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법센터 표현의자유 2011-04-20   3268

시사개그맨이 정치인 ‘풍자’도 못하는 세상!

노정렬 씨의 “시사개그”에 대한 법원 모욕죄 인정 유감
구성요건, 적용범위 모호한 위헌적 모욕죄 적용 문제있어
법원의 보수적 판단의 가장 큰 해악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위축효과

.어제(4/19) 서울남부지법(부장판사 이성구 판사)은 시사개그맨 노정렬씨가 작년 5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행사에서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을 동물에 빗대어 발언한 것에 대해 모욕죄를 인정해 선고유예 판결하였다.

참여연대(공동대표 이석태, 임종대, 정현백, 청화)는, 2심 법원이 비록 1심 법원에 비해 낮은 형량인 선고유예 판결을 하였지만 여전히 정치인의 공적 활동에 대한 시사개그맨의 “풍자”를 “모욕”에 해당한다며 유죄로 인정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모욕죄의 보호법익이 개인적인 법익이기는 하나, 피해자가 공적인 인물, 특히 선거에 의하여 선출된 공직자인 경우에는 그에 대한 정당한 사회적인 평가가 형성되는 과정이 통제되어서는 안되고, 그 전제로서 정책적인 비판뿐만 아니라 피해자의 언행이나 품성 등에 대한 비판의 자유도 보장되어야” 한다는 면을 인정하였다.

그럼에도 무죄가 아닌 유죄 취지의 선고유예 판결은 납득하기 어렵다. 이는 1심 법원이 “피해자를 개·소 등 동물에 빗댄 것은 공인이기 이전에 자연인으로서 가지는 본질적인 인격권을 침해한 것”으로 보아 유죄로 인정한 것을 그대로 반복한 것과 다르지 않다고 할 것이다.

정치인에 대한 풍자는 그 대상인 정치인의 명예에 대한 부정적 평가를 유발하기 마련이고 그것이 정치풍자의 기능이다. 동물, 바이러스, 무생물, 영화캐릭터 등 무엇에건 빗대어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어야 하고 한계를 설정하거나 틀을 제한한다면 풍자로서 생명을 잃게 된다.

표현의 자유와 관련한 검찰의 기소 남용과 법원의 보수적 판결이 가져올 가장 최대의 해악은 위축효과라는 점을 상기한다면 이번 법원의 판결은 단순히 노정렬 개인에 대한 판결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 시사개그맨조차도 이제는 정치인이나 공인에 대해서 “함부로” 풍자나 비유를 통해 비판하거나 평가하면 처벌받을 수 있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냈다는 것이다. 형사처벌규정인 “모욕죄”가 체면과 자존심을 보호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여지가 넓어졌고 향후 모욕죄 구성요건의 모호성, 광범성으로 인해 이현령비현령식의 법적용과 집행이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현실화될 지도 모른다.

이로 인해 얼마나 많은 표현들이 “자기검열”의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인지,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의견들이 표현되지 못하고 사장될 것인지 걱정스럽다. 이런 점에서 이번 법원의 판결은 정치풍자 그 자체에 대한 유죄판결이자 형벌의 보충성·최후 수단성을 무시하는 검찰의 법적용에 대한 무죄판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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