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감시센터 칼럼(aw) 2014-02-05   1998

[칼럼] 더 많은 이야기와 경쟁이 가능한 지방선거를 위해

 

더 많은 이야기와 경쟁이 가능한 지방선거를 위해

박근용 /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동계올림픽이 다가왔다. 6월 지방선거도 얼마 남지 않았다. 올림픽과 선거는 경쟁을 한다는 점이나 세대교체가 빈번하게 벌어진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그리고 또 하나 비슷한 점이 있다. 규칙이 계속 진화한다는 것이다. 태권도는 경기규칙을 바꾸고 역동적으로 변했다. 양궁도 한국의 독주가 너무 장기화되니 여러차례 경기방식을 바꾸면서까지 더 많은 경쟁을 촉진했다. 그래서 여러 나라의 실력이 전반적으로 많이 올라갔다.

 

선거도 그러하다. 시대의 변화와 국민의식의 발전에 맞추어 선거제도를 바꾸려는 시도는 끊임없이 이어져왔다. 그것은 민주주의의 역사이기도 하다.

 

민주주의 발전을 가로막는 후진적 선거법

 

누가 좋은 후보고 나쁜 후보인지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아져야 한다. 그래야 유권자들이 하나라도 더 많이 참고할 수 있다. 어떤 정책을 중심으로 선택하는 것이 좋은지 알려주는 정보도 많이 나와야 한다. 이 또한 유권자의 선택을 도울 것이다. 후보자들도 사회가 제공할 수 있는 최대한의 조건 내에서 더 공정한 경쟁과 기회를 누려야 한다. 선거가 다양한 세력의 경쟁의 장이 되어야 한다.

 

이번 6월 지방선거는 그런 자리가 될 수 있을까? 우선 군소정당들이 지난 선거 때 들고 나온 이름을 다시 쓸 수 있게 되었다. 국회의원 당선자가 없거나 정당득표율이 2% 미만인 정당은 당명을 바꾸어야 한다는 정당법이 효력을 잃었다. 지지율이 낮다는 이유만으로 이름을 바꾸어야 했던 작은 정당들의 헌법소원이 만든 변화다. 대형 정당의 틈바구니에서 고군분투하는 정당들의 발목을 풀어준 것이다. 과거에 비해 더 바람직한 선거환경이 마련되었다. 좋은 일이다.

 

그런데 아직도 시민들과 시민사회단체는 정당과 후보에 대한 견해를 공공연하게 말할 수 없다. 어떤 후보나 정당의 정책을 비판하는 홍보자료를 만들거나 거리에서 피켓을 들면 안된다. 평소 주장해왔던 사회적 이슈를 가지고 집회를 열더라도 거기서 선거에 출마한 정당을 언급하다가는 선거법 위반으로 발목이 잡힌다. 정당과 후보자에 대한 견해 표명은 인터넷에서는 허용되었지만 현실세계에서는 안된다.

 

정당이나 후보자가 낸 정책을 비교평가할 때에도 몸을 사려야 한다. 단순하게 품평할 수 있는 있어도, 정당이나 후보자의 점수와 등급을 매기는 것은 안된다. 어떤 공약을 두고 1번 후보의 것은 훌륭하다, 2번 후보의 것은 미흡하다고 표시할 수는 있어도 그래서 기호 1번과 2번 사이에 누가 더 낫다고 말했다가는 처벌된다. 우습다.

 

6월 지방선거를 정치개혁의 장으로 삼자

 

선거를 앞두면 정당이나 후보에 대한 비판은 출마한 정당과 후보만이 할 수 있는 특권이 된다. 허위사실을 말하는 일이야 당연히 금지해야 하지만 유권자나 시민사회단체가 비판과 평가를 할 수 없게 하는 것은 선택에 필요한 다양한 정보를 통제하는 것이다. 공정한 경쟁과 기회 보장은 모든 선거의 기본이다. 많은 의석수를 가지고 있는 정당부터 앞번호를 부여하는 방식은 언제까지 유지되어야 하나? 번호가 주는 상징성을 고려하면, 추첨방식으로 바꾸는 것이 합리적이다. 대형 정당들이 기득권을 내려놓겠다면 이것부터 하라.

 

전국 규모의 조직을 갖추어야만 정당이 될 수 있고 선거에도 후보를 낼 수 있는 정당법도 문제다. 국회에 진출할 생각이 당분간 없어도 지방의회나 지방자치단체만을 염두에 두고 정치활동을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서울시의회에 진출하고 구청장과 서울시장을 배출해서 서울시를 바꾸는 것을 향후 10년간의 목표로 삼거나, 대구광역시나 광주광역시를 자신들이 꿈꾸는 도시로 만들고 싶어하는 정치집단도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지금 정당법은 이들 풀뿌리정치세력이 정당의 이름으로 활동하는 것을 금지한다. 선거에 나오려면 ‘무소속’이라는 이름이어야 한다. 전국 5개 광역시와 도에 걸쳐 시도당을 가져야 한다는 정당법 때문이다. 지역에서 시작해 전국정당으로 클 수도 있는데, 왜 전국정당이 된 후에 지역에 진출해야 한다는 것인가. 다양한 정치세력의 성장을 막는 제도다. 전국정당으로 조직되어 있는 기성 정당의 기득권만 지킬 뿐이다. 기득권을 내려놓겠다면 이것도 바꾸어야 한다.

 

이번 지방선거도 이런 불합리한 규칙을 유지한 채 진행되어야 하나? 선거만 앞두면 정치개혁 방안이 봇물 터지듯이 나왔다. 이번 선거는 이런 불합리한 선거규칙들부터 바꾸어 바람직한 경쟁의 장으로 만들어야 한다.

 

2014.2.5 ⓒ 창비주간논평

 

 

※ 이 글은 2014년 2월 5일자 창비주간논평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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