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감시센터 기타(aw) 1998-06-09   754

[김대중정부 100일 평가] 사회분야(2)

3. 정부개혁과 재원마련

사회정책에 관한 신정부의 방향은 정부개혁과 예산편성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앞서 지적하였듯이 IMF 위기는 정부의 과도한 시장개입(개입의 수준)에 기인한 것이라기 보다는 개입의 불합리성에 기인한 것이므로 일차적으로는 정부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 따라서 정부의 조직개편과 고위 정책담당자의 인선, 조직의 체질개선, 즉 냉전질서와 고도성장기에 부응하는 관료주의 조직문화의 개혁은 신정부의 정책기조를 가늠할 수 있는 시금석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정부개혁 과정에서 ‘작은 정부’의 기치는 거의 실패하였을뿐더러, 사회정책을 효과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노동, 복지, 교육, 환경 부서의 통합 문제는 성사되지 못했다. 노동부, 복지부 등 업무가 중첩되는 부서를 사회부로 통합하려던 계획이 난관에 부딪치게 되어 정부의 효율성에는 역행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실업문제의 경우 노동부, 복지부, 행정자치부 등이 분산적으로 관리하여 업무가 중첩되는 문제가 나타났다. 공공취로사업의 경우 이들 각 부처가 경쟁적으로 내놓아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사업준비가 철저하지 못하여 실업대책을 위해 필요한 부분에 인력이 투입되기 보다는 단순한 생계보조로 끝날 위험성이 크다. 4대 보험의 경우에도 동일한 피용자를 대상으로 하면서도 담당행정부처가 달라서 행정의 효율성이 낮아지는 문제가 발생하였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역할분담, 서비스 제공에의 전문성이 확보되지 못하고 있다.

개혁의 성패는 인사와 예산집행에 있기 때문에 김대중 정부는 애초부터 대통령 직속의 기획예산처와 중앙인사위원회 설치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거대 여당의 반대로 중앙인사위원회 안은 철회되고 기획예산처는 예산편성 지침만 작성하는 기획예산위로 축소되었다. 기획예산위는 재정개혁과 행정개혁의 업무를 담당하기로는 되었으나 예산의 집행이 재경부 산하 예산청에서 이루어지게됨으로써 개혁의 가장 중요한 제도적 수단의 수립은 차질을 빚게 되었다. 따라서 냉전과 고도성장 시대의 예산편성의 기조를 바꾸어 복지, 교육 부문에 예산을 증액할 수 있는 가능성은 거의 사라지게 되었다. 과거의 관성에 비추어 볼 때 기획예산위나 예산청이 단기의 효율성과 가시적 정책적 효과보다도 장기의 사회적 인프라 구축에 관심을 가질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더욱이 IMF 관리체제 하에서 국가 재정지출의 자율성이 축소되면서 사회복지, 교육, 문화등 사회정책 수행을 위한 재정지출은 크게 제한을 받게 되었다.

진념 기획예산위원장은 재원낭비의 우려가 있는 사회간접자본 투자는 적정 수준을 유지하되 대규모 예상유치와 중소기업 지원을 통해 실업문제를 해결해나갈 방침임을 밝혔다. 즉 뉴딜식 공공투자는 회피하겠다는 것을 밝히면서 공기업의 민영화 방침에만 진력을 기울였다. 사회정책 관련 예산도 축소되었다. 교육예산은 약 18조원으로 편성되어 올해 교육부가 목표로 했던 5%에 못미치는 4.8%에 그치게 되었다. 복지부분에서는 이미 추경예산심의과정에서 65세 노인에 대한 경로연금 지급액도 1300억원 중 560억이 삭감되었다.

과거 김영삼 정권과 마찬가지로 장관의 인선 문제는 개혁의 의지를 가늠할 수 있는 시혐대였다고할 수 있는 데 사회 부문 장관 인선 과정에서도 문제가 발생하였다. 그 중 가장 주목할만한 것은 주양자 보건복지부 장관의 도덕성과 청렴성에 심각한 문제점이 야기되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결국 주양자 장관의 사태 이후에도 박영숙씨가 추천되었다가 또 김모임씨로 번복이 되느라 집권 100일이 지난 지금까지 보건복지부는 인선 시비에 날을 지샜다.

