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감시센터 국회 2016-05-18   929

[기고] 19대 국회 성적표② – 윤 일병 사건에 대한 국민적 분노, 최악의 반전 드라마 쓴 19대 국회

※ 참여연대는 우리 사회의 주요 현안에 대해 민의기관으로서 국회가 제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는지 평가하기 위해 의원의 입법활동, 상임위 및 국정조사 등 활동 내역 등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19대 국회 전반기 활동을 △중소상공인 보호 등 갑을개혁 분야, △정리해고 남용 방지와 쌍용차 대량 해고 사태 해결 분야, △국가기관 대선개입 사건 진상규명과 국정원 개혁 분야, △정치개혁 분야 등 4개 분야 기준으로 평가(2014.8.25. 이슈리포트)했고, 후반기 활동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만들기, △노후빈곤 해소를 위한 국민연금의 노후보장 기능 강화, △전월세난 해결 등 서민주거 대책 마련, △국가정보원의 해킹프로그램을 이용한 불법사찰 의혹 진상규명, △선거제도 개혁 등 정치개혁 △군대 내 인권보장과 군사법 제도 개혁 등 6개 분야를 평가(2016.5.3. 이슈리포트)했습니다. 칼럼에 실리지 않는 분야별 평가는 본 이슈리포트를 참고해주세요.

 

윤 일병 사건, 최악의 반전 드라마 쓴 19대 국회

[19대 국회 성적표②] – 역대 최고 군사법 개혁방안 만들었지만… ‘돌변’

 

2014년 9월 24일 군대 내 인권보장을 위한 공동행동 발족 기자회견장에서 군인권기본법 제정하라는 피캣을 든 시민단체 회원

▲ 20140924_군대 내 인권보장을 위한 공동행동 발족 기자회견 군대 내 인권보장을 위한 공동행동 발족 기자회견장에서 군인권 기본법을 제정하라는 내용의 피켓을 든 시민단체 회원   ⓒ 참여연대
 

2014년, 동부전선 22사단 GOP총격사건과 육군28사단의 ‘윤 일병’의 구타 사망사건 등 군대 내 가혹행위 사건이 발생하고, 윤 일병 사망사건은 군의 은폐의혹까지 알려지면서 국민적 분노가 크게 일었다. 나아가 공정하지 못한 군사법 제도를 개혁해야 한다는 주장이 다시 주목받았다. 온 국민의 공분과 제도 개선 요구를 19대 국회도 외면할 수 없었다. 

윤 일병 사망사건이 언론에 알려진 후 8월 4일, 국회 국방위원회는 여야 공동으로 병영문화혁신특별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하고, 10월 31일 ‘군인권 개선 및 병영문화혁신 특별위원회(군인권개선특위)’ 구성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여야가 공동으로 구성한 특위에서 다룬 사항은 다양했는데, 군(軍)사법 제도 개혁 문제와 군 인권보호관 또는 군 옴부즈만 설치 문제가 특히 중요했다. 군사법원의 경우, 국방부 소속으로 국방부장관을 비롯해 군 지휘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가 핵심 쟁점이었다. 

군인권보호관 또는 군 옴부즈만 제도는 군대 내에서 벌어지는 구타, 성폭력 등 인권침해사건이 번번이 은폐되거나 축소되어 피해자가 더 고통을 받는 현실을 바꾸기 위해 독립적인 조사기관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하는 문제였다. 

 

역대 최고의 군사법 개혁방안을 채택한 군인권개선특위

 

2015년 7월 24일, 군인권개선특위가 약 9개월 활동을 마무리하면서 채택한 정책개선과제는 역대 어느 국회, 어느 정부에서도 시도하지 못한 군사법 제도 개혁 방안이 들어 있었다. 

군인권개선특위가 선정한 ‘병영문화 혁신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39개의 정책개선과제’에는 “현행 특별법원(국방부 산하)으로서의 군사법원을 폐지”하여 “일반법원(사법부 산하)의 특수법원으로서 군사법원”을 두거나 “지방법원 합의부에 군사부를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 포함되어 있었다. 군사법원 폐지에 여야 공히 합의한 것이다. 

더 나아가 군사법원 재판관의 일부를 법조인 자격이 없는 일반장교가 맡도록 한 현행 심판관 제도를 폐지하고, 군 지휘관들이 군사법원에서 선고된 형량을 임의대로 줄일 수 있는 권한인 ‘관할관 확인조치권’도 폐지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되었다. 이 세 가지는 참여연대를 비롯해 여러 전문가들이 군사법 제도 개혁을 위한 가장 근본적인 처방으로 오랫동안 요구해왔던 것이다.

또 군인권개선특위는 “군인의 인권보호를 위해 군 옴부즈만을 도입하며, 명칭은 군인권보호관”으로 하며 국회가 추천한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을 군인권보호관으로 임명해야 한다는 것도 정책개선과제에 포함시켰다. 

