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유엔 프라이버시 특보, 한국의 프라이버시 침해에 우려를 표하며 개선 권고

유엔 프라이버시 특보, 한국의 프라이버시 침해에 우려를 표하며 개선 권고 

경찰과 국가정보원에 대한 독립적인 감독체계 마련해야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자율성과 독립성 보장 촉구 

HIV/AIDS 감염인 및 군대 내 성소수자에 대한 프라이버시 침해 개선 권고 

 

지난 2019년 7월 15일부터 26일, 조셉 카나타치 유엔 프라이버시 특별보고관 (Mr. Joseph CANNATACI,UN Special Rapporteur on the Right to Privacy, 이하 유엔특보)은 한국을 공식 방문하였다. 이 기간 동안 유엔특보는 정부의 각 부처를 방문하고 인권·시민사회단체들과 피해 당사자들을 폭넓게 만나 한국의 프라이버시 실태를 직접 조사하였다. 우리 시민사회는 유엔특보의 공식 방문 전에 한국의 프라이버시 실태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여 그에게 전달하였으며, 두 차례의 간담회를 통해 보완 설명과 토론을 진행하였다. 우리의 목소리를 진지하게 경청하고, 때로는 날카로운 질문과 토론을 제기해 주었던 유엔특보에 감사드린다. 

 

유엔 특보는 7월 26일(금) 오후 2시 30분,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그간의 조사결과를 발표하였는데, 이날 배포된 보도자료와 성명서를 통해 국가정보원에 의한 감시와 사찰 등 다양한 영역의 프라이버시 침해 사안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하며, 이를 개선할 것을 한국 정부에 권고하였다. 

 

특히 유엔특보는 세월호 유가족에 대한 감시 사찰과 대구와 밀양에서 벌어진 경찰의 인권침해를 언급하며, 정보기관과 경찰기관에 의해 이루어진 민간인 사찰과 인권침해 문제에 각별한 관심을 표했다. 대구와 밀양에서 발생한 집회시위 참가자에 대한 자의적인 사찰이나 경찰력을 동원한 괴롭힘에 대하여 특보는 프라이버시권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표현의 자유 및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나아가 유엔특보는 “경찰청, 국가정보원, 국군기무사령부에 의한 프라이버시권 침해를 입증하는 증거를 입수했다”고 밝혔다. 현재 이 기관들이 과거의 책임을 인정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을 약속하는 등 진전이 있지만 “기술 활용에 대한 기본적인 법적 체계나 오남용을 방지하는 안전장치가 심각할 정도로 불충분한 상황”임을 우려하며, 감시사찰 및 정보수집 활동 기능을 감독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 것을 권고했다. 

 

그러나 현재 국회에는 국정원 개혁을 위한 법안이 16개나 제출되어 있지만, 이에 대한 논의는 전혀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정부의 의지 부족과 국회의 책임 방기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수사 권한과 정보 권한을 분리해야 한다는 여러 국제규범에 걸맞도록 한국의 정보경찰은 수사기관인 경찰기관으로부터 폐지되어야 한다. 한국 정부는 유엔인권이사회의 의장국과 이사국을 역임한 지위에 걸맞도록, 유엔특보의 권고에 따라 경찰과 정보기관의 감시사찰 관행을 벗어나 프라이버시권 침해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국회 또한 20대 국회가 마무리되기 이전에 국정원 개혁 등 유엔 특보가 언급한 여러 개혁적 입법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을 촉구한다. 

 

통신감시와 관련하여 유엔특보는 “영장이 필요 없는 메타데이터(통신자료) 열람 요청은 매년 640만에서 930만건가량으로 충격적인 수준”으로 “다른 대부분의 민주주의 국가보다 열람 요청 수가 훨씬 많다”고 지적하며 열람요청에 대한 사법적 감독체계를 고려할 것을 권고하였다. 국회는 지난 2018년 기지국수사, 실시간 위치추적, 인터넷 패킷감청 등 통신감시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연이은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내년 3월까지 통신비밀보호법을 개정해야 하는 바, 이와 같은 특보의 권고를 수용할 것을 촉구한다. 

 

유엔특보는 한국의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인사 및 예산의 독립성이 결여되어 있는 것에 우려를 표했으며, 개인정보 감독기구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보장할 것을 촉구하였다. 또한, 제주도를 비롯한 스마트시티 프로젝트가 프라이버시영향평가도 없이 추진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하며, 프로젝트 이행 전에 프라이버시영향평가를 진행하고 “프라이버시 중심설계(privacy by design) 및 프라이버시 기본설정(privacy by default)의 원칙을 준수”할 것을 권고하였다. 유엔특보가 지적한 바와 같이 “개인정보 보호 기본체계는 혁신과 경제성장의 걸림돌이 아니”며, “오히려 국가 발전 과정에서, 특히 신규 경제 분야에 진출하거나 신규 경제 활동에 참여할 때에도 법적으로 불확실한 부분 없이 사용자의 프라이버시권을 온전히 존중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개인보호 기본체계를 엄격히 준수해야”한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4차 산업혁명을 명분으로 빅데이터 산업 활성화를 위해 개인정보 보호 수준을 완화하려고 하고 있는 바, 이와 같은 유엔특보의 권고를 인식하고 국제 규범에 맞는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을 위해 노력할 것을 촉구한다. 