정부기구 역시 대민봉사기구로서 체질개선을 하기 보다는 여전히 자신의 기득권을 유지하는데 급급하는 모습을ㄹ 보여주기도 하였다. 특히 노동부나 복지부는 대량실업 사태에 직면하여 상호협조를 통한 문제해결보다는 자기 조직 키우기에 신경을 쓰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예를들면 고용센터신설이나 인력은행 확충 등 자체의 조직규모의 확대와 연결되는 사업에는 곧바로 예산을 투자하나 생활안정지원자금 같은 부문은 신경을 제대로 신경을 쓰지 않는 모습을 드러냈다.

정책시행과정에서도 6때 국정지표에서 제시된 참여민주주의나 100대 과제에서제시된 자율적 시민사회와는 거리가 먼 모습이 나타났다. 교육 부문의 경우 현행 교육행정 조직은 학교 현장을 통제하는 기능만 하고 있으며 교육을 촉진하는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한겨레신문], 1998.4.1 충남대 윤형원 총장의 지적.) 학교운영위원회도 설치된지 3년이 지났지만 극히 예외적인 학교를 제외하고는 교장의 독선으로 인해 거의 정상적으로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모든 점을 과연 과거 유산을 한꺼번에 단절하지 못한데서 초래된 현상이라고 너그럽게 봐줄 수 있을 것인가?

4. 중요 정책 대안들과 그 문제점

1) 노사정 위원회

아마 신정부의 최대의 업적이라고 한다면 제1기 노사정위원회라는 협의기구를 성사시킨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짧은 기간에 10개 의제에 관해 90항의 합의를 이끌어낸 것 자체는 큰 성과이다. 그리고 합의에 기초하여 각종의 실업대책들을 만들어냈고, 재벌개혁을 촉구하였으며, 제2기 노사정위원회의 위상을 단순한 대통령 자문기구에서 노사가 대등한 위치에서 참여할 수 있는 독립적인 기구로 변화시키기 위한 노력을 한 점 등을 주목할 수 있다.

그러나 ‘외자유치를 위한 노동시장 유연화’가 최대의 국가 과제로 상정되는 조건에서, 정리해고를 법제화하기 위한 취지를 가진 노사정 위원회가 노동자들의 진정한 동의를 이끌어내기는 상당히 어려울 수 밖에 없다. 단지 재야 노동운동 세력을 제도권 테이블로 끌어들인 타협 체제의 형식을 갖춘 것은 그 동안의 노사간의 일방적인 대립관계의 관성을 생각해본다면 나름대로 중요한 성과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노사정 위원회는 IMF 위기를 들이든 비상시기라는 상황의 압력에 의한 것인 만큼 진정한 사회통합의 달성, 혹은 노사정 동반자적 관계의 수립과는 거리가 먼 것이다.

노동자들이 당하는 엄청한 고통을 누그러뜨릴 수 있는 수단을 별로 갖지 않은 정부로서는 이들을 향후에도 협상의 테이블로 끌어들이는 것은 어려운 과제이다.

정부는 법, 제도적인 차원에서 1기 위원회의 합의를 이행하기 위해 나믈대로 노력을 했으나 ‘시장’의 압력에 대항할 수 있는 ‘정치’의 힘과 가용자원이 별로 없다는 데서 한계를 안고 있다. 1기 노사정위에서 합의한 부당노동행위 근절, 무분별한 불벌 정리해고에 대해 정부는 900여개 사업장을 검점. 수사하고, 노동부 장관이 성명을 발표하는 등 몸짓을 취하고는 있으나 도산의 위기에 처한 기업들의 불가피한 체불 등 부당노동행위, 정리해고 조치들을 막기 어렵다. 재벌개혁, 금융개혁 부문 역시 결합재무재표의 의무화, 상호채무보증 금지 등 약간의 법령, 제도개선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내년까지 자기자본 비율 200% 확보 요구 등 정부차원에서의 개혁요구가 쏟아져 나오고는 있으나 기업 측으로부터의 가시적인 자기개혁 조치는 별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 경제위기의 책임추궁 문제도 모양 갖추기로 마무리되고 있으며 구조적이고 포괄적인 원인분석 작업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현재의 부당노동행위 근절 방침이나 기업의 구조조정은 사실 김영삼 정권 당시 부터 추진해오던 것을 IMF 라는 비상국면에서 기업이 자기의 생존을 위해 추진하는 것에 불과하며, 노동자나 시민이 당하는 실직의 고통에 버금가는 치명적인 상황에 놓여있지는 않다. 시장이 가하는 고통이 기업으로는 최대의 고통이라는 신자유주의 논리가 정부나

