 인사에서 원칙에 충실하지 못했던 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 둘 모두 보수화전략(과 지역연합에 의한 정권교체전략)이 가져온 당연한 귀결이라 할 수 있다.

3. 정치와 행정분야의 개혁을 지속시키기 위한 방안

지금까지의 논의를 바탕으로 우리 사회가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정치 행정개혁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보자.

첫째, 참여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모순을 인식하여야 한다. 그리고 참여민주주의를 개혁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 자유시장경제에 대한 지나친 강조는 빈부격차의 심화와 대량실업을 초래하게 되고, 사회적 불안을 야기할 것이다. 이러한 것들 자체가 사회적 비용이다. 새정부의 100대과제 중에 학원-노사분규가 많은 곳에는 경찰의 경비과를 보강하고 소규모 파출소를 광역화한다는 부분이 나오는데, 이것은 바로 시장경제(보다 정확하게는 신자유주의)의 실현에 따른 사회적 불안을 예측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국민의 정부’가 이런 발상을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유감스러운 일이다. 경제위기를 손쉬운 방법으로 해결하려고 하기보다는, 더디기는 하지만 진정한 국민통합을 이룩하는 방식으로 해결하는 것이 지금 우리들에게 요구된다고 생각한다. 진정한 국민통합과 경제발전은 대통령과 국민회의가 강조했듯이, 가능한 많은 국민을 그리고 가능한 한 모든 정책결정과정에 참여시키는 민주주의를 실현하는데서 오는 것이다. 민주주의의 강점은 진정한 국민통합과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가능케 한다는데 그치지 않는다.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병폐인 부정부패의 문제를 해결하는데도 필수적인 조건이 된다. 부패는 감시의 눈초리가 없는 어두운 곳에서 소수의 정치인과 관료들이 정책을 결정하도록 되어 있는 비민주적 제도에서 잘 자라기 때문이다.

둘째, 개혁지지세력을 해체하는 것이 아니라 유지, 성장시키는 방향으로 개혁이 진행되어야 한다. 김정권이 추진하는 개혁방식은 진정한 개혁을 지지하고 뒷받침할 사회집단이나 단체들을 약화시키거나 배제하고 있다. 예를 들면, 재벌이 약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먼저 노동자와 봉급생활자들을 직장에서 쫓아내도록 내버려두는 것은 재벌개혁을 강제할 수 있는 조직적 기반을 약화, 해체시키는 자충수이다. 어떤 재벌인데 자율적으로 개혁하겠는가? 기존 정당과 정치인들의 구태를 개혁할 수 있는 집단은 건전한 시민 사회단체들이다. 정치.행정개혁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지난 번 선거법을 개정하면서 시민단체의 입과 발은 꽁꽁 묶어 놓은 법조항은 논의조차 하지 않았다.

셋째, 대통령 혼자서 모든 개혁을 챙기고 추진할 수는 없다. 대통령의 개혁의지를 충분히 이해하고 실천에 옮길 의지가 강한 참모가 뒷받침하지 않으면 안된다. 지금의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과는 달리 모든 분야에 대한 지식도 많고 개혁의지도 강하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훌륭한 참모와 조직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지시와 실천은 따로 놀기 십상이다. 김영삼정권의 예를 들 필요도 없이, 어렵사리 마련한 제1기 노사정위원회에서 합의한 사항이 다른 사람들이 아닌 국민회의 의원들에 의해 왜곡되고 변질됨으로써 노동계의 불신을 샀던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넷째, ‘인사가 만사’라는 점을 다시 인식하고, 자리와 직책에 적합한 자질과 능력을 갖춘 인물을 출신지역에 관계없이 고르게 등용해야 한다. 참모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방금 지적했기 때문에, 여기서는 우리 사회의 지배적인 균열구조인 지역주의를 타파하기 위해 각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만을 강조하고자 한다. 지금까지 취해진 인사조치가 특정출신지역에 편중되었다는 점은 그간의 사정을 생각하면 이해할 수도 있다. 문제는 그것이 정말 자질이나 능력면에서 적합한 인물이냐 하는 것과, 설사 그렇다고 하더라도 호시탐탐 약점을 노리고 있는 세력들에게 빌미를 제공하지 않았느냐 하는 것이다. 사방에 적으로 둘러싸여 개혁을 추진해야 하는 입장일수록 연고에 좌우되거나 약점이 잡혀서는 안된다는 것은 김대통령과 국민회의가 숱하게 경험한 사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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