 

유엔특보는 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법에서 HIV/AIDS 감염 여부를 알리지 않는 행위를 처벌하거나 구금시설에서 감염 사실을 당사자 동의없이 공개하는 등, HIV/AIDS 감염인에 대한 프라이버시 침해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유엔특보가 권고한 바와 같이, 정부는 후천성면역결핍층 예방법 개정, 관련 당사자에 대한 교육 등을 통해 감염인에 대한 차별과 프라이버시 침해가 더 이상 이루어지지 않도록 조치할 것을 촉구한다. 

 

또한, 유엔특보는 군대 내 성소수자(LGBTI)가 “폭력, 차별, 프라이버시권 침해에 노출”되어 있는 상황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며, “한국 군대가 여러 UN기관이 권고한 바에 따라 21세기에 맞지 않는 이런 차별적인 관습을 버릴 것”과 “헌법재판소가 해당 사안에 대한 결정을 내리기 앞서 정부가 먼저 군형법 92조의6을 폐지”할 것, “성다양성에 관한 교육을 군대 내에서 실시”할 것 등을 권고하였다. 

 

유엔특보는 젠더기반 사이버폭력 분야에 있어 시민단체의 활약을 주목하며,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의 설립과 ‘디지털성범죄 피해방지 종합대책’의 발표를 고무적으로 언급하였다. 하지만 피해지원은 사건이 발생한 이후의 사후조치이기 때문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또한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가 여전히 직접적인 수사법률지원과 의료지원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 부모의 동의를 받을 수 없는 미성년자에 대한 지원이 어렵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나아가 성폭력처벌법으로 처벌하지 못하는 사이버성폭력 영역이 법제화 될 수 있도록 법개정이 필요하며, 경찰은 현행법을 기반으로 사이버범죄 수사에 대한 역량을 강화해야한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유엔 프라이버시 특보의 방한 기간 동안 한국의 상황과 개선 과제를 전달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으며, 2020년 3월 유엔 인권이사회에 특보의 최종 보고서에 한국의 실태가 정확하게 반영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다. 

 

2019년 8월 1일 

 

프라이버시 특보 방한을 위한 시민사회단체 네트워크 

(건강과대안,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문화연대, (사)오픈넷, 성소수자차별반대무지개행동,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HIV/AIDS인권활동가네트워크) 

 

*아래는 특보의 기자회견 모두발언문 국문 번역입니다.

UN 프라이버시권 특별보고관 2019년 7월 15일~26일 방한 결과에 관한 기자회견 모두발언문

 

2019년 7월 26일, 서울

 

1) 2019년 7월 15~26일간 한국을 방문할 수 있도록 초청해주고 방한 일정 동안 아낌없는 협력을 보여준 대한민국 정부에게 감사드립니다. 특히 저의 방한을 지원해 주신 대한민국 외교부 인권사회과에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2) 본 모두발언문에 담긴 견해는 예비보고서 성격의 내용입니다. 최종조사결과와 권고안은 2020년 3월 UN 인권이사회에 보고서 형태로 제출할 예정입니다.

 

3) 제 방한기간 동안 한국의 프라이버시권 상황을 평가했습니다. 프라이버시권 침해를 방지하기 위해 현재 진행중인 개혁 노력, 활용 중인 메커니즘에 대해 살펴보았으며, 시민사회, 전문가 및 기타 관련 주체가 제기하는 우려에도 귀 기울였습니다. 또한 수범사례로 꼽힐 만한 한국 제도에 관해서도 유용한 정보를 전달받았습니다. 

 

4) 방한 기간동안 진상조사를 위해 서울, 제주, 대구, 밀양 등지를 방문했습니다. 중앙정부 및 지방정부 고위공무원은 물론 입법부, 사법부, 경찰, 정보기관, 국가정보보호 담당기관, 인권보호기관, 학계, 비정부단체 담당자와 만남을 가졌습니다. 방한 전부터 방한일정 마지막까지 시간을 내 소중한 정보를 제공해 준 모든 분에게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생산적인 협력이 이어지길 바랍니다. 

 

감시 및 사찰

 

5) 방한 중 경찰기관과 정보기관의 활동 중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행위, 특히 감시사찰 조치가 법적 근거를 두고 이루어졌는지, 민주주의 사회에 걸맞은 비례성 및 필요성의 원칙에 부합했는지를 살폈습니다. 시민사회에서 제공한 자료를 비롯하여 각종 공개자료, 독자적으로 입수한 자료를 살펴본 결과 경찰과 국정원 모두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행위를 저질렀다는 방대한 양의 증거를 발견했습니다. 