정치권의 개입에 의한 개혁 요구를 저지하고 있다.

즉 이처럼 구조적으로 노사 간에 고통의 공정한 분담이 이루어질 수 없는 조건에서, 정부가 공정성을 기하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 – 금융개혁, 세제개혁, 4대보험관련 개혁 – 을 지속적으로 추진하지 않고서 공기업 매각과 같은 손쉬운 방법에만 또다시 호소할 경우 노사정 타협의 가능성은 거의 기대할 수 없다고 볼 수 있다. 사실 노.사.정 타협이 결렬된다면 그것은 신정부의 잘못이라기 보다는 구정권의 업보를 신정부가 짊어지는 것이라도 볼 수 있다. 즉 1987년 이후 10년이라는 민주화 이행의 기간 동안 노태우 김영삼 정권 및 재벌 등 지배층은 노동자와 빈민이 최소한의 생계를 꾸려가기 위한 초보적인 사회적 안전망 구축을 게을리하였으며, 경제성장과 안정이라는 낡은 이데올로기를 무기로 하여 기업의 각종 불법과 비리를 묵인하고, 정격유착을 조장하면서 법의 적용을 노동자들에게 불리하게 해왔는 데 오늘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자들의 비타협성은 그에 대한 자연스러운 대응일 따름이다. 얻을 것은 미래의 힘의 관계이며, 잃을 것은 당장의 직장인 노동자들이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정부에 항거하고, 정부가 과거와 같은 편리한 방법 즉, 불법파업 엄단, 주모자 구속 등의 억압적 조치를 반복한다면 김대중 정권이 나아갈 길은 김영삼 정권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주 : 사실상 재벌과 기득권 세력만이 개혁의 걸림돌이 아니라 노동자들과 시민 역시 개혁의 걸림돌이다. 그것은 그 동안 권력에서 소외되어온 세력이 갖는 독특한 정서와 행동의 관성 때문에 노동운동의 지도부가 대중의 즉자적인 요구에 발목이 잡하기도 하고, 가용한 대화와 참여의 통로를 스스로 차단하는 경향도 있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신정부는 이들의 사고와 행동을 잘 이해하고 정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2) 실업 문제

