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법센터 칼럼(pi) 2009-10-30   1418

용산 재판 불공정했다

[사진출처 : 경향신문] 오열하는 유가족 ‘용산참사’ 희생자 고 이상림씨의 부인 전재숙씨(가운데)가 28일 1심 선고 공판을 지켜본 뒤 법정을 나오다 주저앉으며 오열하고 있다. 강윤중기자

용산 재판 불공정했다

박경신
고려대 교수·법학,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

애당초 용산의 대치상황 원인은 ‘사인들 간의 다툼’이 아니라 ‘공권력의 행사’였다. 경찰의 진압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수많은 재개발이 일부 소유주나 세입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강행될 수 있는 것은 법률에 의해 뒷받침된 ‘공적 수용’이기 때문이다.

정운찬이 ‘중앙정부가 당사자가 아니’라는 말이나 오세훈이 ‘이주대책은 재개발조합의 몫’이라는 말은 각각 거짓이고 무책임하다. 국가는 국민의 재산을 공적 필요에 따라 강제로 취할 수 있다. 단, 다른 기본권과 달리 영장은 필요없으나 정당한 보상을 해주면 된다.

이때 국가는 공공사업을 직접 수행하지 않고 민간에 위임할 수 있다. 그 예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시정비법)에 따라 지자체가 국토해양부 감독 하에 정비지역을 지정하고 실제로 정비사업 자체는 민간단체인 토지소유주들의 조합이 시행하도록 할 수 있는데, 용산 재개발이 바로 그러했다. 이러한 ‘공적 수용’이었기 때문에 ‘보상’도 이루어졌다.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공토법)에 따라 3개월분의 휴업보상금과 이사비가 책정돼 있었다.

그러나 이것이 헌법적으로 정당한 보상인가. 그렇지 않다. 미국의 경우 여러 주들이 공적 수용시 상가 세입자에게 영업권에 대해 보상하는 법률을 제정했다. 우리나라의 ‘권리금’은 바로 영업권에 대한 대가이며 결국 권리금을 보상대상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물론 헌재는 거주세입자는 보상할 필요가 없다고 했지만 상가세입자의 영업권은 재산권이다. 또 민간이 수행하는 재개발은 그 지역의 땅값을 담보로 건축비용을 빌려 진행되는데 상인들은 영업권 유지를 통해 지역상권에, 다시 땅값에 기여한다. 이를 보상하지 않는 것은 세입자가 가진 영업권을 토지소유주에게 이전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국가가 재판을 통하지 않고 국민을 처벌할 수 없음은 헌법의 기본원리이다. 공정한 재판은 소송당사자들이 자신이 가진 관련 자료를 모두 공개해 각자 유리한 자료를 증거로 제출할 수 있는 권리를 전제로 한다. 이것이 증거개시제도이다. 용산 재판(한양석 판사)에서 검찰은 3000여쪽의 수사기록을 공개하지 않았다. ‘증거제출’은 각 당사자가 소송전략에 따라 알아서 하는 것이지만 ‘정보공개’는 상대방의 증거제출권을 위해 강제되는 것인데 형사소송법 제266조는 이 차이를 무시하고 있고, 한 판사는 검찰을 방치했다.

미공개 기록은 경찰의 내부교신기록이며 이는 재판에 중요하다. 애당초 발화의 ‘원인’과 책임을 한 당사자로 미루는 것은 논리적으로 불가능했다. 발화가 인화물질을 들여온 철거민과 강경진압으로 위험을 고조시킨 경찰의 합작품임은 공지의 사실이었다. 여러 당사자가 공동으로 초래한 결과에 대한 책임을 분배할 때는 각 당사자 의도의 가벌성이 중요해진다. 경찰의 경우 ‘강경진압에 정당한 사유가 있었는가’가 쟁점이 된다. 경찰의 책임이 크다면 그만큼 피고인들의 형사책임도 줄어들게 되었을 것이다. 결국 이 사건은 검찰의 미공개와 이를 정당화하는 형소법의 부당성과 위헌성을 헌법재판소에서 다툰 후에야 결론날 수 있다.

 

* 이 글은 10월 30일 경향신문에 기고한 글입니다.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