 

6)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눈 경찰청 고위관계자는 현재 법원의 판결이 아직 나오지 않은 사안에 대해 의견을 밝히기 어렵다고 하면서도 과거 프라이버시권을 침해했던 사실이 있었다는 점은 부정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그러한 과오를 바로잡고, 향후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었습니다. 새롭게 발의된 법안에는 시민단체에 대한 경찰의 감시사찰 금지, 정보관 활동의 적법성을 감시하는 신규 준법팀 도입 등의 개혁 노력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7) 국정원 역시 만남에 응했으며, 고위관계자와 마음을 터놓고 솔직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기뻤습니다. 특별보고관으로서 응당 국정원 관계자 입장에는 관련사안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앞으로 과거의 실수가 반복되지 않도록 국정원 차원에서 어떠한 방법들을 제시했는지 설명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습니다. 이야기를 들은 후 최근 새로 부임한 서훈 국정원장의 지휘 하에 상당한 수준의 내부개혁이 진행 중이라고 이야기했던 언론 보도가 사실이며, 그 이후로 인권 분야에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국정원의 프라이버시권 침해 주장을 입증하는 각종 증거를 국정원은 “겸허히 받아들였”으며, 향후 그러한 프라이버시권 침해가 반복되는 것을 확실히 방지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에 대한 솔직한 논의를 이어갔습니다.

 

8) 시민사회가 제시한 상세한 증거자료부터 헌법재판소, 대법원,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결과, 판결 및 결정, 권고안, 그리고 한국정부가 지난 20년 간 직접 혹은 외부자문을 통해 공식적으로 조사한 자료를 모두 살펴보았습니다. 이 모든 자료와 방한 기간 동안 개인적으로 수집한 자료를 종합적으로 살펴본 결과, 경찰청과 국정원이 2016년 말이나 길게는 2017년 전반기까지 수차례에 걸쳐 체계적으로 프라이버시권을 심각하게 침해했다는 결론에 다다랐습니다. 

 

9) 2017년 6월 이래 국정원은 새로 부임한 국정원장이 개시한 일련의 방안에 더해 상당한 수준의 내부개혁을 단행했습니다. 

 

가) 국정원의 국내정보수집기능 폐지

나) 각 정부 부처에 파견했던 정보관(IO) 제도 폐지

다) 상당한 규모의 신규인력 채용을 통한 법률자문 인력강화

라) 각 부서별 준법지원관 배치

마) 저명한 변호사, 학계대표, 시민사회대표 등 외부인사가 참여할 수 있는 개혁위원회 신설

바) 과오에 대한 내부조사 실시

사) RCS 해킹 프로그램과 같은 프라이버시권을 침해하는 기술의 사용 중단

아) 신입직원 교육, 기존직원 정례교육 시 인권 및 법률준수 교육 강화

10) 한국 국회도 각종 기관, 특히 국정원의 프라이버시 침해와 책임성에 대한 문제를 잘 인식하고 있음이 분명했으며, 근본적인 수준에서 국정원을 개혁하고자 16개 관련 법안을 발의한 상태라고 보고했습니다.

11) 시민사회와 더불어 국회 내에서도 다수가 여러 개혁을 요구하고 있음을 다시 한 번 강조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한국 내 분명 여전히 존재하는 감시사찰 및 수사권을 효과적이고 독립적으로 감독할 수 있는 장치가 없다는 점에 큰 우려를 표합니다. 

12) 국회 정보위원회가 맡고 있는 각종 중요한 업무 속에 앞서 말한 감독 기능의 중요한 요소가 녹아들어가 있습니다. 그러나 현 정보위원회는 특정 사안에 대해 전면적으로 심도 있는 감사를 할 수 있는 법적권한도, 자원도 없으며, 특정 케이스파일의 내용을 제한없이 열람할 수 있는 온전한 접근권도 없는 상황입니다.  따라서 국회 정보위원회의 기능을 보완할 수 있는, 완전한 독립성을 보장받는 상임기구의 창설을 권고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하단 권고 참조)

13) 상기 언급한 점을 감안했을 때, 한국정부와 국회 모두 다음의 사안에 관심을 기울여 현재 입안 단계에 있는 다음 법안이 국회에서 논의될 때 시급히 행동을 취해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길 바랍니다. 

14) 경찰청 및 국정원 감시 사찰에 대한 법적근거와 규제의 틀이 현재 불충분한 상태이며, 종합적인 개혁이 시급합니다. 

15) 경찰청 및 국정원은 각 기관 내 인권보호부서의 장을 대표하는 사람을 포함한 상설팀을 창설하여 특정 개인이나 부서에 대한 조사를 요구하는 진정을 처리하는 업무에 더해, “자체개시 조사” 및 “무작위 표본추출 조사” 방식으로 특정 사안을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감사할 수 있는 권한과 책임을 부여해 내부감사 기능을 큰 폭으로 향상시켜야 합니다. 

16) 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국회 정보위원회의 현 권한은 상당히 제한적이며, 국정원에 대한 효과적인 감독을 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정보위원회의 이러한 감독권한을 크게 확대할 필요가 있습니다. 

17) 국정원은 자체적으로 혹은 법에 따라 기관의 문화와 불투명한 업무처리 관행을 심도 있게 개정해야 합니다. 반드시 기밀로 유지해야하는 정보에 대해서만 비밀을 유지하여, 한국 사회가 국정원의 역할과 활동 방식에 대해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엄격한 감독을 받고, 법률을 잘 준수한다면 향후 국정원은 한국 시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18) 국회 정보위원회의 역할을 보완하는 새로운 독립상임기구, 가칭 감시사찰조사권위원회(SIPC)로 지칭)가 창설되어야 합니다.

19) 이 감시사찰조사위원회의 구조는 다음과 같습니다.

