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감시센터 국회 2020-06-09   1604

[논평] 법사위 체계자구심사권 폐지는 여야 거래대상이 아닙니다

21대 국회 임기가 시작된 지 일주일이 넘었지만 법제사법위원회 체계자구심사권한 폐지와 법사위원장 배분을 둘러싼 갈등으로 21대 국회 원구성이 지연되고 있습니다. 유감스러운 일입니다. 법사위에 과도하게 부여된 권한인 체계자구심사권한 폐지는 여야의 거래대상이 아닙니다. 어제 오늘의 문제도 아닙니다. 미래통합당은 과거 자신들이 집권당일 때 했던 행태를 돌이켜보고, 지금이라도 조건 없이 폐지에 합의해야 합니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체계자구심사권 폐지를 원구성과 법사위원장을 차지하는 협상카드로 활용할 것이 아니라 당론대로 폐지에 나서야 합니다.

 

법사위 체계자구심사권 폐지는 여야 거래대상이 아닙니다.

여야는 의회민주주의 정상화 관점에서 조속히 폐지에 합의해야 할 것입니다.

 

2015년 미래통합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이 여당이던 시절, 김성태 의원 등 새누리당 의원 11명은 법사위 체계자구심사권한 폐지를 담은 국회법 개정안을 이미 발의한 바 있었습니다. 당시 개정안의 취지문에는 이렇게 명시되어 있습니다.

 

“법률안 등의 심사 체계상 사실상 중복심사를 하도록 함으로써 법률안 등의 심사에 있어서 효율성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각각의 전문적인 소관 상임위원회의 의결사항을 부정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개연성이 다분한바, 국회 내에 별도의 기구를 설치하여 법률안 등의 체계 및 자구에 한하여 해당 상임위원회의 자문에 응하도록 함으로써, 법률안 등의 심사에 있어 독립된 헌법기관으로서 국회의원의 입법에 관한 권한 및 각각의 해당 상임위원회의 고유권한을 존중하고, 법제사법위원회로 하여금 업무의 과다를 지양함과 동시에 고유의 상임위원회 업무에 충실을 기하고자 함.” 

 

지금 더불어민주당이 법사위 체계자구심사권한을 폐지하고자 하는 논리와 하등의 차이가 없지 않나요? 바뀐 게 있다면 그때 새누리당은 집권당이었고 지금 미래통합당은 야당이라는 것뿐입니다. 앉은 자리가 다르다고 의회제도에 대한 관점이 이렇게 표변하는 건 국민의 대표자로서 할 일이 아닙니다. 

 

더불어민주당이 21대 다수당이 되면서 갑자기 이 제안을 들고나온 것도 아닙니다. 2018년 우원식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106인의 의원이 당론으로 체계자구심사 폐지 법안을 이미 발의한 바 있었으나 20대 국회가 이를 심의하지 않은 것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은 당시 당론으로 발의한 대로 체계자구심사권을 폐지할 일입니다. 일부 언론을 통해 윤리특위 기능에 병합하는 안이 논의되고 있다는데, 사실이 아니길 바랍니다. 의원윤리규범을 세워서 국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할 위원회에 전혀 다른 기능을 병합하는 편의주의적 발상을 혹시라도 하고 있다면 당장 중단해야 합니다. 또한 법사위 체계자구심사권 폐지를 원구성 협상의 카드로만 쓰겠다는 생각은 버려야 합니다. 

 

원구성 협상은 그것대로 진행하되 양당은 법사위 체계자구심사권 폐지를 거래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됩니다. 진정 일하는 국회를 원한다면 법사위에 부여된 과도한 권한부터 폐지해야 합니다. 의회민주주의 원리를 세우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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