실업은 소득의 상실로 경제적인 비참함을 가져다 줄뿐더러, 가족의 파괴, 범죄 등 여타의 사회문제를 낳기 때문에 80년대 유럽 여러나라의 사회정책은 사실상 실업의 퇴치에 집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실업은 실직자 개인에게는 심리적인 좌절감과 자신감의 결여를 낳게 되어, 그것이 장기화될 경우에는 활력있는 사회의 건설을 어렵게 만드는 암적인 요인이 되기 쉽다. 그러나 신자유주의의 공세는 정부의 실업보조가 실업자를 더욱 의존적으로 만들뿐이며 실업의 해소에도 기여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계속 퍼붓고 있다. IMF 체제는 공공근로사업 확장을 통한 실업축소의 방법보다는 노동시장 유연화와 기업경쟁력 강화를 통한 일자리 확대의 방법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그러한 대안은 일자리가 끊임없이 창출된다는 전제가 없이는 엄청난 사회적 불평등을 조장할 위험성이 있지만, 신정부는 그것을 받아들이되 그 파괴적 결과를 막기위한 최소한의 보안조치로서 각종의 실업자 생계 대책들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대통령 취임직전의 비대위의 실업대책에는 직업훈련 지원강화 및 노동시장 인프라 구축 방침을 세워놓은 바 있다. 그러나 이것 역시 국가 차원에서 장기적 전망 속에 추진되기 보다는 사용자에게 지원하는 형태를 지니고 있다. 정부는 화이트칼라를 대상으로 한 창업 훈련을 확대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서는 있으나ㅣ 아직 구체적인 시행세칙이 나온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화이트칼라가 자신의 지식과 전문성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은 엄청난 국가적인 낭비가 된다. 따라서 그들의 전문지식을 다른 정보산업 등 새로운 산업분야에 적합한 전문성과 결합시키는 직업훈련 교육프로그램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이것은 대학개혁과 맞물려서 국가의 지식인프라 구축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연초 정부는 추경에산을 짜면서 실업자를 100만명을 기준으로 전제로 하여 5조원 정도를 잡았다. 그러자 노동부는 10조원 더 늘여야 한다고 주장하여 공무원 봉급 반납등을 통해 재원을 충당하려 하고 있다. 신정부가 제시한 실업대책은 공공투자를 통한 일자리 만들기, 취업알선과 직업훈련, 실업자 생활안정지원, 벤처기업 육성 등으로 집약된다.

이 중 공공근로 사업은 참여률의 저조로, 생활안정지원 사업은 까다로운 대출절차 때문에 거의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대부사업의 경우 모든 회수 책임을 은행에 넘기고 있어서 시중은행들이 대출을 꺼려하고 있다.

실업보험 지급은 1인당 평균 200만원 정도에 지나지 않으며 평균 급여인정일 역시 75일 정도에 불과하여 일시적인 생계보조에 불과하다. 실직자의 70%가 실업급여를 받지 못해 퇴직금 등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데, 이들이 7,8개월 내에 재튀업을 하지 못한다면 심각한 생활고에 빠질 수밖에 없다.

실직자 대부 재원마련을 위한 고용안정 채권은 10% 정도만이 팔렸을 따름이다. 실직자 대부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추진된 비실명장기채의 경우 금리가 낮고 정부가 지급보증을 해준다는 조치가 없어서 판매가 부진하다.

중장기 예산확보 대책이 거의 마련되어 있지 않은 실정이다.

벤처기업 역시 일자리 창출에 미치는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벤처기업 육성을 실업자 구제의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중앙과 지방의 역할 배분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지 않은데서 발생하는 혼선이 많다. 예를들면 중앙 각부처가 경쟁적으로 공공근로사업 등을 비롯한 실업대책을 마련하여 하달하면 중앙에서 지정한 사업은 중복되고 지방자치단체가 필요로하는 사업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게 된다. 중앙과 지방의 재원을 반반씩 부담한다는 원칙 들도 지자체의 재원 부족으로 사실상은 국비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실업 고용문제에 관한한 각 부서들이 경쟁적으로 이 업무를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실직자의 입장에서 보면 one-stop service 가 이루어지지 않는 불편함이 있다.

재취업 훈련기관들은 실제 재취업의 전망이 어둡거나, 재취업에는 턱없이 부족한 간단한 교육을 실시하면서 정부로부터 보조금 지급받는데만 신경을 쓰고 있다. 4월 16일 동아일보의 조사에 의하면 재취업 훈련을 받은 실직자 가운데 153명 중 취업자는 15명에 불과하다. 은 갈곳없는 실업자들이 잠시 쉬었다가 가는 곳에 불과하다.

파견근로자 10만명은 실직의 위기 속에 있다. 오는 7월 1일부터 합법화되는 근로자파견제에서 보호받을 수 있는 직종은 2개에 불과하다.