 

가) (현직 그리고/또는 최근 은퇴한) 고위급 판사, ICT 기술 전문가, 경찰이나 정보기관에서 공적을 쌓은 경험 많은 분야전문가가 모여 사전(事前)적, 사후(事後)적 감독 수행 (다학제적 구성 원칙)

나) 충분한 수의 인력을 채용 (적절한 자원제공의 원칙)

다) 법으로 해당 인력에게 온전한 권한 부여 (온전한 법적 근거의 원칙)

라) 법적근거가 있는 권한에 따라 정보기관 및 경찰청을 대상으로 무작위 불시점검(snap-check)을 (최소 월 1회) 정기적으로 실시 (온전한 권한 및 제한 없는 완전한 접근권 원칙)

마) ‘라’의 불시점검을 통해 그동안 실시한 감시사찰이 합법성, 필요성, 비례성의 원칙에 부합하는지 평가 (합법성, 필요성, 비례성의 원칙)

바) 현재 여러 국가에서 보여주고 있는 국제 수범사례에 비춰 보았을 때, 이 신규 감독기구는 감독대상인 정보기구 및 경찰병력이 보유하고 있는 모든 DB에 상시적으로 전자식 원격접근이 가능해야 함. (완전한 전자식 접근의 원칙)

사) 신규 감독기구는 행정부가 아닌 입법부에 단독으로 감사결과를 보고하여 한국 국회 정보위원회의 감독을 받도록 함. (행정부로부터의 독립성 보장 원칙)

아) 한국 국회에서 예산안 편성 시 독립적으로 집행할 수 있는 예산을 신규 감독기구에 배정하여 감독 업무를 수행하기에 충분한 예산 제공 (재정독립의 원칙)

자) (정부가 아닌) 여러 기관에서 임명한 비상임 위원회를 구성하여 신규 감독기구의 상임최고책임자(Chief Executive)의 임명 (본 발언문에서는 위원(Commissioner)으로 지칭) 및 기타 직원 인력채용 과정의 투명성을 감독 (정부로부터 완전히 독립된 감시사찰조사권위원회 위원 임명 및 인력채용 원칙)

차) 한국 사회 내에서 정부와 정치에 대한 신뢰가 부족함이 명확하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감시사찰조사권위원회 임명 방식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며, 결정 과정에서 공공협의를 거쳐야 함. 다음과 같은 선택지를 포함한 여러 방안을 고려하길 권고

ㄱ) 감시사찰조사권위원회는 다음의 인원으로 구성

ㄴ) 헌법재판소장이 고위급 판사 1인을 감시사찰조사권위원회 의장으로 지명

ㄷ) 법원행정처/법관 혹은 해당 기관과 유사한 성격의 기관과 상의 하에 대법원장이 고위급 판사 1인을 지명

ㄹ) 대한변호사협회 위원회와 상의 하에 대한변호사협회에서 인권문제에 경험이 많은 변호사 1인을 지명

ㅁ) 한국 대통령이 신뢰할 수 있는 수준의 청렴함을 갖춘 전직 고위급 경찰관 1인을 지명

ㅂ) 야당대표가 신뢰할 수 있는 수준의 청렴함을 갖춘 전직 고위급 정보관 1인을 지명 (헌법 127조에 해당하는 인물과 유사한 인물)

ㅅ) 감시사찰조사권위원회 위원이 임명하는 상임최고책임자는 (반드시는 아니나) 가급적 신뢰할 수 있는 수준의 청렴함을 갖춘, 가급적 정보, 경찰 및 감시사찰 사건을 담당한 경험이 있는, 퇴임하지 얼마 안 된 고위급 판사를 지명

 

20) 시민사회는 현재 경찰과 정보기관이 전화 및 기타 통신수단에 대한 비내용적 정보(메타데이터)에 제한없이 접근하고 있는 상황을 언급하며, 이러한 접근 시 사법적인 검토를 거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습니다. 현재 민감정보로 분류되는 메타데이터에 대한 열람요청은 영장이 필요하며, 이러한 민감정보에 대한 매년 요청 건 수가 약 30만 건입니다. 그러나 민감정보에 해당되지 않아 영장이 필요 없는 메타데이터 열람 요청은 매년 640만에서 930만건가량으로 충격적인 수준이며, 그 규모를 감안해봤을 때 일상적으로 해당 데이터에 대한 열람요청을 하는 경우도 있으며, 많은 경우 정말 필요하지 않은데도 열람요청을 하고 있다고 보입니다. 드러난 수치만 봤을 때는 다른 대부분의 민주주의 국가보다 열람 요청 수가 훨씬 많아 보입니다. 필요하지 않은데도 일상적으로 열람을 요청하는 상황을 줄이고, 전체 열람요청 건수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열람요청에 대한 사법적 감독체계, 혹은 가급적이면 감시사찰조사권위원가 감독하는 체계를 도입하는 것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열람요청 수준이 현재의 수준을 유지한다면, 이러한 종류의 열람 요청은 보통 24시간 끊임없이 들어온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예상 업무량(640만 건)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신임판사 혹은 법률교육과 정보업무에 관한 특별교육을 수료한 사법적 판단이 가능한 신규인력을 최소 500~800명 채용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21) 활동가, 시위참가자, 사회운동 참가자가 필요성 그리고/또는 비례성의 원칙에 위배되는 경찰의 감시사찰을 받은 몇몇 사례를 걱정스러운 시각으로 살펴봤습니다. 활동가나 인권수호자를 자의적인 판단에 의해 사찰했던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습니다. 이미 마가렛 세카기야(Margaret Sekaggya) 유엔 인권옹호자 특별보고관은 2013년 인권수호자에 대한 사찰의혹을 즉시 공정하게 수사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라고 권고한 바가 있습니다. (A/HRC/25/55/Add.1)