군인권보호관이 허수아비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국방부와 군을 향한 자료제출요구권, 진술요구권, 불시방문 조사권, 긴급구제조치 권고권, 검찰고발권 등 실효적인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는 내용도 ‘반드시 필요한 39개 정책개선과제’에 포함시켰다.

19대 국회는 군인권개선특위가 바람직한 정책개선과제를 채택한 것에 멈추지 않고 “정책개선과제의 실천에 필요한 소요예산의 편성, 관련 법령의 개정 등 제반 조치를 성실히 신속하게 이행할 것을 (정부에) 촉구한다”는 내용의 ‘군 인권 개선 및 병영문화혁신 과제의 조속한 이행 촉구 결의안’을 2015년 7월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표결에 참여한 222명 중 반대 2명(안홍준, 한기호 새누리당 의원)과 기권 4명(김진태, 민병주, 손인춘,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을 제외한 216명이 찬성하였다. 

 

사법 개혁은 ‘반전드라마’였나? 태도 바꾼 국회 

 

2015년 10월 28일 군대내인권보장법안처리촉구기자회견 및 면담

▲ 군대 내 인권보장을 위한 핵심법안 처리 촉구 기자회견 군대 내 가혹행위 피해자 유가족과 시민단체가 군대 내 인권보장을 위한 핵심법안 처리를 촉구하는 모습 ⓒ 참여연대

 

그러나 군 사법 개혁을 위한 19대 국회 활동은 여기까지였다. 이후 19대 국회의 모습은 최악의 ‘반전드라마’와 다를 것이 없었다. 군인권개선특위가 채택한 정책과제 이행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통과시킨 지 5개월이 지난 2014년 12월, 19대 국회는 언제 그랬냐는 듯 태도를 바꿨다. 

12월 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현행 국방부 산하 군사법원을 유지하고, 확인조치권과 심판관 제도도 사실상 국방부의 반대 의견을 넘지 못하고 적용범위만 일부 제한하는 것에 그친 내용으로 법안을 본회의에 제출했다. 

법안은 본회의에서 218명의 국회의원들이 찬성하여 통과되었다. 군인권보호관을 국가인권위원회에 두도록 하는 국가인권위원회법 개정안도 2014년 7월 30일에 제출되었지만, 지금까지도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처리하지 않고 있다.  

군인권개선특위가 여야 합의로 군사법원 폐지 등 바람직한 방향의 정책과제를 내고도 최종적으로 미흡한 수준의 결과에 머문 것은 무기력한 19대 국회 책임뿐 아니라 시종일관 강력한 반대입장을 피력한 국방부 책임이 크다. 특히 군인권개선특위에는 입법권이 부여되지 않아 결국 법사위와 국방부가 다시 개정안 논의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논의가 녹록한 것만도 아니었다. 

국방위원회 논의 단계에서부터 국방부는 군사법 폐지는 물론 관련 법률 제정안 명칭에 ‘인권’이라는 용어가 포함되는 것에 반대하고, 이미 다양한 권리구제 제도가 존재하고 지휘권이 침해될 수 있다는 이유로 군 옴부즈만 제도 도입에도 끝까지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이러한 국방부의 입장은 군인권개선특위 위원인 군 출신의 한기호 새누리당 의원이 반복했다. 한기호 의원 역시 ‘인권’이라는 단어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내며 명칭 변경을 주장하고, 보다 근본적으로 군 옴부즈만 제도 자체에 반대하며 사실상 정부 측 입장을 대변했다. 

국방부와 일부 여당 의원들의 반대를 넘어서지 못했지만, 군인의 권리에 대한 기본법과 군사법체계를 일부 개선한 것은 유의미하다고 평가할 만하다. 1987년 민주화운동의 결과로 군법회의를 없애면서 지금의 군사법원법이 만들어진 이래로 30년 동안 어떤 국회에서도 손대지 못했던 관할관 확인조치권과 심판관 제도를 일부 손질하고, 국가정보원 다음으로 바꾸기 어렵다는 국방부와 군대조직의 완강한 저항을 감안했을 때 조금이라도 나아갔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군사법원을 국방부 소속에서 사법부 소속으로 변경할 것, 관할관 확인조치권과 심판관 제도를 폐지할 것, 국가인권위원회에 군인권보호관을 둘 것을 정부에게 촉구한 것은 19대 국회다. 그것도 ‘이행 촉구 결의안’을 216명의 의원들이 찬성하여 정부에 촉구한 게 19대 국회다. 그런데 바로 그 국회가 그 다음에 한 일은 역대 최악의 반전 드라마였다. 이러니 국방부와 군대가 국회를 두려워하겠는가. 국민이 국회를 믿을 수 있겠는가. 군 사법 개혁을 완수할 임무는 20대 국회의 손으로 넘어갔다.

 

 

※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 5월12일자로 실린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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