결국 정부는 실업문제를 긴급실업대책법과 같은 법제정 작업, 실업자의 발생 대한 명확한 통계와 자료 확보, 국가예산의 확대, 실업관련 정부부처간의 조정 작업과 업무의 통일성 확보 등을 통해 일관성있고 계획적으로 추진하기 보다는 우선 하부 행정기관의 준비정도와는 무관하게 부처별로 실업구제 조치를 미리발표하고 사후적으로 그 재원조달 작업과 시행세칙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5인 이하 사업장 종사자나 임시직, 일용직 종사자는 실업대책의 사각지대에 있다. 더욱이 증대하는 노숙자나 가정불화나 이혼으로 인하여 유보호 아동이 급증하는 데 대한 대책역시 체계화되어 있지 않다. 그리고 동사무소, 관공서 등 기존의 대민 정부기구, 교, 사회복지관회 등 지역사회의 공간들을 어떻게 총동원하여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방침이 서 있지 않은 상태이다.

신정부의 실업구제 정책은 그 재원마련의 불투명성, 정부 각 부서간의 연계 체제의 취약성, 구제의 방향과 이념의 부재 등을 고려해 볼 때 식민지 시기 이래 고착되어온 임시방편적인 이재(이재)구호, 빈민구호의 성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것은 공동체룰 유지하고 사회적 통합성을 이룬다는 적극적인 목적을 가진 것이라기 보다는 사회의 불안과 동요를 방지하고 통치체제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선에 그치는 것이다.

이러한 최소개입주의 복지정책은 식민지 시기, 미군정을 거쳐 대한민국에 그대로 이식되었고, 그 골격이 변한 적이 없다. 식민지적 최소개입주의는 미군정의 자유주의적 불개입주의와 결합되어 오늘날의 복지행정의 원형을 이루고 있는데, 그러한 방침을 근본적으로 재고하지 않은 채 발등의 불을 끄기 위해 실업자 구제가 이루어진다면 곧바로 재원 조달의 어려움에 봉착할 것이고, 또 실업자들을 사회에 재통합해내고 적극적인 생산의 주체로 재등장시키는 소기의 효과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다, 2) 복지 문제

지난 시절 우리에게 복지란 곧 성장을 통한 고용 기회의 확보였다. 복지는 곧 가족의 책임이었으며 기업의 책임이었다. 한국에서 능력주의, 가족주의는 국가의 역할 대신에 개인이 위험에 대처할 수 있는 안전판이었다. 그러나 기업이 무너지고 가족이 파괴되는 오늘날 한국인이 기댈수 있는 사회적인 안전판은 존재하지 않는다. 역사적으로 볼 때 김대중 정부는 복지를 축소해야할 임무를 갖는 정부가 아니라 한국 현대사에서 최초로 복지의 틀을 잡아야하는 정부이다. 최근 요보호 아동수의 급증에서 보이듯이 가족해체의 양상이 나타나고 있는데, 복지의 기본단위인 가정이 해체되면 사회적인 안전망의 구축이 더욱 필요해 지게 된다. 가족이 해체되면 궁극적으로 노동력의 안정적인 공급과 재생산이 불가능해져서 경제적으로도 치유할 수 없는 상황에 도달할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정리해고를 절실히 필요로 하는 기업들이 퇴직금의 부담 때문에 직원을 그대로 묶어두는 일이 존재한다. 즉 보편주의적인 국가복지의 결여는 결국 개인을 시장에 내던질 뿐덜러 기업의 구조저정이나 퇴출도 가로막고 있다. 따라서 김대중 정부는 사회통합의 기반구축을 위해서는 물론 당장 개별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라도 의료보험의 통합과 4대 보험의 통합을 통해 국민 복지의 기본선을 구축할 과제를 안고 있다. 조사에 의하면 ‘4대 보험’ 관련 관리비용이 OECD국가의 무려 3배에 달하고 있어서 통합 시스템의 구축은 절실한 문제이다. 그러나 노동부와 복지부로 분산되어 있는 4대 보험의 업무가 효율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업무부서의 통합이 필요한 과제로 대주되었으나 정부조직 개편에서 그것이 이루어지지 못함으로써 출발부터 난관에 부딪치게 되었다.