 

22) 방한 중 목격한 사례 중 가장 눈을 뗄 수 없었던 사례는 304명의 사상자와 5명의 실종자를 남긴, 피해자의 대부분이 학생이었던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사고의 유가족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법원에서 이 사고는 세월호 소유주와 당국의 과실로 인해 발생한 사고라고 결론지었습니다. 세월호 선장은 중과실로 36년형을 선고받았습니다. 그러나 유가족이 진상조사와 배상을 요구하기 위해 서로 모이기 시작하자 정부는 이들이 어떠한 일도 할 수 없도록 극심한 방해를 하였으며, (국방부 직할) 국군기무사령부는 유가족에 대한 사찰을 감행했습니다. 세월호 사태를 비롯한 여러 사안에 대한 과도한 개입이 있었음을 인지하고 국군기무사령부에 대한 근본적 개혁, 재편은 물론 국내 감시사찰기능 폐지 등의 노력을 전개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봅니다. 지금까지 나온 증거를 보면 국군기무사령부는 정당한 근거 없이 세월호 유가족을 종북 세력으로 낙인 찍어 불법적으로 (온라인쇼핑 기록 등) 대량의 개인정보를 수집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유가족을 미행하거나, 유가족의 모습으로 위장하여 사찰하기도 했습니다. 유가족 중 한 분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국가 역사상 가장 참혹했던 재난의 희생자가 또다시 불법적인 국가의 사찰과 괴롭힘을 당하는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냈다는 사실에 경악했습니다. 위로를 받고, 보호받고, 국가의 배상을 받아 마땅할,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이 나라의 적으로 몰렸습니다. 유가족이 당한 인권 유린의 책임을 남김없이 명확하게 밝혀야 하며, 책임자를 반드시 처벌해야 합니다.

 

23) 또한 대구와 밀양에서 사드 배치와 송전탑 건설을 반대했던 사회운동단체의 일원과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국가 그리고/또는 준국가기관은 대화와 협상 대신 대립과 강제를 택한 것으로 보이며, 평화로운 방식으로 집회의 자유를 합법적인 수준에서 행사하고 있을 뿐인, 안전에 위협을 가할 가능성도 거의 없는 시위대를 향해 종종 비례성의 원칙에 어긋나는 수준의 경찰력을 동원하고 (저녁에 고령시위자의 개인거주지를 물리적으로 사찰하는 등) 시위자를 집중적으로 감시한 것으로 보입니다. 미사일방어체계나 핵심 송전선의 전략적 중요성은 이해하는 바이나, 법을 어기거나 안전에 위협이 되는 시위자에 한해서만 경찰조사를 진행해야 합니다. 자의적인 사찰이나 경찰력을 동원한 괴롭힘을 통해 시위대를 설득하려는 시도는 시위대의 프라이버시권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표현의 자유 및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는 일입니다. 정부가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를 통해 해당 사건을 조사하려는 노력을 보인 점을 환영하는 바입니다.

 

프라이버시와 아동

 

24) 점차 그런 경우가 줄고 있으나, 여전히 초등학생 중 일부는 글쓰기 실력 향상을 이유로 일기를 써야 하는 경우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런 학생 중 일부는 선생님에게 정기적으로 일기를 강제로 검사 받습니다. 선생님이 일기의 내용을 살펴볼 수 있고, 살펴볼 것이라는 점, 그리고 아동학대와 같이 민감한 정보를 발견 시 선생님은 해당 사안에 대해 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점을 학생에게 정확히 인지시킨다면 일기를 쓰게 하는 현 관행을 유지해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25) 또한 어린이집 CCTV 의무설치에 관한 우려를 담은 증언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현재 CCTV 영상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프라이버시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만들어 둔 안전장치가 적절하다고 평가했습니다. CCTV 열람 요청건수가 매우 적습니다. 대구시의 경우 6개월 동안 120개 교육기관 중 두 곳에서 단 2건의 열람요청만을 허가했다고 합니다. 

 

26) 또한 수사 중 피해자의 이름, 나이, 주소, 학교와 더불어 CCTV 영상이 유출된 사례가 있었다는 진정도 받아보았습니다. 개인의 프라이버시권을 침해하는 유출사례가 발생시, 언론중재위원회는 “권고 시스템”을 이용해 해당 컨텐츠를 사후적으로 검토하고, 언론중재위원회 홈페이지에 비강제적인 성격의 권고를 게재합니다. 또한 언론중재위원회는 언론의 개인정보 공개에 관한 일련의 기준을 마련했습니다. 또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방송사에 의한 개인정보 침해를 평가하여, 그 결과에 따라 과태료 부과, 콘텐츠 삭제명령, 정정명령 등 구속력 있는 제제를 가할 수 있습니다. 언론중재위원회의 권고 내용이 충분한 억제력을 발휘하는지는 좀 더 살펴볼 예정입니다. 또한 현재의 기본체계가 적시에 제제를 가하고 있는지, 기존 권고 중 강제성을 부여해야 하는 부분이 있는지 역시도 추가로 살펴볼 예정입니다. 언론과 무거운 과태료 부과 간의 관계 역시도 추가로 평가가 필요합니다. 

 

27) 한국 내 일부 학교에서 학생 간의 교제를 제제하거나 처벌하는 학칙이 있다는 시민사회의 진정에 대해서도 살펴보았습니다. 해당 진정과 관련된 정보가 너무 오래된 정보(2009~2013)이거나 대부분의 문제가 이미 해결되었을 수도 있다는 판단 하에 본 사안에 대해서는 아직 추가적인 사실확인을 진행 중입니다. 2013년 이후 교육부는 어떠한 상황에서 학생을 규율해야 하는지, 규율을 할 때는 어떤 절차를 따라야 하는지에 대한 일련의 공식 지침을 발표했습니다. 이 지침에는 자의적인 판단으로 학생의 성적지향 그리고/또는 교제활동을 규율하지 못하도록 하는 자세한 절차가 기술되어 있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CCTV 및 안면인식기술

 

28) 안면인식기술을 특정 장소에 영구히 설치하려는 시도는 없었으며, 경찰청을 포함한 정부 기관 중 어느 그 기관도 근시일 내에 공공장소에 안면인식시스템을 도입하려는 의도가 없어 보입니다. 

 

29) 한국 전역에 설치된 지방자치단체 관할 CCTV를 한눈에 볼 수 있는 CCTV 통합관제센터 설치에 대한 적절한 법적 기반을 마련하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를 지지합니다

데이터보호

 

30) 한국의 개인정보보호법은 비교적 엄격한 수준이며, 유럽 개인정보보호법(GDPR)의 표준과 유사합니다. 그러나 현재 개인정보보호위원회(PIPC)가 감독 대상이 되어야 하는 정부부처로부터 독립적으로 인력채용을 할 수 있는 법적인 권한이 없고, 별도의 독립된 예산을 배정받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해보면, 위원회의 진정한 독립성에 대한 우려가 있습니다. 따라서 일반적이지 않은 현재의 구조를 개선하고, 인력채용과 인력구성을 완전히 독립적으로 할 수 있는 법적인 권한과 예산 배정을 제공하여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크게 개선하길 권고합니다. 이런 개혁을 통해 2018년 10월 10일 부로 가장 최근 개정본에 조인이 가능해진 유럽회의 108호 협약(Convention 108+)에서 제시하는 국제적 황금기준에 한국이 한 발자국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전 세계 55개국이 조인한 이 국제기준제정 협약에 한국이 가입하길 강력히 권고합니다. 108호 협약에서 권고하는 바에 따라 데이터보호기관을 강화하게 된다면 한국은 의심할 여지없이 GDPR에 관한 유럽의 적정성 자격을 빠르게 얻을 수 있는 더 큰 기회를 손에 쥘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개인정보를 침해한 기업에게 해당 기업의 전세계 매출의 최대 4~5%에 해당하는 액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는 (그리고 이를 세입으로 활용할 수 있는) 권한을 주길 권고합니다.

 

건강 및 사회보장정보

31) 2010년 보건복지부는 사회보장정보시스템(SSIS)라는 시스템을 도입하여 단일전자시스템을 통해 다양한 사회복지제도를 관리하기 시작했습니다. 공익기업이나 유사한 정부기관에서 정보를 취합하는 과정, 관련 위험을 분석하는 과정, 시스템 내 잠재적인 수혜자를 탐색 시 정보를 활용하는 과정에서 적절한 안전장치가 마련되어 있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32) 의료정보를 공유하자는 다른 국가의 요청이 있음에도 당국은 현재로서는 의료정보는 국제 및 지역통상협정의 대상에서 제외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민감한 의료정보의 지나친 상업화를 막을 수 있는 한국 정부의 이러한 태도에 큰 박수를 보냅니다.

 

33) 의료정보에 대한 접근은 건강권 증진이 가능한 상황 등 아주 제한적인 상황에서만 허락됩니다. 의료정보에 대한 접근은 프라이버시, 인권, 생명, 윤리 등의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심의위원회의 검토를 거치며, 의사결정과정이 투명합니다. 특별보고관 권한을 위임받은 후 이러한 민감한 개인정보를 사용할 때 준수해야 할 건강정보 관련 지침과 권고안을 작성했는데, 한국 정부가 이 지침과 권고안의 전문을 읽어 보길 바랍니다. 