이러한 요구에 부응하여 지난 3월 24일 의료보험 통합 기획단이 발족하고 4월 23일 국민회의와 자민련 공동여당은 4대보험 통합을 위한 작업에 착수하여 10월 말까지 정부.여당안을 최종적으로 확정하여 중장기 정책과제로 추진할 예정에 있다. 그리고 4대 보험의 정보시스템이 하나로 통합되어 1999년까지는 어디서나 원 스톱으로 민원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되도록 2002년부터는 전국 어느 곳에서든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 국민회의 이석현 의원은 우선 국민연급을 기존 의료보험 행정망에 통합시키기 위한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복지부는 기금운영상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하여 연금기금을 관리 운용하는 공공기금 관리위원장을 개정부 장관에서 복지부 장관으로 바꾸기로 했다.

제1기 노사정 위원회에서는 4대 보험 관련 각종 위원회에 노사 및 기타 관계자 대표의 참여를 확대한다는 점, 의료보험 통합을 위한 관계법령의 개정과 공공자금 관리기금법 제5조 삭제를 위한 입법을 98년 중 추진한다는 것을 합의하였다. 그러나 국민연금기금의 투명성 보장을 위해 국민연금법 개정안에 포함되었던 ‘사용내용 공시’, ‘예탁이자률 법적 명분화’ 등의 조항이 부처간의 조정과정에서 삭제되었다. 따라서 기금의 사용이나 예탁과정에서 발생한 손실에 대한 사실 규명과 책임소재는 기금 적립자들의 통제밖에 놓이게 되었다. 즉 국민연금 운영의 투명성과 민주성의 보장에는 역행하는 조치들이 노사정 합의와는 무관하게 관계 차관들의 협의과정에서 이루어진 셈이다. 결국 1조원에 달하는 국민연금 기금의 손실이 또다시 발생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게 되었다.

2) 교육 문제

김대중 정부는 이미 6대 국정지표에서 21세기 지식기반사회의 구축을 제시한 바 있으며, 그것을 위해 열린교육과 능력중심 사회의 건설을 이루겠다는 의지를 표명하였다. 이해찬 교육부 장관은 “지식위주의 교육에서 사람됨을 중시하는 교육으로,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 교육으로, 양적인 확대보다는 경쟁력이 있는 질 높은 교육으로, 획일화된 교육에서 자율화.다양화.특성화된 교육으로 바뀔 수 있도록 정책의 방향을 설정했다”며 대학입시제도의 개선, 사교육비 경감대책, 실직자를 위한 교육지원 확대, 21세기 대비 정보화 교육 강화, 범국민 참여를 통한 교육개혁 추진을 5대 핵심정책 과제로 제시하였다. 이러한 정책을 수행하기 위하여 교육관련 각 당사자들이 참여하는 노사정위원회에 유사한 (가칭)교육개혁추진중앙협의회를 발족할 계획을 세웠다.

신정부는 이미 정부조직 개편과정에서 드러난 것처럼 교육개혁의 시급성과 중요성을 별로 높에 평가하지 않았다. “우리가 살길은 외자유치와 수출증대”라는 개발독재 시대의 담론이 다시 등장하면서 교육의 우선 순위는 또 다시 뒤로 밀리게 되었다. 김대중 대통령이나 이해찬 장관의 정책방향 제시에는 오늘의 교육이 갖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이 무엇인가, 그것이 근원적으로는 어디에서 기인한것인가, 교육이 정상화되지 않음으로써 초래되는 경제, 사회, 정치적인 문제는 어떤 것인가에 대하여 나열적으로만 언급하였을 뿐, 보다 구체적인 고민이 별로 나타나지 않았다. 사실상 이 정도의 대안은 이미 김영삼 정부의 교육개혁 위원회에서 충분히 제기. 검토된 바 있다. 그러나 김영삼 정부가 교육의 발전을 위해 한 것은 거의 없다는 엄연한 현실이 있다. 교육문제는 단순히 학교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문제이며, 사회개혁없이 교육개혁이 있을 수 없고, 국가의 미래가 교육에 달려있다는 것이 말로서가 아니라 체계적인 논리와 진정한 열정에 바탕을 두고서 정립되어 있지 않은 것이 신정부의 가장 큰 문제점이다.