 

HIV/AIDS 감염인의 프라이버시권

 

34) HIV/ADIS 감염인의 프라이버시권 침해에 관한 보고를 받았습니다. 예를 들어 1987년 제정된 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법에 따르면 성관계 시 의도나 실제 감염여부와 상관없이 상대방에게 HIV/AIDS 감염 여부를 알리지 않는 행위를 처벌하고 있습니다. 건강권 특보관에 따르면 HIV/AIDS 감염여부를 알리지 않는 행위를 처벌하는 것은 공중보건 관점에서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으며, 프라이버시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습니다. (A/HRC/14/20) 구금시설 내 HIV/AIDS 감염인 역시 수감자와 교도관이 감염 사실을 알 수 있게 ‘특이 환자’로 표시하여 HIV/AIDS 감염사실을 공공연하게 알리는 등 프라이버시권을 침해당했습니다. 법무부에서 교도소 내 HIV/AIDS 감염인 관리에 실수가 있었음을 인정한 사실은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현재 ‘특이 환자’ 표시는 금지되었으며, “HIV/AIDS 감염인에 대한 선입견 및 부정적 시각을 해소하기 위한 수감자 및 교도관 대상 교육비디오” 등 HIV/AIDS 감염인의 권리 향상을 위한 교도관의 인식개선 노력이 진행 중입니다. 또한 군대에서 HIV/AIDS 감염 사실이 밝혀지면 현재 보직과 유사한 다른 보직을 권유 받는 대신 자동 전역을 당하게 됩니다. 징병신체검사 시 HIV/AIDS 감염이 밝혀진 남성 역시 병역의 의무를 수행할 수 없습니다. 

 

직장 내 프라이버시권

 

35) 방한기간 동안 CCTV, 휴대폰 어플 등 전자기기를 사용한 근로자 감시에 대한 많은 우려를 접했습니다. 근로자를 징계조치하기 위해 CCTV를 활용하는 것은 여러 산업분야에서 문제를 야기하고 있습니다. 

 

36) 개인정보보호법에서 이미 이러한 사태에 대한 언급을 하고 있으며, 아주 특정한 예외상황 외에는 공개장소에서 시각데이터처리기기를 설치 및 운영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기쁩니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CCTV를 이용한 노동자 감시를 금지할 수 있는 조치를 도입하라는 권고를 내렸습니다. 

 

37) 한국 정부는 이러한 권고안을 받아들여 2019년 7월 16일부로 근로기준법을 개정해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했습니다. 개정된 근로기준법은 시각적 기기를 통한 노동자 감시를 포함한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며, 고용주가 직장 내 괴롭힘을 예방 및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의무적으로 갖추도록 하고 있습니다.

 

제주도의 새로운 경제활동 및 스마트시티 

 

38) 제주특별자치도를 방문하여 미래전략국 담당자와 만남을 가졌습니다. 드론, 전기자동차, 블록체인, 암호화폐 등을 이용해 한국정부가 혁신적 프로젝트를 시도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 프로젝트 중 일부는 혁신 촉진을 위해 유연성 있는 법률 준수를 기업에게 허가하는 중앙정부 제도인 “규제 샌드박스”에 속합니다. 

 

39) 혁신을 고취하고 (한국 및) 제주도의 경제성장을 촉진하려는 시도는 훌륭하나, 정부의 계획 중 이행 전 프라이버시영향평가가 포함된 계획이 없다는 사실이 우려됩니다. 제주도 정부가 5만 명 이상의 개인정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규모의 사업에는 프라이버시영향평가를 반드시 진행하지 않아도 된다는 법률에 따라 프라이버시영향 평가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점은 이해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프로젝트가 프라이버시권에 미칠 잠재적인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법에서 강제하지 않아도 이행 단계에 들어가기에 앞서 조속히 프라이버시영향평가를 진행할 필요가 있습니다. 프라이버시영향평가를 통해 각 관련 프로젝트가 “프라이버시 중심설계(privacy by design)” 및 “프라이버시 기본설정(privacy by default)”의 원칙을 준수하고 내재화(內在化)하도록 할 수 있습니다. 

 

40) 또한 한국의 데이터보호 기본체계가 혁신과 경제성장의 걸림돌이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오히려 국가 발전 과정에서, 특히 신규 경제 분야에 진출하거나 신규 경제 활동에 참여할 때에도 법적으로 불확실한 부분 없이 사용자의 프라이버시권을 온전히 존중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데이터보호 기본체계를 엄격히 준수해야 합니다. 데이터보호 법안은 전문가, 시민사회, 국제기구가 수십 년 간 밤낮없이 입법적, 학술적 토론을 거쳐 만들어 낸 산물이기 때문에, 이렇게 어렵게 구축한 안전장치를 약화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실험은 지양하길 권고합니다. 

 

41) 제주도는 또한 제주에서 투자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한, 특히 제주의 자랑인 관광 산업에 대한 투자를 끌어내기 위한 스마트시티 프로젝트를 기획 중입니다. 스마트시티에 대한 각종 위험에 대해서는 이전에 언급한 바가 있습니다. 개인 활동을 추적할 수 있는 스마트 센서의 설치, 개인으로부터 수집된 대량의 기존 데이터와의 병합 가능성 등을 감안해 봤을 때 스마트시티는 현재보다 더욱 강력한 감시사찰의 체계에 거주민을 예속시킬 가능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스마트시티 프로젝트 과정에서 시민이 자신에 대한 과도한 데이터가 수집되는 상황에 빠지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개발하길 권고합니다. 그 첫번째 안전장치가 프라이버시영향평가입니다. 프라이버시영향평가는 시민사회, 특히 지역공동체와 협력 하에 이루어져야 하며, 스마트시티라는 개념은 항상 빠르게 진화하는 개념이기 때문에 매년 재평가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자동정보수집을 억제하는 정책을 개발 및 도입하고, 프라이버시 중심설계 및 프라이버시 기본설정의 원칙을 프로젝트에 심는 등 개인에게 “감시를 덜” 받을 수 있는 선택권을 주는 안전정치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정부가 시민이 생산한 데이터는 1차적으로 시민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 쓰여야 한다는 점을 염두에 두길 권고합니다. 정부는 스마트시티의 1차적 목표가 투자 유치환경 조성에 있다고 했으나, 동시에 시민이 그 설계의 중심에 있어야 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따라서 도시 인프라, 공공서비스 개선 및 합리화 역시 데이터 수집의 1차적 목표가 되어야 합니다. 

 

군대 내 성소수자(LGBTI) 인권 

 

42) 한국 군대 내에서 성소수자가 폭력, 차별, 프라이버시권 침해에 노출되어 있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동성 간의 성관계는 형법상 처벌대상이 아니지만, 군형법 92조의6은 남성 간의 성관계를 금하고 있습니다. 여러 병사가 성적지향성, 성생활, 심지어 성관계 파트너의 신원에 대한 심문을 받거나, 때로는 위협과 겁박을 받았다는 보고를 받았는데, 이는 프라이버시권 침해에 해당합니다. 또한 국방부는 2017년 조사 당시 군대 내에서 다른 남성 병사와 성행위를 한 병사를 색출하기 위해 데이트 어플을 사용하는 잘못된 수사방식을 사용했으며, (당시 국방부는 28명을 조사했다고 밝혔으나, 시민사회 보고에 의하면 50명에 달함) 이들 중 일부에게 누구와 성관계를 했는지 알아내기 위해 핸드폰을 제출하라며 겁을 준 사실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국방부는 이후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군대 내 수사 절차가 개인사생활을 덜 침해하고, 겁박을 덜 가하도록 재검토했다고 밝혔습니다. 성소수자가 폭력과 괴롭힘의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군복무를 해야 한다는 사실, 그리고 이들 중 일부는 국가가 관여할 사항이 아닌 개인적인 삶에 대해 모멸적인 질문을 상사로부터 받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에 우려를 표합니다. 한국의 모든 남자에게 병역의 의무는 강제적 의무이기 때문에, 사실상 모든 동성애자 남성이 최소 21개월 이상 이런 공포의 체제를 감내해야 한다는 사실은 충격적입니다. 성적지향성에 기반한 차별은 한국이 지켜야 할 인권에 대한 책임에 반하기 때문에, 군대가 예외적인 특정 상황에서 병사의 개인적인 영역에 제한을 가할 필요가 있다면 그러한 제한은 동성관계나 이성관계에 동일하게 적용이 되어야 합니다.

43) 한국 군대가 곧 여러 UN기관이 권고한 바에 따라 21세기에 맞지 않는 이런 차별적인 관습을 버릴 것이라 굳게 믿습니다. 헌법재판소가 해당 사안에 대한 결정을 내리기 앞서 정부가 먼저 군형법 92조의6을 폐지해야 할 뿐만 아니라 (및 92조6과 관련된 조사 즉시 중지), 성다양성에 관한 교육을 군대 내에서 실시하여 폭력이나 차별에 대한 공포 없이 성소수자가 국가에 봉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젠더(Gender)기반 사이버 폭력

 

44) 온라인 젠더기반 폭력 분야에서 한국 정부와 시민사회가 개발한 매우 긍정적인 여러 제도에 찬사를 보냅니다. 특히 “사이버 성범죄”에 집중하기 위해 시민사회 분야가 만들어 낸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KSCVR)에 주목하고 싶습니다. 사이버 성범죄는 온라인 젠더기반 폭력 중 하나로, 프라이버시권을 포함한 여러 인권을 침해할 수 있는 범죄입니다. 온라인 공간에는 여성의 프라이버시권에 악영향을 미치는 각종 요소들이 있습니다. 불법촬영물 온라인 유통의 경우, 피해자는 이런 영상물이 인터넷에서 삭제되지 않는 한 계속적인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영상 삭제 지원은 피해자 구제의 핵심이라 할 수 있습니다. 

 

45) 한국 정부는 온라인 성범죄 피해자의 경우 강간이나 성폭행과는 다른 종류의 문제로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성폭력 피해자를 위한 기존 상담센터가 해 줄 수 있는 지원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깨닫고,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의 기능을 보완할 수 있는 방안을 고심했습니다. 그 결과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을 전담할 수 있는 별도의 공공지원조직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다다랐습니다. 이에 한국정부는 2018년 4월 30일 맞춤형 상담, 영상삭제 및 사건조사 지원, 법적 및 의료적 지원 제공 등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디지털 성범죄피해자 지원센터의 문을 열었습니다. 

 

46) 한국 정부는 2017년 9월 ‘디지털 성범죄 피해방지 종합대책’을 발표했습니다. 한국정부 및 국회는 5개 관련법안을 개정하여 범죄자의 범위를 확대하고, 처벌 수위를 높였으며, 즉각적인 피해자 영상삭제 지원을 위한 법적 기반을 마련하는 등 종합적인 대책을 수립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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