자율적인 시민사회 구축이라는 관점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망국적인 입시교육과 식민지 시대 이래 근대화 100년동안 누적된 국민길들이기의 통제위주의 교육 행정이며, 경제적 측면에서 21세기 지식사회 구축을 필요한 생산성과 경쟁력 확보를 위해 가장 큰 걸림돌은 대학의 낮은 질과 서열화 구조라고 볼 수 있다. 학부모와 교사는 이러한 관행의 적응자에 불과하기 때문에 교육부가 제시한 바 교원의 계약제, 연봉제 도입 방침이나 촌지교사 처벌 등의 방침은 장차 필요한 조치이기는 하나 약자에게 먼저 칼을 들이대는 편의주의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교육비 경감의 대책 역시 입시교육, 대학 서열화라는 근원을 그대로 둔 채 그 파생적 현상을 처리하는 방법에 불과하다. 한국의 교육 문제는 밑에서 올라오는 방법을 택해서는 안되며 위로부터 해결해야 하는데, 초.중고 보다는 대학에서, 일선교사 보다는 교장과 교육행정가의 개혁이 더욱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교육 문제는 그 자체로는 절대로 해결될 수 없고 경제, 노동, 복지, 과학과 문화 다양한 분야와의 장기 플랜 속에서 추진되지 않으면 안되지만 그러한 노력들이 가시화되지 않고 있다.

3개월밖에 지나지 않은 이 시점에서 장기적 준비를 필요로하는 교육 정책을 쉽게 평가할 수는 없겠지만, 단지 그 동안의 몸짓을 살펴보면 여전히 불안하고 미흡하다는 느낌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만약 교육을 공공의 관점에서 접근하지 않고 장관이나 정책당국이 ‘수요자 중심’의 철학을 여전히 버리지 않는다면 한국의 교육은 입시에서는 전문가이나 변화되는 세계경제질서에서 전혀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순응적이고 비창의적인 인간을 양산하고, 그 이면에는 수 많은 탈락자를 만들어 낼 것이다. 1류대학의 간판을 얻기 위해 분투하는 학생과 학부모, 일류대의 합격률이 교육의 성패를 가늠하는 잣대라고 생각하는 대다수의 교장, 교감, 계속 연구하고 노력할 유인을 갖지 않는 교사, 학생의 자질향상과 연구 업적 축적을 위해 노력할 유인이 전혀 없는 대학의 교수들을 그대로 둔채 ‘수요자 중심 교육론’을 계속 고집하면 기존의 파행적인 교육이 더 나아질 전망은 거의 없다고 본다. 신정부가 시장의 논리에 맡겨서는 안될 가장 중요한 분야가 바로 교육임에도 불구하고 교육부는 이 점을 분명히 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수 많은 대학에서 재단의 반문명적이고 반사회적인 전횡에 의해 온갖 비리와 분규가 매일 발생하고 있는데도 교육부는 어떤 개입도 하지 않고 있으며, 교장들이 모여서 전교조는 반대, 보충수업 실시를 결의하고 있는데도 교육부는 뒷전에 서 있다.

교육에 관한 한 미래의 청사진보다는 과거 청산이 훨씬 중요하다. 즉 국민길들이기 교육, 간판따기 교육의 관성을 완전히 탈피하지 않고서는 미래를 논할 수없다. 교육대학과 사범대학에서 기능인으로 훈련받은 교사와 상급학교 진학에만 신경을 기울이는 관리자들이 운영하는 학교에서 컴퓨터의 보급이 곧 21세기 지식정보사회를 담당할 창의적 학생을 만들어낼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과거청산이란 곧 억압과 통제의 수단으로서 교육, 일류대학을 들어가기 위한 교육의 개념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이러한 개념의 변화는 대학개혁과 교육행정 개혁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시장의 법칙에 의거한 대학의 개혁은 대학의 직업훈련기관화를 부추길 것이기 때문에, 대학의 존립의 의의와 가치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우선 마련하고, 그러한 기초 위에서 국가적 사업으로 대학 개혁을 추진하여야 할 것이다. 교육행정의 개혁은 전교조의 합법화와 학교운영위의 정상화, 교장의 권한 제한을 통해 밑으로부터 이루어지도록 유도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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